유엔 주재 대사는 국제사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다자 외교 최전선에서
국익을 수호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 막중한 자리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자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차지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내정됐다. 그는 다자 외교 경험은 물론이고 실전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 외교관이 아닌 인사가 유엔 대사직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차 변호사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이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연대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위원 등을 거쳤으나, 거의 모든 국제 문제를 다뤄야 하는
유엔 대사에 적합한 경력이라 하기 어렵다.
유엔 대사는 고도의 외교·정책적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베테랑 외교관이 맡는 것이 관례다.
‘외교부 장관 영전 코스’로 불릴 정도로 요직이다. 유엔 내 각종 회의에서 한국 입장을 설명하고
안보, 인권, 기후변화, 국제규범 등 민감한 국제문제 관련 협상과 표결에 참여한다.
북핵, 북한 인권 문제 등 한반도 현안 대응도 담당한다. 유사시 북한 유엔 대사와 대화 채널도
가동해야 한다. 차 내정자가 이런 업무에 얼마나 전문성과 식견을 갖췄는지 검증된 바 없다.
유엔의 국제적 위상과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 해도, ‘외교 비전문가’를 정부 대표로 보내도
될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 올해 말까지 안전보장이사회 투표권을 갖는 비상임이사국이다.
차 변호사는 2020년 경기지사직 상실·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몰렸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아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 해소에
일조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를 정부, 대통령실 등 요직에 지나치게 많이 발탁한다는 비판에
귀를 닫은 것은 실망스럽다. 인재 풀이 협소한 마당에 대통령 측근을 인사에서 원천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인사 때마다 전문성 시비가 따라붙는 것은 문제다. 측근을 쓰려면 최소한 자질 걱정은
하지 않게 해야 한다. 유엔 대사까지 '보은 인사' 자리로 삼은 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의지를 의심케 한다.
유엔 대사까지 비전문 李 대통령 변호인...심하지 않나 |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