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이쁜 자기 딸한테는 시큰둥하고 은중이한테만 따듯하게 보듬어주는 엄마, 이해되시나요?
저희엄마가 그러셨어요. 자기 자식들은 따듯한 밥 한끼 제대로 못 먹이면서 제자언니들은 주말마다 집으로 불러서 밥 먹이셨죠. 당시는 토욜일도 근무를 했기에 일주일에 쉬는날은 일욜 하루뿐이었는데 토욜은 물론 그 소중한 일욜도 우리집은 제자들로 넘쳐나서 정신없는 주말을 보냈죠. 지금 생각하면 그럴 시간에 우리 숙제라도 봐주고 집안청소 좀 하고(완전 관리안 된 개판) 반찬 좀 만들지..
집 엉망이고 반찬이라고는 김치랑 국 뿐인데도 제자들 불러들여 고봉밥 먹이셨네요. 물론 가난한 학생들 밥 챙겨주신 건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유치원, 초등 입학한 본인 자녀들 먼저 돌봐야죠. 저흰 저희끼리 놀라 그러고 엄만 제자언니들이랑 밤 늦도록 하하호호...
그 시절은 미개해서 엄마 없는 애들은 당장 꾀죄죄 티나고 애들이랑 담임한테 무시당했죠. 저는 사립이라 부자집 애들 사이에서 더더 그랬어요. 그런데 엄마는 그런거 신경도 안쓰고 몰랐어요. 엄마 제자들 챙기느라. 남의집 고딩 자식은 마냥 안쓰럽고 애닯은데 본인 초딩자식은 눈에 안 들어왔나봐요.
상연이 엄마를 보니 그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 엄마도 어렵게 자랐고, 제자들을보니 본인 어릴 때 생각이 나서 마냥 애처로웠나봐요.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넌 부모가 우리잖아!"
당신 부모보다 당신이 훌륭하니 우린 무조건 감사하고 행복해야한다는 발상.
물론 두분이 최고 인텔리셨지만 둘다 흙수저라 제가 접해야할 세상은 본인들 만큼이나 척박했다는 걸 모르셨나보죠. 예를들어 우리가 공립에 다녔다면 괜찮았겠지만 사립초 다니면서 아이들의 무시, 선생의 차별, 그로인한 기죽음과 창피함... 이런건 신경도 안쓰셨어요.
상연이 엄마가 전교1등 성적표를 보고 그러죠.
잘했구나, 근데 너는 잘하는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잘하는게 당연한거야..
뭐 이딴 개소리. 그럼 은중이는 그런 유전자가 없는데 잘 했으니 칭찬받아 마땅한 걸까요? 그건 오히려 상대를 하찮게 보는 무서운 편견, 무시 아닌가요.
저도 상연이처럼 평생을 애정결핍 자존감 낮고 엄마의 따듯한 품이 그리웠어요. 엄마는 평생을 가난한 집 딸이 자기 딸인냥 제자들과 돈독히 지내고, 어느순간부터는 저도 신경 껐구요. 뭐 이런 그지같은 경우도 있었네요. 그래서 상연이 엄마, 저는 보는내내 불편하고 싫었어요. 상연이 싫어서 안 본다는 분들 계시는데, 불쌍히 여겨주세요.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요. 제가 늙고 기력없는 엄마 요양원에 넣고, 자식없는 노인들 부모처럼 보살핀다면, 그때에야 제 마음 알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