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어서 씁니다.
그렇게 여유있게 상가에서 백반을 먹고 유모차에 아이를 다시 태우고 단지를 산책하듯이 돌았어요.
간간히 보이는 우리애들 또래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그렇게 여유있게 돌다 고개를 들었는데 어머나
세상에나 '선경'이라는 글자가 보이는거에요.
네. 그러니까 대치역에서 내려가지고 출구를 잘못 나가서 은마 아파트가 아니라 선경 아파트로 간 거였어요. 우미선 중에 선. 그때만 해도 저는 강남 아파트는 은마밖에 몰랐어요.
우미선도 모르고 양재천도 모르고요.
아ㅠ 타고난 이 길치를 어찌할까.
한탄하다 보니 이제 큰 애 올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마음이 급하더라고요.
어서 은마 아파트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횡단보도를 건너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유모차를 다시 끌고 빠르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무튼 이정표를 보고 이제 드디어 정확하게 은마를 갔어요.
그리고 아까 그 선경상가랑 비교도 안 되는 어마무시하게 큰 상가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아파트 단지 쪽으로 올라갔어요. 1층에 부동산들이 쭉 있더라고요.
그리고 급한 마음에 단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근데 참 묘하더라고요. 아까 선경 아파트 갔을 때는 그 포근하고 따뜻했던 느낌이 은마 아파트에서는 안 느껴지는 거예요.
우선 너무 넓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단지 관리가 그때도 선경은 아담하게 꽤 잘 됐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은마는 정신이 없달까.
그리고 너무 광활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녀야 될지도 모르겠고요. 내가 길치라서 그런가 유독 그 광활한 은마 아파트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그래서 또 엉뚱한 곳으로 가서 길 잃어 버릴까 걱정도 많이 되니 위축되는것도 컸고요.
더구나 큰 애가 곧 돌아올 시간이 되니까 마음도 급해지고요.
어쨌든 제가 유모차를 끌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단지 밖으로 나왔거든요. 그리고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대로변을 따라서 한번 쭉 가봤어요. 그랬더니 커다란 사거리가 보여요. 그때는 그게 어딘지도 전혀 몰랐지만 뭔가 예사롭지가 않더라고요. 굉장히 넓은 도로인데 정리 정돈이 잘 돼 있달까.
그리고 이정표를 보니까 위로 올라가면 코엑스가 있다고 적혀 있고요. 제가 코엑스는 대단한 곳이란걸 알았는데
와 여기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코엑스가 바로 있구나. 그건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여기가 은마와 미도 학여울역이 맞닿은 곳, 즉 학여울역(세텍).
그땐 뭐가 뭔지도 전혀 몰랐지만요.
그리고 길을 안 잃어버릴려고 엄청 애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부동산은 한번 들어가 봐야 되나 어째야 되나
엄청 갈등이ㅠ
우선 도저히 살 수가 가격대가 아니었거든요.
근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가 부동산 사무실을 들어가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은마 상가쪽으로 가서
1층에 문 열려있는 곳 부동산 사무실을 쭉 보는데 주늑도 들고 용기도 안 나고 그냥 부동산들을 다 지나치고 있는데 한 부동산 안에 계시던 어떤 40대 후반 아주머니랑 눈이 딱 마주친 거예요.
그러더니 무슨 볼일이냐고 묻는 눈빛으로 들어오라는 거 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용기를 내서 유모차 밀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어요. 돈은 없는데 애들을 여기서 안정적으로 키우고 싶다.
그랬더니 그분이 그럼 전세로 와. 여기 전세 엄청 많아.
남편과 시부모님과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세는 싫고요! 자가로 가고 싶은데 여기는 도저히 안되겠죠?
그러니까 그분이 쓱 웃더니 지금은 너무 비싸지. 근데 정부가 대책을 내니까 어쩌면 또 떨어질지도 몰라요. 연락처나 줘 봐요. 혹시 급매 나오면 연락 줄게.
그러시는거에요.
그렇게 제 전번 드리고 명함 받아가지 나왔고
다시 대치역으로 가서 집으로 귀환.
근데 은마 아파트 핵심은 학원가인데 결국 그 유명한 학원가(은마사거리쪽)는 아예 가 볼 생각도 할줄 모르고 그냥 온 거에요ㅎㅎㅎ
이걸 못 보고 왔다는 것도 몇년후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그때는 이거를 못 봤다는 것 자체도 몰랐으니 ㅎㅎㅎ
자 쫌 쉬었다가 다섯 번째로 또 써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