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국 투자, 불확실성의 그림자
올해 한국 대기업들은 미국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진출을 가속화했다.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 제조업뿐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분야까지 대미 투자 계획만 200조 원을 넘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예고해왔고, 이를 피하고자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기지와 첨단 공장을 집중적으로 건설했다.
가파른 비용 상승과 인력난, 현장 어려움
그러나 미국 진출의 현실은 기대와 달리 녹록치 않다. 현지 공장 건설 및 운영은 한국보다 28% 비싸며, 특히 인건비와 원자재비가 계속 오르는 추세다. 미국 지방의 근로자는 첨단 공정과 클린룸 경험이 부족하고, 숙련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예상보다 11조 원 이상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등, 주요 대기업 프로젝트마다 비용 폭등과 공정 지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교육생태계 구축, 현지 협력 대학 연계, 인력공급망 정비 등 모든 부분에서 한국과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미국행 대신 관세 부담 감수하려는 분위기 확산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투자 자체를 재검토하고, 오히려 관세를 부담하고 수출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운영비용이 한국·대만·일본보다 크게 높아 장기적으로 관세 부담보다 현지 공장 설립이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환율 변동, 미달러 강세, 각종 원자재비 폭등 등의 요인도 수출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자 문제와 이민 단속, 현장 리스크 현실화
현대차-LG 합작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건은 이민 관련 리스크를 실체로 보여주었다. 비자 규정이 불명확하거나 단속이 강화되는 등 이민 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기업들은 실제 인력운용상의 큰 어려움을 겪는다. 바이든 정부의 단속 완화가 트럼프 정부에서 다시 엄격해지면서 외국인 고용을 둘러싼 규정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