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5세입니다. 이젠 거리를 두고 사니 지금은 엄마때문에 너무 힘든건 없지만 자라면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엄마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늘 화를 내서 기를 못 펴고 살았단 얘기는 흔한 얘기였죠 옛날엔.
저희집은 엄마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험악했어요. 지치지도 않는 잔소리, 매서운 눈초리, 화가 날 만한 일이나 그렇지 않은 일이나 구분 없이 무조건 화. . .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있으면 거실로 나오지도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고, 자식인 저에게도 아무 관심도 없고 그저 이기적이고 본인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인것처럼, 그렇다고 아빠와 사이를 좋게 해보려는 노력도 전혀 없었고요. 전 그야말로 지옥에 사는듯 했어요. 저랑 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존재였고 나이 먹은 지금까지도 동생과 통화하면 엄마 욕을 해요. 엄마한테 너무 기를 못 펴고 살았고 엄마가 성격이 너무 강하니까 그 앞에서는 내 의견을 감히 드러낸 적도 없어요. 필시 엄마때문에 공황 증세도 겼어봤고 한이 너무 쌓여서 서른 즈음까지는 정신과 상담을 고민하기도 했었어요. 근데 강약약강인 사람이라 제가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저한테 함부로는 못 하고 제 눈치도 살피니 그럭저럭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어제 우연히 엄마와 통화하는데 엄마가 놀라운 얘기를 하는거에요. 어쩌다가 얘기가 나왔는데 자기가 아빠 군대 갔을때 아빠를 얼마나 애태웠던지 시엄마,시아빠가 월급 다음날 자기를 꼭꼭 찾아와서 지금돈으로 대략 30만원쯤 용돈을 주고 먹을걸 사주고 하는걸 꽤 오래 했다는거에요. 그러고 나서 군대간 아들에게 누구누구 잘 있으니 염려말라고 편지를 보내고요. 결국 아들이저러니 온갖 패물 안겨 약혼을 시키고 결혼까지 갔다고요. 저희 할머니랑 아빠는 약간 모자른듯하게 착하거든요. 이건 요즘말로 하면 가스라이팅이고 결혼하고 나서도 자기 자존심만 중요하지 가족은 발에 때처럼 취급했으니 천하에 악인이죠. 그리고 자기가 저를 낳을때 친정엄마가 올케를 대신 보냈는데 그 이유가 무서워서였대요. 진통 중에 난리발광원망 들을까 무서워서.
저희엄마도 올해 칠십이니 이제 할머니인데 여태까지 자기 흉 스스로 보는 꼴이라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었어요.그런데 평생 엄마를 미워하며 살았는데, 막상 엄마라서 그런지 단순하게 나쁜사람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 엄마는 대체 왜 이럴까? 왜 불행할까? 왜 슬플까? 왜 만족을 모를까? 이렇게 더 복잡하게 생각을 했어요. 이해해보고 싶었던거겠죠. 그런데 지금은 악인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관계 속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더 나아가 조종하고 피해를 주는 사람이 악인인걸 알았는데 그게 엄마더라고요. 자기가 정신적으로 어떤 힘듦이 있었든지간에 어쨌든 가족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자기 뜻은 굽힌 적 없이 멋대로 하고. 한마디로 못되쳐먹은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못되쳐먹었으니 그간 내가 괴로웠던거구나 너무 단순하게 깨달음이 왔어요. 뭔가 홀가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