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남자 덕을 못 봤어요.
남자가 번 돈으로 제 욕망을 만족시켜본적도 없고, 이벤트로 특별한 선물이나 명품도 받아본 적 없어요.
그냥 식사 대접이나 소소한 선물 정도...
내 생계를 남자가 대신하거나 옷 사주거나 그런건 경험해본적도 없어요.
제가 벌어 제가 먹고 살고 제 몸뚱이 먹는거 다 제 손으로 벌어서 살았어요.
근데 저희 엄마가 직장다니셨거든요. 선생님으로 평생 일하셔서 돈 버셨는데 생각해보니
엄마도 그랬고 저희 외할머니도 직장생활 하셨어요. 당시에는 인텔리였던 거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빠나 외할아버지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 풍족하게 살게 해줄 형편도 아니었던...
가정의 생계를 엄마 아빠 둘이 공동으로 유지했었구요.
하여간 경제적으로 누구한테 남자한테 의존하지 않는다 이런게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 거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건지 저는 아직도 심리적으로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전업주부들은 모든 생계, 심지어 화장품, 액세서리, 옷 하나까지도 다 남편이 번 돈으로 사는 거잖아요.
팬티 하나, 생리대 하나도 다 남편 돈으로 산다는 거가 전 너무 생경한거에요.
엄마나 할머니 모두 돈도 벌고 살림도 하셨는데, 왜 같은 일을 똑같이 하는 전업주부랑은 사고방식이 달랐던 거 같아요.
제 생계나 모든 소지품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부모에서 남편으로 바뀐다는거... 이런게 좀 신기하면서도 뭔가 좀 이해하기 힘든거에요.
아마 그런 사고방식이라 남자 만나서 팔자 고친다 이런 생각조차 못한 거 같아요.
남자 잡아서 잘 살아보자, 상향혼 이런거도 생각못하고..
내가 번 만큼 내가 받은만큼 뭘 해줘야 한다 이런 기브앤테이크 논리..
그래서 저한테 뭐 해주고 돈 쓰고 이런 남자 만나지도 못하고
받아본 적도 없고 그러니 이렇게 스스로 생계유지하며 사나봐요.
남이 번 돈으로 먹거나 놀거나 입어 본 적이 없는거 같아요.
근데 이번 생에 저도 남이 해준 돈으로 놀거나 입거나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냥 엄마나 할머니나 저나 남자 덕 못 보고 고생하며 돈 벌어먹어 살 팔자인거겠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남편한테 의지하고 사는 그런 행복한 여자로 사는 건 어떤 건가 궁금해요.
남편이 번 돈으로 산 집, 옷, 온몸에 치장하는 귀금속...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삶이라는게 약간 서글프고 그래요.
어차피 자식도 없어서 제 팔자는 제 대에서 끝나겠지만요.
남들은 항상 누리는 일상인데 전 그게 꿈이라니 이런게 인생의 아이러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