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은 대략적으로 원만하게 잘 산다
큰 싸움은 없다
특히 애들이 7살 차이가 나는데 큰 애가 초6, 작은애 입학 전까지는
아주 잘 지냈다.
화목해보이는 모범 가정인 편.
부부나 첫째는 범생이 기질이다
둘째가 겁나 산만하고 경계를 넘고 뭐든 좀 뒤죽박죽이다.
그때 우리 가족의 한계가 드러나더라
쉬운 문제까지는 잘 풀어왔는데,
이제 난이도가 올라가니깐 바닥이 드러났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인내심 한계도 명백해졌다.
둘째가 트리거가 된 셈인데,
둘째도 그렇게 태어난 것이니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부모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미리 몰랐다는게
불행의 서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자기 객관화가 안되었다는 것.
암튼, 초등 입학서부터 둘째는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여기서 말하는 경계선 지능쯤에 해당이 되고, adhd이며
충동성이 높으니 말다했지...
다행히 폭력적이진 않았지만
자잘한 문제가 매 학기 났다.
무인가게에서 물건 훔치고, 허풍 쳐서 따 당하고,
관계에 목마르니 매달리고, 매달리니 더 내쳐지고,
내쳐지니 찐따그룹에서나 받아들여지고
그러다보니 판단력이 좀 엉성한 아이들끼리
사고를 또 모여서 친다.
집에서는 또 어떨까...
모든 뚜껑, 모든 문, 모든 불이 늘 다 켜있고
양말과 옷과 가방은 늘 동선대로 내팽겨쳐져 있고
방에서는 곰팡이난 음식과 그릇이 몇개씩 나오고
바닥에 옷이 35벌쯤 흩어져 있으며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서 이탈해있고,
화장실 쓸때도 자신의 분비물을 여기저기 흘리고 묻히고,
그런다..
교육의 영역으로 잘 안잡히더라.
2-3번이면 듣겠지 싶은 쉬운 것도 한 50번 말해도 여전하다.
학교 공부는 말모...
문제 읽는 것조차 어렵고, 아직도 영어 파닉스가 안된다
한글도 여전히 많이 틀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다른 가족 구성원은 모두 소진되고 있으며
둘째 본인도 자존감이 마구 낮아졌고
부모는 감정의 여력이 없어지는 사이 갱년기가 도래했다
오늘 가만히 보니 우리 가족은 지금 온몸과 정신이 덧나있는 상태같다.
작은 말 한마디에 서로 벌컥벌컥 화가 나고
화가 났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화가 나서는
자기 굴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니 집안 분위기가 침통하고,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지만
여전히 이 시간이 견디기 힘들고
내가 성인 Saint 처럼 무한한 사랑이 없다는 사실에 진저리가 난다.
오늘, 부부+둘째가 간만에 대형마트에 가서 서로 피곤한 상태인데,
차가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잠에서 깨서 신발 꿰어 신고 꾸물거리고 늦게 나오는 아이,
물건을 들고 후덥지근한 주차장에서 빨리 안내린다고 짜증내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재촉하지 말라고 방귀+성까지 내는 아이,
그런 둘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는 나,
그런 둘째에게 '네' 라고 먼저 대답을 하고 빨리 나오라며 버릇없는거 용서못한다는 아빠
그런 남편을 보며
아이에 대해 저렇게 표준답안을 가지고 있으니 그게 더 열받지 싶어 짜증나는 나
아 총체적 난국......내 다시는 주말에 마트 가나 봐라
우리의 주말 나들이는 서로에 대한 혐오를 다시 하나 싹틔운채 마무리
우린 서로 관대하지 않다
예민하고, 소갈머리가 없으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지 않는다.
사랑은 아직도 너무나 멀기만 하다.
1차 방정식은 잘 풀었는데, 2차방정식, 3차 함수는 너무 어렵다
그래도 수포자는 될 수 없으니
일단 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