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 졸업 후 취업해서 몇년 일하다가
늦게 대학원에 갔어요.
저는 부모님이 남보다 늦는거, 남들이랑 다른거 엄청 불안해하는 성향이라서 저를 들들 볶았고
그래서 대학 휴학 없이 바로 졸업하고 일하다가
20대 후반에 하고싶은 거 하려고 부모님 몰래 대학원 입학했어요.
나중에 부모님이 알게된 후 제가 다니던 직장에 전화해서 나 누구 엄만데 우리애가 어쩌고 하면서 어떡하냐고 울고불고 했다고, 직장 동료가 걱정하면서 전화해줘서 알았어요. 저한테도 엄청 불안해 하셨구요. 20대 후반에 대학원 가는게 제 인생 망하는 길인 것 처럼.
대학원 동기중에 저와 동갑 여자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무려 그 해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온 거였고, 삼수인가 하고 휴학을 몇년이나 했길래 물어보니, 놀았다고.
2년동안 세계 배낭 여행을 했대요. 그 다음엔 전국일주도 하고요. 동아리 학회 학생회 활동도 임원으로 열심히 했더라구요.
조급함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였고 뭐 어때~ 마인드.
어느날 학교 학생회실이었나, 편지지가 펼쳐있어서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가 그 아이에게 편지를 학교로 보낸 거더라구요. 그 아이가 받아서 읽어본 후에 학생회실에 그대로 펼쳐놓은 것.
내용이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아버지가 딸에게 해주는 말.
너가 뭘 하든 믿는다, 연애도 잘 하면서 재밌게 살길 바란다, 이런 남자(돈많고 그런거 아니고 성격)를 만나길 바란다 등등.
그 편지를 왜 학교로 보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내용 읽어보고 우리 부모님에게서는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말들이라서 엄청 놀랐었어요.
그 친구는 집도 부유한지 대학원때 자기 승용차가 있었고 학교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졸업 후, 또 몇년 후에
그 친구 부친상 부고가..
이후 그 친구가 아버지에 대해서 찬찬히 말을 하던데, 우리 아버지는 이런 분이셨다고, 존경한다고요.
아버지가 암 말기 진단을 받으신 후 가족들 걱정할까봐 혼자서만 치료를 받다가, 아내에게는 알렸는데 자녀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대요. 자녀들 걱정한다고. 조용히 정리하셨대요.
그래서 거의 돌아가실 즈음에야 자녀들이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 무렵 우리 부모님은,
어디아프다 어디아프다, 치질 수술 하면서도 여기저기 알리고 왜 걱정 안해주냐고 치질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냐고, 1박 2일 간병을 요구하고.
우리 엄마는 본인이 아프시면 카톡 사진을 약봉지 사진으로 해놓으시는 분인데, 병원 갈때마다
누구는 자녀가 병원 모시고 가고 그런다는데 난 혼자 갈께 이러면서
지하철 타고 어느역에서 버스 갈아타고 가면 된다느니 하면서 마음 불편하게 만들고요..
이모한테는 딸이 살갑지 않다고 신세한탄을 하는지, 오랜만에 본 이모랑 사촌언니가 절 몰마땅한 눈으로 보면서 엄마 모시고 여기좀 가봐 하면서 식당을 정해주고, 엄마한테 잘하라고 하더라구요.
참 비교되죠
너무 차이가 나서 기억에 남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