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남편은 극T여서요. 빈말도 못하고, 거절도 참 빠르고 정확해서 서운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제가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는지, 가끔 저를 은은하게 감동시켜요.
예를 들어, 지난 주말 캠핑에 가서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공기에 커피한모금을 하고 싶어서 텐트 밖으로 나왔어요. 남편이랑 같이 나오고 싶었지만, 남편은 안에 있고 싶다며 안나와요(맨날 이런식) 그런데 밖에 벌레가 많아서 제가
"아오 시원하게 밖으로 나와서 커피한잔 하려고 했더니 벌레가 안 도와주네?"
중얼거렸더니, 남편이 안에서 선풍기를 제 쪽으로 돌려서 들고 있더라구요. (선풍기가 낮아서 높이가 안 맞아서요)
벌레 도망가라구요. 선풍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커피를 한모금 넘기니 너무 달콤하더라구요.
엊그제는 제가 집에 누수를 해결해나가는 문제로 신경쓰다가 잠을 설쳤는데, 낮에 일하다가 전화했더라고요. 잘 못잔게 걱정되었며 제가 걱정했던 부분은 잘 해결될거라고 안심시키는 말들을 하더라구요.
평소 남편이 집안 일에 별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쓰는게 저의 서운 포인트였는데, 이 집안일 때문에 제가 스트레스 받으니까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는 모습에 고마웠어요.
오늘은 냉장고 정리를 마치고 당이 떨어져서 한숨돌리고 있는데, 디카페인 네스카페 커피믹스가 테이블위에 하나 있더라고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생각해보니까 어제 함께 갔던 명상센터에서 나오면서 남편이 센터에 얘기하고 커피 한봉지 들고 나오는거 봤었는데, 그게 이거였던거죠. 제가 커피를 좋아하는데 카페인을 끊어서 못 먹고 있었거든요. 짧은 순간에 디커페인 커피를 보고 저를 떠올렸다는게 심쿵했어요 :)
츤데레 T 남편에게 고마워지는 저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