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이 혈관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여성에서 두드러져, 감염 이력이 있는 여성은 혈관이 약 5년 더 빨리 노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은 원래 나이가 들수록 점차 딱딱해지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이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혈관이 뻣뻣해질수록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 결과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파리시테대학교 로사 마리아 브루노 교수는 "코로나19가 혈관에 직접 영향을 미쳐 조기 혈관 노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실제 나이보다 혈관이 심장질환에 더 취약해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16개국 2390명 분석…여성에서 영향 더 커
이번 연구에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오스트리아, 호주, 캐나다, 프랑스, 미국, 영국 등 16개국에서 모집된 2390명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는 그룹 △감염됐지만 입원하지 않은 그룹 △일반 병동 입원 그룹 △중환자실 입원 그룹으로 나뉘었다.
연구진은 경동맥과 대퇴동맥 사이의 맥파전달속도(carotid-femoral pulse wave velocity, PWV)를 측정해 혈관 나이를 평가했다. 동맥경화가 심할수록 혈관이 딱딱해져 혈류의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를 확인하는 검사다. 즉, 이 수치가 높을수록 혈관이 더 뻣뻣하고 혈관 나이가 많음을 의미한다. 측정은 감염 후 6개월과 12개월 시점에 실시됐다.
환자의 성별과 나이, 기타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세 그룹은 감염된 적이 없는 그룹보다 혈관이 뻣뻣했으며, 이러한 효과는 여성과 장기 코로나 증상(long COVID)을 겪은 환자에서 더 두드러졌다.
자세히 보면, 경증 코로나 증상을 보인 여성은 PWV가 평균적으로 초당 0.55미터, 일반 병동에 입원한 여성은 0.60미터,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여성은 1.09미터 증가했다. 연구진은 "초당 0.5미터 증가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라며 "이는 혈관 노화가 약 5년 빨라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며, 60세 여성 기준 심혈관질환 위험이 3% 증가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