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더라고요...
가장 좁게는, 말을 알아 들으려면 낱말을 많이 알아야 할 테니 '어휘력'이 있을 테고요, 그 위에 '문장 이해 능력', '맥락 이해 능력'이 있고요,...
거기에 더해서 사회적인 능력 차원에서 '생각하는 힘'(사고력), 한 가지 사실, 문장에서 감추어진 것까지 유추해 내는 '추론 능력'이 있고, 적용, 활용 능력 면에서 '통합·활용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일반적으로는 '어휘력'과 '문장 이해 능력', '맥락 이해 능력'까지를 좁게 본 '문해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흔히 얘기되는 것을 보면 어떤 낱말의 뜻을 아는지 하는 '어휘력' 수준인 것 같고 그렇다면 굳이 이걸 '문해력'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어휘력'이라 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어휘력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보기를 들어 '무운을 빈다'거나 '중식 제공' 같은 말에 대해 어떤 이는 문해력 탓을 하고 또 어떤 이는 '요즘 그런 말을 누가 쓰냐'고 항변합니다.
저는 둘다 어느 정도씩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고 흔히 쓰는 말 놔 두고 굳이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못된 버릇이 오늘로 이어져 요즘은 서양말(주로 영어)을 쓰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글날을 기리고 세종큰임금을 칭송하면서도 세종큰임금께서 훈민정을 만드신 애민정신, 평등정신, 민본정신은 이어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오늘 주제는 이건 아니니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
그럼에도 늘 쓰는 말이 아니더라도 특정 상황에서 쓰는 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요즘 누가 저런 말을 쓰냐'는 건 단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그것이 한자말이건 영어나 서양말이건 쉬운 말을 놔 두고 잘난 체, 배운 체 하는 버릇은 고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놀라는 것은 '그 정도 말도 모르냐'라거나 '그런 말을 누가 쓰냐'는 것보다도, 왜 상황이나 문맥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낱말이나 표현이 있으면 적어도 '사전'조차 안 찾아 보냐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는 학생이 있는 집에는 거의 '국어사전'이 있었습니다.(그 때는 '민중 국어사전'이 참으로 유명했습니다. 그 밖에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도 꽤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의가 있는 집에는 도서관에나 있을 법한 (민중서림)'국어대사전'을 가진 집도 있었습니다. (민중서림)'국어대사전'은 정말 두껍습니다. 목에 베고 누우면 목 부러질 것 같은 두께입니다. 찾아 보니 ' 민중서림 '이 아직도 살아 남아 있네요. 신기방기~ ^^;)
여튼, 지금은 사전을 가진 집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손에 컴퓨터를 가진 세상인데, 손가락 몇번 까딱하면 찾아볼 수 있는 걸 왜 안 찾아 보나 모르겠습니다.(그보다는 훨씬 손놀림이 현란한 게임은 잘도 하면서...)
이는 아마도 그 정도의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말글에 관심을 가진 저도 가끔 겪는 일인데, 요즘은 잘 안 쓰는 우리말을 찾아서 쓰거나 하면 어떻게든 딴죽을 거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어려운, 안 쓰는 영어, 서양말을 썼는데 그 말뜻을 모른다고 물어보거나 뭐라 하는 사람 있을까요?(저는 아직은 그런 경우를 거의 못 봤습니다.)
지금도 커뮤니티에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어떤 물건이 우리나라 어느 가맹점 가게에서 파는 '벹남 바인미'(벹남식 바게뜨샌드위치로 흔히 '반미'라고도 합니다.)를 두고 '반미샌드위치? 이름이 재수없다'고 한 일이 있었는데 그 물건이야 워낙 이념적으로 편향돼서 그것조차도 '반미'(反美)라고 읽었을 수도 있겠으나 더 놀라운 것은 그 아래 댓글들이 거의 전부 그에 동조하거나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댓글들을 달더라는 것입니다.
정신이 이상한 기업이 아니라면 샌드위치에 굳이 '반미'(反美)를 붙였을까 하는 의심을 하는 이가 왜 없으며, 그 꽤나 유명한 벹남 바인미를 몰랐다 치더라도 이상하면 한번 찾아보는 사람이 왜 없었을까, 잠깐만 찾아도 여행후기가 넘쳐나는데 왜 찾아보지도 않을까가 더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누구나 '확증편향'에 빠지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고 AI가 대신 열심히 공부하는 단편만화가 떠오르네요.
인간이 점점 생각은 하지 않고 (단세포처럼)반응만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오늘의 결론 : 국어사전을 사자! 사기 싫으면 적어도 찾아 보기라도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