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예요.
큰돈은 못 벌지만 가르치는 거 재미있고,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수업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해당 과목 관련해서 학생들이 문의하는 것들에 대해서 성의껏 답해줘요.
이번 학기에도 열심히 준비했고, 수업 끝나기 전후로 선생님께 많이 배웠다, 덕분에 **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등의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이것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인사와 실제로 그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강사에게 큰 칭찬이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원동력이 돼요.
지난 학기 끝나고 새 학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지난 학기 학생한테 장문의 이메일이 왔어요. 선생님 수업의 이런저런 부분들이 정말 좋았다고 상세하게 나열하고, 그런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고 감사하다, 이번 학기에는 못 만났지만 다음 학기에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하도 장문이어서, 뭔가 부탁하려고 밑밥 까나?? 라는 의심도 잠깐 해봤는데, 정말 그냥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솔직한 느낌은 ….... 이제 와서? 당사자인 나한테? 이런 느낌이었어요.
저희 강의는 정말 수도 없이 많고(학기당 100개 이상), 강사들은 한 학기마다 평가받고 단기 계약을 거듭해요. 학생들 대상으로도 강의 평가를 하기는 하는데, 이것 역시도 워낙 강의/강사가 많으니까 크게 잘못하거나 크게 뛰어나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도 않고요. 만약 한 강의에서 이 학생의 메일 같은 강의 평가가 여러 개 나오면 달라지려나요? 여하튼 이 학생은 학기 말 강의평가조차 응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학기 끝나고 강사인 저한테 구구절절 강의 좋았다…라는 감사인사는, 네, 저도 감사하죠. 근데 기왕 강의가 좋다고 생각했다면, 강의 평가에 써 주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요.
제가 재단 측에 메일 전달하고, 이거 봐라! 나 이렇게 잘한다!! 그러니까 다음에도 나를 고용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메일 받는다, 나 괜찮은 강사다라고 말하기도 우습고요. 이런 익명 게시판에 두리뭉실하게 풀어놓는 것이 최대네요.
백화점에 갔을 때 직원이 무례하거나 일을 너무 못했을 때, 백화점 홈페이지에 항의하잖아요.
직원이 잘 했을 때, 그 직원에게 직접 인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백화점 홈페이지에 그 직원에 대해서 올려주세요. 그 직원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