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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칭찬도 제때 요령 있게 하면 더 좋겠어요.

마누카 조회수 : 1,461
작성일 : 2025-08-05 19:28:36

 

강사예요.

큰돈은 못 벌지만 가르치는 거 재미있고,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수업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해당 과목 관련해서 학생들이 문의하는 것들에 대해서 성의껏 답해줘요. 
이번 학기에도 열심히 준비했고, 수업 끝나기 전후로 선생님께 많이 배웠다, 덕분에 **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등의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이것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인사와 실제로 그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강사에게 큰 칭찬이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원동력이 돼요.

 

지난 학기 끝나고 새 학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지난 학기 학생한테 장문의 이메일이 왔어요. 선생님 수업의 이런저런 부분들이 정말 좋았다고 상세하게 나열하고, 그런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고 감사하다, 이번 학기에는 못 만났지만 다음 학기에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하도 장문이어서,  뭔가 부탁하려고 밑밥 까나?? 라는 의심도 잠깐 해봤는데, 정말 그냥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솔직한 느낌은 ….... 이제 와서? 당사자인 나한테?  이런 느낌이었어요.

 

저희 강의는 정말 수도 없이 많고(학기당 100개 이상), 강사들은 한 학기마다 평가받고 단기 계약을 거듭해요. 학생들 대상으로도 강의 평가를 하기는 하는데, 이것 역시도 워낙 강의/강사가 많으니까 크게 잘못하거나 크게 뛰어나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도 않고요. 만약 한 강의에서 이 학생의 메일 같은 강의 평가가 여러 개 나오면 달라지려나요? 여하튼 이 학생은 학기 말 강의평가조차 응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학기 끝나고 강사인 저한테 구구절절 강의 좋았다…라는 감사인사는, 네, 저도 감사하죠. 근데 기왕 강의가  좋다고 생각했다면, 강의 평가에 써 주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요.

 

제가 재단 측에 메일 전달하고, 이거 봐라! 나 이렇게 잘한다!! 그러니까 다음에도 나를 고용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메일 받는다, 나 괜찮은 강사다라고 말하기도 우습고요. 이런 익명 게시판에 두리뭉실하게 풀어놓는 것이 최대네요.

 

백화점에 갔을 때 직원이 무례하거나 일을 너무 못했을 때, 백화점 홈페이지에 항의하잖아요.

직원이 잘 했을 때, 그 직원에게 직접 인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백화점 홈페이지에 그 직원에 대해서 올려주세요. 그 직원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

IP : 213.55.xxx.128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8.5 7:31 PM (211.36.xxx.56) - 삭제된댓글

    흠...

  • 2. .....
    '25.8.5 7:33 PM (118.235.xxx.8)

    그러게요. 대학생이면 아직 어리니까 이해해주세요. 감사의 말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말이죠.

  • 3. 마누카
    '25.8.5 7:34 PM (213.55.xxx.128) - 삭제된댓글

    (글이 길어져서 댓글에)

    예전에 그룹 필라테스 강사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잘한다고 사장이랑 실장 있을 때 말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사장님은 강사가 너무 튄다고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그 소리 듣고 그냥 놔뒀다고 하더라고요.
    저 그만둘 때까지는 그 강사가 있었어요. :)

  • 4. ...
    '25.8.5 7:35 PM (211.36.xxx.19)

    흠... 안해도 될 성의 들였다가 괜히 밉보이기도 하네요. 명절선물도 그렇고...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를 마음에 새겨야겠어요.

  • 5. 그러니까
    '25.8.5 7:35 PM (185.220.xxx.97) - 삭제된댓글

    님한테 득될 거 없는 장문의 감사 편지라 별로라는 거잖아요.
    강사가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으면
    학생도 시간 내서 감사 편지 따위 안 썼을 건데 안타깝네요.

  • 6. 그러니까
    '25.8.5 7:37 PM (185.220.xxx.150)

    님한테 득될 거 없는 장문의 감사 편지라 별로라는 거잖아요.
    강사가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으면
    학생도 시간 내서 감사 편지 따위 안 썼을 건데 안타깝네요.

  • 7. 마누카
    '25.8.5 7:37 PM (213.55.xxx.128)

    (대학 강의 아니에요.)
    메일 주신 분이 30대, 심지어 프리랜서였거든요.

  • 8. 마자요
    '25.8.5 7:40 PM (58.231.xxx.145) - 삭제된댓글

    불평불만은 게시판에 가서 잘 쓰지만
    고맙고 감사한걸 쓰기는 쉽지않은듯해요
    저는 as기사님들 다녀가시면 일부러 홈페이지 들어가서 감사인사 써줍니다.
    학원은 생각못했네요
    게시판이 있었던가요? 감사하다고 떡보내드린적은 있네요

  • 9. 만일
    '25.8.5 7:40 PM (188.68.xxx.191)

    학생이 점수나 평가 받는 강의라면
    강의평가서에 감사 인사나 칭찬 쓰는 게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칭찬 써준 학생을 더 좋게 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니..)
    일부러 수업이 완전히 다 끝나고
    진심을 담아 편지로 준 걸 수도 있어요.
    저는 오히려 그 학생이 아부 못하는 깔끔한 성격으로 보입니다.

  • 10. 마누카
    '25.8.5 7:53 PM (213.55.xxx.128)

    별도로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 같은 것은 없어요.
    (전체 시험만 있음)
    저한테 잘보인다고 딱히 학생이 득 보는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순수한 감사인사예요.
    근데 그걸, 제때 요령있게 했으면 120%였을 텐데...싶은 거죠.

    나는 앞으로 그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분께도 제안해 보는 거에요.

  • 11.
    '25.8.5 8:03 PM (140.248.xxx.2)

    사람마다 감사를 느끼는 시점이 디른 이 분은 삶의 순간에 지금쯤 감사를 깊이 느꺘나보죠. 감사에도 이해득실이 있네요. 어렵다

  • 12. ...
    '25.8.5 8:08 PM (211.36.xxx.80)

    새학기 새 강사를 맞아보니 새삼 원글님이 참 잘 가르쳐줬구나 느껴져서 보냈나 보네요. 호의는 그냥 호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요령 눈치...이런건 참 미묘하고 주관적인데 인터넷 여파로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기준만 많아지고 결국 그 기준이 나에게도 들이밀어져서 점점 더 인간관계가 힘든 세상이 되는거 같아요.

  • 13.
    '25.8.5 8:42 PM (112.146.xxx.207) - 삭제된댓글

    글과 댓글을 다 읽고. 원글님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뭘 느끼셨는지 아주 잘 전달됐고 이해도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학생의 순수한 감사 인사를 순수하게 기쁘게 받아들여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원글님은 감사 인사에도 아쉬움을 느꼈고, 그 아쉬움의 가장 뚜렷한 요지는
    ’이제 와서 나에게 이렇게 고맙다고 한들 이게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되니‘인 거니까요.
    이득이 안 되니 고마운 말에도 고맙지가 않고 약간 어이없거나 ’타이밍 모르니…’ 싶기까지 한 것.

    안 그러면 안 될까요.
    마치, 꽃다발을 사 왔는데 ‘이거 뭐 먹지도 못하고 이걸 어쩌란 거니’ 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그 나이 먹고도 때를 잘 몰랐을 수 있죠. 강의 평가도 어쩌다 보니 지나쳤을 수 있죠.
    그러나 뒤늦게라도 고마움을 느껴서, 그건 표현하고 지나가는 게 그냥 지나가는 것보다 옳은 거라고 느꼈을 수 있죠…
    그냥, 아, 이게 나에게 사탕 한 알도 생기게 해 주진 않지만 기쁘기는 하다, 하고
    웃어 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원글님에게만이 아니라… 점점 세파에 찌들어 가는 제 모습도 함께 비춰 보며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않았을 그런 실리적 방향으로 변해 가는 제가, 너무 싫어요. ㅠㅠ
    세상 사람들과 제가 그렇게 변해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은 진심 그 자체로 이미 가치 있는 거예요.

  • 14.
    '25.8.5 8:46 PM (112.146.xxx.207)

    글과 댓글을 다 읽고. 원글님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뭘 느끼셨는지 아주 잘 전달됐고 이해도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학생의 순수한 감사 인사를 순수하게 기쁘게 받아들여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원글님은 감사 인사에도 아쉬움을 느꼈고, 그 아쉬움의 가장 뚜렷한 요지는
    ’이제 와서 나에게 이렇게 고맙다고 한들 이게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되니‘인 거니까요.
    이득이 안 되니 고마운 말에도 고맙지가 않고 약간 어이없거나 ’타이밍 모르니…’ 싶기까지 한 것.

    안 그러면 안 될까요.
    마치, 꽃다발을 사 왔는데 ‘이거 뭐 먹지도 못하고 이걸 어쩌란 거니’ 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그 나이 먹고도 때를 잘 몰랐을 수 있죠. 강의 평가도 어쩌다 보니 지나쳤을 수 있죠.
    그러나 뒤늦게라도 고마움을 느껴서, 그건 표현하고 지나가는 게 그냥 지나가는 것보다 옳은 거라고 느꼈을 수 있죠…
    그냥, 아, 이게 나에게 사탕 한 알도 생기게 해 주진 않지만 기쁘기는 하다, 하고
    웃어 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원글님에게만이 아니라… 점점 세파에 찌들어 가는 제 모습도 함께 비춰 보며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않았을 그런 실리적 방향으로 변해 가는 제가, 너무 싫어요. ㅠㅠ
    세상 사람들과 제가 그렇게 변해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은 진심 그 자체로 이미 가치 있는 거니까요.

  • 15. ...
    '25.8.5 8:52 PM (211.234.xxx.39)

    원글의 순간 스쳐지나가는 그 마음이 이해되지않는건 아니지만, 그걸 이렇게 표현하신 글을 읽으니 그 학생의 시간이 아깝고 원글은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이야말로 자기에게 이득될것도 없는데 순수하게 강사의 기쁨을 위해 시간내어 긴 감사의 글을 쓰지 않았을까요? 그걸 받고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본인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하시는 원글님은..어휴 너무 별로.

    글쎄요
    저나 제 가족이 원글같은 선생님은 안만났으면 합니다
    남의 진심과 시간을 한순간에 별거아닌걸로 만드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너무 후지네요
    속으로 순간 지나가는 기분 정도로 정리하시지 그랬어요
    뭐 기분좋은 팁이라고 글까지 써서 가르치려 드나요?

  • 16. 9999
    '25.8.5 9:12 PM (118.235.xxx.195)

    요령 눈치
    저는 그런 거 되게 피곤합니다.
    그런 거 님 말 대로면 제때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요.
    님 사람 가르치지 마세요.
    저는 가르치는 일이 그냥 일이 아닌 것 같거든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고 사람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직업 선택할 때 남 가르치는 일은 안 했어요. 그런 일은 더 성의있고 정성스럽고 멋진 사람들이 해야 할 것 같아서요.

    :) 이런 기호 남기면서 어린 나이에 진심 보인 사람한테 요령이 없느니 어쩌구 하면수 쿨하게 사는 분에게 진심을 논하는 게 좀 필요없이 느껴지긴 하는데요.
    고마워했으면 고마워했구나 넘기면 돼요.
    시기에 안 맞았으면 아쉽네 하면 돼요.
    억지로 웃는 기호 써가면서 여기다가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오버예요.
    남들이 다 자기 뜻대로 살지 않아요.
    그 학생 이 글 보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민망하고.
    이 글 안 전해질 것 같나요?
    어디서 퍼갈 겁니다.
    이해득실, 시기, 때, 눈치껏
    글쓴이나 많이 하세요.
    무슨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구구절절 진짜 별로예요.

  • 17. 00
    '25.8.5 9:26 PM (1.242.xxx.150)

    그 이메일 보낸 학생 불쌍하네요

  • 18. ..
    '25.8.5 9:55 PM (211.60.xxx.205)

    그 학생은 시간 들여 장문의 진심을 전했는데
    강사가 그 칭찬을
    때 모르고 요령 없다고 받아들인 걸 알면…
    슬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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