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브루클린에서 일년 살기

저도 조회수 : 2,790
작성일 : 2025-08-04 10:00:15

어쩌다 전혀 좋아하지 않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뉴욕에 1년을 살게 되었어요. 일 관계로요.

저는 직장에서 지원이 되는데도 정신 사나운 맨해튼에 살 마음이 전혀 없어서 브루클린을 택했어요. 그나마 좀 거리를 두고 싶어서요. 

그런데, 처음 선택한 동네가 멀리 떨어진 유대인 마을이었어요. 저 위에 영화얘기 하는데 그 때 기억이 생각났네요. 전 순진하게 재밌겠다, 그래서 거기에 집을 얻었는데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모든 주민들이 그 복장을 착용하고 지내요. 남자는 길게 기른 배배 꼬인 머리에 모자. 여자는 똑같은 단발인데 알고보니 모두 가발이래요. 여자의 머리카락은 불경하다고 다 삭발하고 가발을 쓰는 거래요. 의복은 올 블랙, 몸 전체를 가리는데 집중. 

 

제가 마트에 들어가면 완벽한 투명인간이 되더라고요. 그나마 젊은 여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제가 뭘 물어보면 대답해 주는 사람은 그녀 한명. 그러나 토요일이 되면, 저희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어요. 안식일에 기계를 조작하면 안 되는데 에어컨을 켜달라 오븐을 켜달라 유대인이 아닌 사람은 그 동네에 저희 밖에 없으니 토요일마다 남편이 무지하게 바빴죠. 처음엔 좋은 뜻으로 도와드렸는데 토요일마다 너무 수요가 넘쳐나서 나중엔 맥주 한 캔씩 받는 걸로. 저희가 요구한 건 아니고 그분들끼리 암묵적 동의를 그렇게 봤나봐요. 모두다 패밀리이다 보니 합의도 빠르게 이뤄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토요일 반납, 남편은 맥주 벌이 그걸 마시는 건 대체로 저. 

 

근데 지내다 보니 너무 우울해져서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로 집 얻어서 나왔어요. 이웃과 소통도 하고 정상적인 인간취급을 받고 사는 게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고요

IP : 182.231.xxx.8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린이날
    '25.8.4 10:03 AM (124.59.xxx.130)

    악 원글님 너무 웃겨요 무슨 순풍산부인과 코메디처럼 맥주벌이라니 ㅋㅋㅋ아 엘에이 아리랑, 아니 거긴 브루클린 아리랑?

  • 2. 오와
    '25.8.4 10:03 AM (175.192.xxx.40)

    드문 경험 하셨네요.
    이런 이야기 재미있어요.
    소소하지만 독특한 경험들...자주 글 남겨 주세요.

  • 3. ...
    '25.8.4 10:06 AM (119.71.xxx.80)

    어머나, 제가 마침 교정지 작업하다가 그런 부분을 읽게 되었어요.
    안식일에 유대인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게 고용된 비유대인을
    '샤베스 고이(Shabbes goy)'라고 한대요.

    난데없이 그 역할을 하셨군요. -_-

  • 4. ㅇㅇ
    '25.8.4 10:07 AM (219.250.xxx.211)

    정말 이상한 경험이네요 저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는데
    다들 같은 경건한 복장 같은 표정
    대화가 오가는데도 이상하게 침묵에 싸인 듯한 분위기
    제가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어요
    고요하고 평온한데 이게 워지 하는 느낌 속에서 지냈어요

  • 5. 어린이날
    '25.8.4 10:08 AM (124.59.xxx.130)

    갑지기 이런 궁금증이. 그러면 그 동네에서 비유대인이 비지니스를 하면 안식일에 매출이 확 몰리고 그럴까요? 독점 공급하게 된다는 가정하에.

  • 6.
    '25.8.4 10:16 AM (182.231.xxx.83)

    그 동네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가게는 역시, 중국집. 연중무휴.

  • 7.
    '25.8.4 10:40 AM (210.96.xxx.10)

    ㅎㅎㅎ
    저도 뉴저지에 살때 식스 플래그라는 놀이공원에 연간 회원이라서 주말마다 놀러갔는데
    하루는 유대인 할인행사였는지
    온 놀이공원 전체에 유대인들이 단체관광을 왔더라구요
    귀밑 돼지꼬리 머리에 머리에 빵모자 쓰고
    위에 흰색 셔츠 아래 검정바지
    여자들은 묶어서 망에 넣거나 단발
    할아버지부터 아장아장 걷는 애기들까지 전부 그 복장인데
    그날 종일 영화 속에 와있는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ㅎㅎㅎ

  • 8. 인생무념
    '25.8.4 10:54 AM (112.169.xxx.139)

    와.. 신기한 경험이네요. 이상하기도 하고.. 인종차별하거나 무시하거나 하지 않으면 견딜만은 할것 같아요.

  • 9. 우와
    '25.8.4 11:22 AM (211.234.xxx.196)

    설마 하시디즘 사람들 사시는 동네에서 사신 건가요? 그 사람들 진짜 여성 차별에 끔찍한 전통주의에 사로 잡힌 사람들. 넷플에 베를린에서 라는 작품에서 아주 생생하게 보여줬었죠. 저도 미국에서 학교도 다니고 꽤 살았는데 유대인들은 정말 정은 안가요. 우월주의에 자기네끼리 밀어주고 은근 배금주의에 이스라엘이라면 껌벅 죽고. 인간미가 좀 떨어지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나마 나이스했던 유대인들은 카톨릭 이런 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었어요.

  • 10. ..
    '25.8.4 11:42 AM (106.102.xxx.13)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색적인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11. 쓸개코
    '25.8.4 3:01 PM (175.194.xxx.121)

    당시 원글님 가족은 스트레스 받으셨겠는데.. 저도 약간 시트콤처럼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ㅎ
    당사자는 허락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합의보고 막 사람을 부리는군요;

  • 12. 파크 스로우프
    '25.8.4 4:16 PM (61.79.xxx.230)

    그동네 넘 맘에 들었어요. 전 여행간거지만
    인턴 영화 배경인 동네
    진짜 미국 전형적인 중산층 동네 작은 빵집 카페 등등
    사람사는게 느껴지는 동네였었어요.

    저도 근방 다니면서 유대인들 모나미 복장하고 다니는거 많이 봤어요.

    살고 싶던 동네 나오니 반가워서 댓글 답니다.

  • 13. ..
    '25.8.4 8:33 PM (58.148.xxx.217)

    PARK SLOPE, BROOKLYN NEW YORK

    참고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2642 조국 사면 반대하는 여당인사, 누군가요? 58 기막힘 2025/08/04 6,583
1742641 한달뒤 미국 가는 아이 치아교정이요 13 엄마 2025/08/04 2,335
1742640 당근 5키로 보관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4 2025/08/04 1,383
1742639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실 -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 ../.. 2025/08/04 487
1742638 스미싱 링크를 클릭 했어요 도와주세요 1 ㅇㅇ 2025/08/04 928
1742637 이제 여름엔 폭우 아니면 폭염이네요 1 ㅇㅇ 2025/08/04 989
1742636 쿠팡 해지시 혜택 사라짐 6 ㅇㅇ 2025/08/04 3,527
1742635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16 ........ 2025/08/04 2,034
1742634 자녀들, 라면 얼마나 자주 먹나요. 6 .. 2025/08/04 2,887
1742633 8세 아동에 신체부위 사진 전송···대법 “아이가 안 봐도 처벌.. 7 ㅇㅇ 2025/08/04 2,891
1742632 곽튜브 너무 싫어요 78 싫오 2025/08/04 38,372
1742631 요양병원 실비 혜택은 조건이 있나요? 1 ㅇㅇ 2025/08/04 808
1742630 개인병원내과 월요일이 1 환자들 2025/08/04 826
1742629 친구들이 보자고 하는데, 같은 맘으로 응하지 못하는게 힘에 부치.. 16 Djgk 2025/08/04 4,445
1742628 라꽁비에트 버터 19 ㅇㅇ 2025/08/04 4,147
1742627 새차샀을때 부모님 반응 19 11나를사랑.. 2025/08/04 5,938
1742626 얼굴 기미가 흐려졌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14 아뭏튼 2025/08/04 5,640
1742625 저 이글 보고 울어요 17 ........ 2025/08/04 6,338
1742624 전화 한번 걸었더니 법률사무소에서 제 카톡을 등록했나보네요 2 ........ 2025/08/04 2,029
1742623 이혼하면서 남편 잠옷 챙기는 여자..너무 슬퍼요 8 ㅜㅜ 2025/08/04 5,964
1742622 콘크리트벽엔 못을 1 ㅇㅇ 2025/08/04 562
1742621 에어컨 가스 빠지면 찬바람 아예 안나오나요? 2 곰탱이 2025/08/04 1,478
1742620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선민, 4+1 개혁안의 공동추진을 제.. 1 ../.. 2025/08/04 690
1742619 쿠팡에서 오는 메시지 피싱일까요? 1 피싱 2025/08/04 867
1742618 이 논평 보고 안웃으시면 82 일주일간 쉴게요 13 .. 2025/08/04 4,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