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하고 살았는데 50 들어서면서 갱년기에 폐경에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쳬력이 달리더라고요
그래서 pt를 2년 열심히 하면서 도파민 샤워도 맞아보고 그래서 얼굴 벌개지고 땀범벅으로 끝나면 허허실실 머리에 꽃 단 광녀도 되어보곤 했었죠
중독의 희열과 무서움도 알게되고 (무서운 건 운동을 안하면 몸이 찌뿌둥 괴로워 어떻게든 몸을 쓰게 된다는 것)
이후엔 알아서 혼자 운동하다가 나이 60을 코앞에 두고 다리를 다치면서 재활 필라테스를 시작한지 1년 반
열심히 해서 다리도 회복되고 레벨도 초급에서 상급으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며칠 전 운동을 하다 이 악물고 마지막 횟수를 채우는데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지면서 제가 필라테스 하는 건물 어느 곳이 아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어떤 공간으로 이동한 느낌인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꼭대기에서 나 혼자 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흰 구름을 발 아래 두고 혼자 눈감고 앉아 있자니 폭포수가 머리 위로 우르릉쿠와앙 하며 쏟아지는 느낌..
너무 신기해서 멍하니 있었는데 필라테스 쌤이 ㅇㅇ님 물 좀 드시고 다음꺼로 넘어간다고 했는데 처음에 그 소리가 잘 안들리고 선생님은 눈 앞에 있는데 마치 다른 세상 유리벽 너머에서 저를 보며 입만 벙긋거리는 느낌..
나중에 정신차리고 그 얘기를 쌤에게 했더니 넘 신기하다고.. 물론 진짜 신기한 사람은 저였죠
분명 연습실 안인데 사방에서 소리도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지고 나 혼자만 존재하면서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느낌!
그러다 어제 브래드 피트 (소니 해이스 역) 나오는 영화 F1을 4D로 봤는데 마지막에 소니가 온힘을 다해 초집중해서 달려요
레이싱 특성상 레이스카가 바닥을 긁으며 우당탕거리며 초고속으로 달리고 회전하는데 극장 의자는 그 느낌을 잘 살려서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고..
그러다 마지막 랩에선 갑자기 극장안이 고요해지며 아무 소리가 안 들리고 의자에서 땅 긁는 느낌이 사라지며 하늘을 나르는듯 슈웅~ 부드럽게 움직여요
그때 영화 속 누군가 말해요
소니는 지금 달리는게 아니라 날고 있다고..
저는 속으로 중얼거렸죠
'소니, 너도 도달했구나. 그 곳에.. ㅎㅎ'
생전 처음 경험한 '그 맛'을 알아버렸으니 이제는 모른척 할 수 없는...
나이들면 무슨 재미가 있냐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이 나이까지 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매년 한두개씩 알게 되고 만나게 되어서 나이드는게 나쁘지 않고 앞으로 또 무엇을 알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이 커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