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냉장고 야채칸 정리하고 휴식타임

소소한 행복 조회수 : 1,234
작성일 : 2025-08-02 13:31:05

애들 독립하고 남편은 시가에 살아서 혼자 지낸지 꽤 됐는데 어느 새 우울이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었어요

더워서 집안에만 있어서 그런가싶어 외출 해 봤지만 너무 덥기만 해서 집에만 있는게 이유는 아닌가보다 했어요

 

지난달 우연히 알게 된 비구니 스님 두분이 따로 독립해서 충청도 산골에서 살게 되었다며 놀러오라고 농담처럼 하신 말을 덥썩 붙들고 무작정 찾아 갔어요

 

한여름 땡볕에 에어컨도 없이 텃밭 농사 짓고 동네 농사일 도우며 품삯 받은걸로 생계를 꾸린다는 데 너무 행복해 보이는거예요

텃밭 농사래도 두분이 드실 양보다는 훨씬 많아서 삼시세끼 옥수수 감자 호박 토마토 자두..남들 나눠주고 남은 못생긴 걸로 먹는데도 먹을만 하더라구요

다음날 점심때 에어컨도 없는 그 집에서 점심 먹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혀서 제가 맛있는 점심 대접하겠다고 제일 맛있는 음식점 가자고 졸랐는데 집에 먹을게 넘쳐 나는데 왜 돈을 쓰려 하냐며 그냥 콩국수라도 해먹자 해서 콩국수 해 먹었어요

음식솜씨는 없어서 맛은 없었지만 그게 또 맛이라더라구요ㅎ

더워서 하룻밤만 자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때 그 자연의 맛이 입안을 새로 태어나게 했는지 매일 배달 음식 시켜 먹던 제가 그후로 배달 음식을 끊었어요

제일 맛있는거 골라서 찾아먹던 입맛이 그냥 조리 안해도 도,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먹을만하다고 깨달았던거 같아요

감자 에어프라기에 돌려서 쪄 먹고 단호박 옥수수 쪄먹고, 농협에서 토마토 복숭아 자두 시켜서 먹고 하다보니 점점 냉장고안에 방치됐던 식재료들이 생각나더라구요

냉장고에서 시어가는 김치 꺼내서 생선조림 해 먹고, 사놓기만하고 한번 먹고 남겨뒀던 만두, 돈가스, 어묵도 하나씩 다 먹으면서 처리했어요

 

시어머니가 주신 고추가루가 많이 있는데 고추가루는 냉장고에 두고 김치는 매일 사먹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우하나 사서 깍두기도 담았어요

 

미니멀 유튜브를 몇개 들으며 요리하다보니 집안 구석구석 다시 꺼내 손보고 싶은 생각도 올라와서 하나씩 정리하는 중이예요

오늘은 냉장고 야채칸 정리했네요

 

3일동안 책도 한권 다 읽고 다시 다른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는데 집안에만 있어 우울한게 아니라 집안이라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 잠깐 재활용 쓰레기버리러 나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도 땀이 줄줄 흐르더라구요

 

우울할때 미니멀 유튜브 골라서 들어 보세요

며칠 보다보면 나중엔 나도 하고 싶어져요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니 참 재밌네요

배달음식은 아직도 전혀 안땡겨요

생쌀을 씹어먹을지언정 다시는 그렇게 안살거 같애요

저도 참 희한한 일이야...라고 생각한답니다

IP : 121.130.xxx.24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어컨 선물
    '25.8.2 1:37 PM (61.72.xxx.57)

    오, 이런 글 좋아요. 비구니 스님들 사시는 모습 보고 좋은 영향을 받으셨네요. 남이 그렇게 사는 거 봤다고 금방 실천되는 거 아닌데 대단하세요. 저도 내일은 감자 쪄먹을래요

  • 2. 저에게
    '25.8.2 1:41 PM (211.206.xxx.191)

    필요한 글입니다.
    음식은 저도 맛없는 그 맛을 좋아해서 외식, 배달식, 밀키트 다 별로.

    살림이야 말로 정리해야 해서 미니멀 유투브 볼게요.
    아름다운 가게 보내려고 박스 3개 완성했습니다.
    갈 길이 멀어요.ㅠ

    오늘도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보내요. 우리.

  • 3. 에어컨
    '25.8.2 1:50 PM (121.130.xxx.247)

    선물 좋네요
    생각 못했어요
    전기세 아까워서 거의 틀지 않으실거 같긴한데 제가 놀러가려면 필요하다고 하시면 설치 하는거 말리지는 않을거 같애요

    집안에 관심을 두니, 내면에 관심이 가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쫓기지 않아서 좋아요
    하루에 조금씩 해도좋고 안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유기견 구조해주는 유튜브 보면서 마음 힐링하고, 하루 열페이지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책 읽고, 책 읽으면서 한줄한줄 글쓴이 마음을 음미해 보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참 좋네요

  • 4. ...
    '25.8.2 2:20 PM (220.65.xxx.99)

    그런데, 그때 그 자연의 맛이 입안을 새로 태어나게 했는지 매일 배달 음식 시켜 먹던 제가 그후로 배달 음식을 끊었어요

    제일 맛있는거 골라서 찾아먹던 입맛이 그냥 조리 안해도 도,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먹을만하다고 깨달았던거 같아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무 좋으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38990 치과에서 사기 당했습니다 127 ㅇㅇ 2025/08/02 22,382
1738989 조국사면) 조국은 대단하고 조민은 더 대단하네요 34 .. 2025/08/02 5,107
1738988 30,40년된 아파트는 어떻게 될까요? 12 ... 2025/08/02 4,382
1738987 냉장고 냄새 확실히 잡는법 있나요? 9 Gigi 2025/08/02 1,903
1738986 늦은 나이에 공부중인데요....ㅜ 11 공부 2025/08/02 3,535
1738985 여기 강동인데 비와요 11 ㅇㅇ 2025/08/02 3,507
1738984 요맘때 아이스크림을 10개나 질렀어요;; 14 정신차리니 2025/08/02 3,270
1738983 어제 자게에서 온누리 수산시장 행사 보고 오늘갔다왔는데요 4 대박이다 2025/08/02 1,880
1738982 비행기좌석 미리 지정? 15 ... 2025/08/02 3,477
1738981 챗지피티에 아이험담한걸 아이가 봤어요 35 ... 2025/08/02 6,733
1738980 폰 새로 바꿨는데 모바일 신분증 동사무소가서 다시발급? 2 .. 2025/08/02 1,476
1738979 남자대학생 사촌 결혼식 복장 7 Zzz 2025/08/02 1,439
1738978 냉장고 야채칸 정리하고 휴식타임 4 소소한 행복.. 2025/08/02 1,234
1738977 진짜 개독들 선을 넘네요 (초등생 세뇌) 10 82 2025/08/02 2,044
1738976 모든게 성의없는 남편 8 허허허 2025/08/02 2,668
1738975 추억의 디스코 I love the nightlife 알리시아 브.. 3 ㅇㅇ 2025/08/02 736
1738974 장롱면허 도로 연수 하는 거요 1 2025/08/02 993
1738973 부모님 모시고 부산 파라다이스 vs 아난티 어디가 더 좋을까요 16 ddd 2025/08/02 3,118
1738972 결혼식 답례 16 ㅇㅇ 2025/08/02 2,258
1738971 우체국 등기 다음날 까지 도착하려면 13 ... 2025/08/02 1,097
1738970 여행 다녀오고 살 빠졌어요 4 ... 2025/08/02 3,325
1738969 고견부탁드립니다 5 .... 2025/08/02 1,156
1738968 복분자청 1 .. 2025/08/02 548
1738967 후무사자두 큰거 하루한알 8 2025/08/02 2,511
1738966 위궤영과디카페인커피 1 j가을 2025/08/02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