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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쪽파녀와 고수남(긴 글)

맞교환 조회수 : 1,906
작성일 : 2025-07-12 17:47:43

엄마가 김치 거의 다 드셨대서 엄마 댁으로

열무3단+얼갈이2단+쪽파1단을 인터넷으로 한 농장에서 주문했어요.

 

요즘 날이 더우니 금방 절여지니까 택배 올 즈음에 시간 맞춰서 버무리신다고 양념도 슬슬 준비하셨지요.

 

택배 도착 문자가 제게 오고 얼마 후

엄마가 전화를 하셨어요.

쪽파가 안 오고 무슨 미나리 같은 것이 왔다고.. 엄마 사시는 동네는 채소 사기가 쉽지

않으니 엄마가 난처해 하시더라고요.

김치에 쪽파 안 들어가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분이라 저도 대략 난감...

 

사진을 받아보니 그거슨....고수!

판매자에게 톡톡으로 문의하니 곧바로 전화가 왔어요. 고수 대신  쪽파를 받았다는 분 한테 연락이 와서 아! 서로 바뀌어 출고가 됐구나 싶어 전화를 기다리신 모양...

죄송하다고 사과를 연신하시더라구요.

시간상 당일 출고는 끝난듯 했고요.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그 고수 주인은

어디 사냐 하니 개봉동...저는 안산...

주소를 보니 선술집 같더라구요.

판매자분께 제가 개봉동으로 고수 들고 갈테니 쪽파랑 바꾸자고 전해달랬어요.

판매자분은 날도 더운데 안 된다고 만류를...그런데 그 고수 주인은 고수가 급한 것 같더라구요... 잠시 후 연락이 왔어요. 고수 주인은 당연히 그래주면 너무 감사하다고...

 

판매자분께 그 분 연락처를 받고 제가 직접

전화를 걸었어요. 고수...남이더라구요.

저는 쪽파...년데 ㅋㅋㅋ

 

개봉역에서 1번 마을 버스 타고 삼원목욕탕에서 내리면 가게가 바로 있다고...

5시 전이면 고수남이 개봉역으로 오겠대요.

그런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직접 가게로 가겠다고 했죠.

 

엄마 집에 가서 고수 담긴 스티로폼 상자 받아 서해선 지하철 역에 도착.

6시 가까이 되니 주차비가 공짜!

아싸~~데헷!~~

와~~~~서해선 지하철 안 너무 시원해서 행복! ㅡ소사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환승하고 개봉역에서 하차ㅡ1번 마을 버스 탔는데 또 너무 시원함, 물어물어 삼원목욕탕 앞에서 하차ㅡ앗! 목적지가 시야에 들어옴 ㅡ딸랑 하고 들어가니 고수남이 반갑게 맞아줌ㅡ얼음물 한 컵 시원하게 얻어 마시고 갔던 길 다시 되짚어 와서 엄마께 무사히 쪽파 전달,  미션완료!

 

집에 도착해 지하 주차장에서 차 대고 있는데

판매자분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하고 뭐라 고맙단 얘길해야할 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면서 뭐 좋아하시냐고..고추 농사도 좀 짓는데 고추 보내주겠다 하시길래 각자 필요한 것 잘 찾아갔음 됐으니 저는 괜찮다..다음에 혹시 열무시키면 열무나 한 단 더 넣어주세요 했죠. 그랬더니 그럼요, 그럼요  드리고말고요 그러시는데 마음이 찡했어요.

 

그런데 아 글쎄...

좀전에 고추가 배달이 됐다고 엄마가

연락을 주셨어요. 판매자분이 보내신 거죠.

놀라서 문자를 드리니 너무 감사했다고 건강하시라 답장이 왔어요.

저 이젠 엄마한테 고추 받으러 가야해요 ㅋㅋ

 

저 어제 고수남한테 가는데

남편이 퇴근했는데 제가 없어서

또 숨은 줄 알고 안방 농장 다 뒤지고,

방문 뒤 다 뒤지고,  베란다 창고까지 뒤졌는데 진짜 없으니 어디냐고 연락이 왔어요.

 

이래이래서 쪽파 찾으러 간댔더니 

이런 반푼이가 있나 하는 듯한 반응...

어젯 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어찌나 잘 자던지라며 남편이 놀리더라구요.

 

아무튼 저는 이제 고추 찾으러 갑니다요~~

고추장아찌 도전해 보려고 김대석 쉐프님 영상 백 번은 봤나보네요 ㅋㅋ

 

82님들 주말 잘 보내세요~

 

IP : 210.182.xxx.217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더운데
    '25.7.12 5:55 PM (125.178.xxx.152)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훈훈하고 만족스런 결과도 얻으셨고요
    고수남은 님 아니었으면 정말 그 날 장사 못 할뻔 했어요 ????

  • 2. goldenwisdom
    '25.7.12 5:59 PM (120.17.xxx.89)

    재밌는 글 잘 읽었어요! 단편소설 한 편 읽은 느낌이에요. 원글님의 긍정 에너지가 느껴지네요.고추짱아찌 맛있게 하시길~

  • 3. 쓸개코
    '25.7.12 6:01 PM (175.194.xxx.121)

    글 읽는데 서로 서로 둥글둥글 참 좋아보이고 재미도 있고요 ㅎ
    평소 장난좀 치셨나봐요 ㅎ 남편분 장롱까지 뒤지시고 ㅋ

  • 4. 좋다
    '25.7.12 6:18 PM (59.13.xxx.164)

    재밌다재밌다
    원글님 귀엽네요ㅎ

  • 5.
    '25.7.12 6:18 PM (1.235.xxx.172)

    세상 님처럼 살면
    모두 모두 행복해지겠어요~~
    감사합니다~~

  • 6. 호호
    '25.7.12 6:22 PM (121.200.xxx.6)

    이 더위에 왔다갔다 짜증날 법 한데
    긍정적 성격이 읽는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요.
    원글님 사시면서 복 많이 받으실듯 합니다. :)

  • 7.
    '25.7.12 6:24 PM (1.231.xxx.8)

    원글님 너무 귀여워요.
    덕분에 저두 유쾌해졌어요~

  • 8. 세상에
    '25.7.12 6:45 PM (118.235.xxx.3)

    원글님같은 분만 계시다면
    참 따뜻하고 평화로울 것 같아요.

  • 9. 쪽파녀
    '25.7.12 6:46 PM (210.182.xxx.217)

    히히히 즐거우시다니 고맙습니당~~

    네, 제가 가끔 잘 숨어요~~ㅋㅋㅋ

  • 10. 아..
    '25.7.12 6:52 PM (210.105.xxx.211)

    나같은 성격은 짜증내고 따지기 부터 했을텐데..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해도 되는군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1. 아..
    '25.7.12 6:55 PM (210.105.xxx.211)

    딸내미집이 은계신도시에서 개봉역으로 이사가서 아는 지명들이 나오니 더 재밌네요.
    개봉역에 코스트코 생겨서 많이 좋아졌드라고요.
    전 마을버스 5번 이용자라 ㅋ

  • 12. 대단하심
    '25.7.12 6:58 PM (182.215.xxx.73)

    선하고 긍덩적인 마인드를 갖고계시네요
    덕분에 모두가 해피엔딩

  • 13. 앗!!
    '25.7.12 6:59 PM (180.69.xxx.152)

    저는 그 고수남은 지금 제 옆에서 드르렁 코 골며 자고 있습니다....라는 결말인 줄...

    서해선 등장씬 부터 앗~ 이러면 안 되는데??? 했더니 역시나...ㅋㅋㅋㅋㅋㅋ
    (우리 동네 서해선 라인...)

    더운데 고생하셨네요...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

  • 14.
    '25.7.12 7:01 PM (121.166.xxx.251)

    이 폭염에! 대단하십니다
    원글님같이 긍정적이고도 능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머님이랑 가게사장이랑 판매자까지 몇명을 살리신건지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재출고나 환불해주기 때문에 손해가 많고요, 다들 항의하느라 난리지 원글님처럼 먼길 물건들고 직접 왔다갔다 하지않아요
    쉽지 않은 일 하신거예요

  • 15. 아깝...
    '25.7.12 7:03 PM (124.53.xxx.169)

    처녀 총각이었다면 ...ㅋㅋㅋ

  • 16. ditto
    '25.7.12 7:07 PM (118.41.xxx.78)

    우와 오래간만에 사람 사는 냄새?나는 글 읽어요 ㅎ
    향기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냄새라 표현해야 더 어울릴 듯한 ㅎㅎ
    이렇게 사는 거죠 조금도 손해 안 보려고 아등바등 사는 것보다 조금 나사빠진 것 같아도,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저는 이렇게 사는 게 넘 좋더라구요 이렇게 소박한 인생에 감격해하는 나란 사람을 이 ㅈ같은 세상이..ㅋㅋㅋㅋ

  • 17. 쪽파녀
    '25.7.12 7:08 PM (210.182.xxx.217)

    마을버스가 순서대로 1, 2, 3, 4. 있는 거
    같더라구요. 역시 서울은 좋구나 했다는요~~ㅋㅋ

    제가 시골 군 출신 촌녀라서요.
    농작물들 보면 아까워요.
    고수를 먹을 줄 알았다면
    제가 대충 먹고 쪽파는 사다드렸을텐데
    전 고수 안 먹거든요.
    처음엔 동네 쌀국수 집에 쓰시라고
    갖다드리고 말랬는데 고수남이 장사하는 사람이란
    얘길 들으니 제가 다녀오는게 낫겠더라구요.

    드라마같으면
    쪽파녀인 저는 미녀, 고수남은 미남
    이래가지고 쪽파녀가 고수남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서로 반하고.. 고수남은 그날 장사 때려치고
    저 안산에 데려다준다 하면서 안산 가다가 동해로
    빠져서 해돋이 보네 어쩌네 했을텐데...

    저는 50넘은 아짐..고수남은...음....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요 ㅋㅋ

  • 18. ...
    '25.7.12 7:44 PM (39.117.xxx.28)

    원글님은 고추장아찌보다 글을 더 쓰셔야합니다.
    이 더운날 이렇게 유쾌한 미담 감사합니다.

  • 19. 아~~~
    '25.7.12 7:46 PM (223.39.xxx.211)

    와우 쪽파녀ᆢ뭐지?ᆢ너무 재밋어요
    글ᆢ읽다 수필읽는줄ᆢ

    먀무리는ᆢ드라마같아야하는데요 아쉽ᆢ^^

  • 20. ..
    '25.7.12 7:49 PM (106.101.xxx.205)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죠?ㅋㅋ

    2025년 한국에서 이런 글을 읽다니
    원글님 함 만나보고 싶네요.
    인생에 여유가 넘치고 넘치심!!
    친구하고 싶네요.

  • 21. 진짜
    '25.7.12 8:48 PM (58.234.xxx.216)

    너무 멋지십니다!^^

  • 22. blues
    '25.7.12 8:49 PM (112.187.xxx.82)

    뭔가 로맨스 삘이 나서 끝까지 읽었는데
    기대힌던 로맨스는 없지만
    휴머니티 뿜뿜이니 작은 감동이군요 ㅎㅎ

  • 23.
    '25.7.12 9:20 PM (125.132.xxx.74)

    남편이... ㅎㅎ
    앞부분 읽으면서 로맨스소설인가 했는데
    남편보고 현실이구나 했어요. ㅎ

  • 24. 모모
    '25.7.12 9:46 PM (112.167.xxx.96)

    더운날 짜증날수 있는데 유쾌하신 원글님 칭찬합니다
    그런데 저..그 판매자분 알꺼 같아요 혹시 농라에서 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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