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어머니 오랜 투병 중이셔서 제가 대학병원 모시고다녀요.
얼마전 진료가 있어서 병원입구에 내려드리고
(거동이 불편해 잘 걷지못하십니다)
저는 다시 주차를 하러 온 병원안을 빙글빙글 돌다가
어렵게 주차를 하고
진료시간 늦을까 허겁지겁 병원 건물로 들어가서
휠체어 빌리고 입구에 앉아계신 엄마 태워서
진료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휠체어를 미는 순간
문 틈 사이로 아주 깊은 바닥이 보이는거예요
엄마랑 저 둘만 타게 됐는데
정말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이대로 엘리베이터가 추락해버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얼른 제 자식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없으면 그냥 이렇게 죽는것도 괜찮겠다
그런데 아이는 아직 내 손길이 필요하니까
내가 없어지면 아이가 슬플테니
고개를 휘저어 생각을 떨치고
진료 보러갔어요
잘 걷진 못하지만 집안에서 혼자 일상생활 하세요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요
한달에 한두번 병원 갈때마다 회사에 복귀시간을
못 맞출까 늘 불안해요
애는 하교하고 밥은 먹었는지...
내 젊은 시절이 이 병원에서 다 지나갔구나 싶고
주말에도 아무데도 못가고 엄마한테 가서 살림을
돌봐드려야하고 이런 시간들이
한편으론 이렇게라도 살아계셔 다행이다하면서
병원 갔다 오는 날은 늘 차에서 운전하면서
눈물이나요 이게 어떤의미의 눈물인지 저도 잘모르겠어요
정신과를 가보려했지만 왜이리 대기는 많은지
직장인으로 쓸수 있는 최대한의 외출시간을
엄마 병원가는데 다 쓰기때문에
제 건강검진도 받지 못하고있고
아파도 참으며 살아요
애는 상대적으로 방치되구요
그냥 어떤 감정인지를 모르겠어요
요즘 들어 대학병원가면 주변을 유심히 보는데
70대 할아버지 할머니가 90대 부모님을 휠체어에
태워 진료실 들어가시거나
간호사들의 친절을 가장한 묘한 짜증을
80대 혼자오신 환자분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
쩔쩔매는 것도 보게되고
그나마 제일 나아 보이는건 노부부가 지팡이짚고 서로
의지하며 진료실 앞에 앉아계신거였어요
부부중 어느 분이 환자인지는 알수 없었어요
한분은 보호자로서 오신거겠죠
한편으론 저 연세에도 함께 병원오시니
다행이다 싶고 자식들은 먹고사는게 바쁘니
저렇게 힘들게 걸으시면서도 우리가 알아서한다
오지마라 라고 하셨을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싶지
않은 마음도 보이는것 같아요
그냥 그날 엘베틈 공간이 왜 번쩍하고 들어왔는지
비몽사몽 졸다가 갑자기 생각이나네요
일이라도 안했으면 좀 여유가 있을텐데
먹고사느라 병원비 대느라 그만둘수도 없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