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은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요.
그 힘듦속에 무심코 마주한 상대의 상냥한 말 한마디가 때론 살아갈 힘이 되어주잖아요.
전 마음이 많이 무르고 연약한 사람입니다.
쉽게 상처받고 많이 힘들어해요. (이건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남들에게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하려 노력해요. (이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내 속 짚어 남의 속이라... 인간은 본디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니까요. 내가 상처를 잘 입는 사람이라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고 항상 나이스하게 대하려 해요. 가식이라 해도 좋고 위선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위선도 선아니겠어요. 이 험난한 세상살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데 상냥하기라도 해야죠.
남편은 이런 저를두고 사기를 부르는 얼굴이라고 말해요. 압니다. 만만해 보인다는 거. 당하기 쉽다는 거. 그래서 인간관계자체를 축소해요. 사기 당할 껀수 자체를 안만들려 노력하고 표면적인(가식적이라해도 할 말 없구요) 나이스함을 보이는 외에 깊은 교류는 잘 하려하지 않습니다. 제가 저를 보호하는 방법이랄까요.
이런 저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해야만 하는 때도 있어
지금 저보다 15살 이상 많은 분과 한 사무실에서 2년째 부대끼고 있어요. 저도 낼 모레 쉰인지라 그분은 우리 막내 고모뻘로 나이가 많죠.
저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이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하고(원래도 딱히 건강체도 아니고요) 늙어간다는 것의 서글픔?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는데... 게다가 저는 원래도 나이 대접을 잘 해주는 편입니다. 어른 비위를 잘 맞춰요, 제가.
그저 저는. 상냥했을 뿐이고 제 신념대로 최대한 친절했을 뿐인데. 그리고 이분의 인격을 믿었어요.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만만하다고 막할 사람은 아닐거라고. 나이 대접을 하는 만큼 나이에 대한 신뢰 같은 게 있었거든요 저는.
근데... 아니더라고요.
근 2년을.
저는 최선을 다했고.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네요.
그래서 이제는 저의 친절한 얼굴을 거둬들였습니다.
타고나길 전투력 제로인 인간이라
공격은 1도 없고 다만 상냥한 미소만 거둬 버렸습니다.
말도 안되는 걸로 시비걸 때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 돌리시 시작했어요. 예전같으면 네네 하고 받아줬을 말들에 이제는 대꾸를 잘 안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네게 쓸 인내심을 모두 소진했다는 느낌이에요.
그러자... 이제와서.
몹시도 당황해 하며 제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집니다.
이분도 애초에 소심한 분이셨다는 거 알고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에 (열에 예닐곱은)상냥 했었고 다만 선을 넘을 땐 좀 많이 쎄게 넘어서. 아마도 그 선을 넘어도 될만큼 제가 만만해 보였나 싶습니다. 저는 만만한게 아니라 그냥 상냥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선을 넘을 때 몇번은 저 참 좋게 좋게 말을 했거든요. 그때마다 이분도 수긍하는 거 같았는데(심지어 저 연약한 사람이다 상처 잘 받는단 말까지 그냥 솔직하게 다 했어요) 근데 습관이 되어버린 막대하기는 날로 심해지더라고요.
이제와서. 제 눈치를 보며 언행을 조심하는 이분을 보며
아.
이 세상을 살면서.
이 험난한 세상살이에.
(제가 지금 너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 더 험난하게 느껴집니다. 자식문제고, 이분도 제가 어떤 상황인지 압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냥하기가
왜 이리도 힘이드는가
한탄하게 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