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권 전환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를 국방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고 보도되었고, 민주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우호적일 수 있다며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전략보다 조급함에 가까워 우려스럽습니다.
전작권 전환의 당위 자체를 감성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할 일입니다. 문제는 시기와 조건입니다. 한미 양국은 2014년부터 전작권 전환을 ‘조건에 기초한’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한 핵·WMD 위협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 △역내 안보 환경이라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할 때 전환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 조건들을 정성적 지표로 해석하며, 미국의 정치적 결단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방산·조선 협력을 평가지표 완화의 지렛대로 삼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런 ‘기교적 우회’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하여 제삼국이 핵 공격으로 위협하거나 핵 능력을 과시하려 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하여 제공하려는 핵전략)’를 허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작권 전환의 본질은 지휘체계의 전환입니다. 현재 한미연합사는 미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전시에는 미국이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의 전략자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연동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권이 한국군 사령관 지휘 체계로 바뀌면 이런 자산의 작전 지휘는 미국 전략사령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통해 별도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위기 시 한미 간의 전략적.전술적 결합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핵우산과 같은 민감한 자산에 대한 우리 군의 사실상의 접근권은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버웰 벨 전 사령관은 과거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전작권 전환은 추진돼서는 안 되며, 미국이 전면적으로 연합에 전념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원래 전작권 전환에 찬성했던 인사입니다. 적합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특정 시한을 못박고 어떻게든 전작권을 전환시키겠다는 발상은 위험합니다.
아산정책연구원도 지난 2022년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 보고서에서 당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전작권 추진이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전작권을 무리하게 전환한다면, 일본이나 괌에 배치된 전략자산의 적기 제공을 담보할 수 없고, 이는 결국 북한 핵 앞에 우리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찰위성이나 타격능력을 보강해도, 실전 경험과 작전 연동성은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 체제가 효과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욱이 이런 와중에 한국이 독자 지휘권을 조급하게 가져가면, 미국 내 일각에서 ‘한국은 이제 스스로 방어 가능하니 주한 미군을 철수하자’는 논리를 펼치기 더 쉬워집니다.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전환 정책이 주한미군 철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아시면 많이 걱정하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주한 미군은 존재 자체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전쟁억지력에 있어서 단지 수치상의 전투력을 훨씬 뛰어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전략의 문제이지 자존심과 감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명분보다 중요한 것은 조건이며,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을 성과로 만들겠다는 조급함이 아닌 전쟁을 억제하는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전략은 싸워서 이기는 대신,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상대방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미동맹의 근간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자주파’ 일색인 이재명 정부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런 흐름이 놀랍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주’보다 ‘안정’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자존심이 없어서 미국의 나토군 전작권을 찬성하겠습니까? 미국의 유럽 수호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수용하는 겁니다.
이재명 정부에게 묻습니다. “전작권 전환 후 북한이 전면 도발을 감행하면, 미국은 같은 수준으로 개입할 것 같은가? 핵 자산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는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요청을 100% 수용할 것이라고 믿는가?”
소위 '실리'를 중시하겠다고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정작 국가 존망이 걸린 일에서 '안보'가 아닌 '자주', '생존'이 아닌 '자존심'을 외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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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큰 이슈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