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나 고난 풍파 별로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삶
vs.
역경이나 고난 풍파가 닥쳐도
능력이 있어서 씩씩하게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인생 개척하면서 사는 삶
저는 후자인데
늙어가는 마당에
역경을 이겨내는 삶에 지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이 닥쳤을때는
어떻게든 지나가야하니까
꾹꾹 참으면서 하루하루 이겨나갔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들은 겪지 않아도 될 큰 고난들을
어떻게든 맞서 나가려고 힘에 부치게 하루하루 애쓰던 젊고 어린 나 자신이 너무 안쓰럽네요.
이제 다 지나간 삶인데
이제와서야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까지 생각이 나네요.
제가 주도하던 일에 마지막에 친구가 동참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일에 자꾸만 저한테만 인터럽트가 걸리는거예요.
제 잘못이 아니라 관공서 직원이 저나 제 친구나 똑같이 발급요청한 서류를 저한테만 잘못 발급한다던가.
여러번 그런 일이 반복돼서
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이상하다 왜 너한테만 이렇게 자꾸 걸리는 일이 생기냐.
나는 그냥 아무문제 없이 지나가는데.
그때 제가 문득 느꼈어요.
내 삶이 항상 이래왔었다.
뭔가 쉽게 풀리는 법이 없고
내가 더 도전하고 더 겪어서 해결해야
내가 원하는걸 얻을수 있던 편이다.
그렇다는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친구의 지나가는 한마디에
갑자기 그 모든것이 의식이 되는거예요.
ㅎㅎㅎㅎ
며칠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아무 고난도 역경도 없는 삶이 무슨 의미야, 내 인생 짜릿하다
하는 젊은 사람의 패기를 보면서
응원하는 마음도 생기지만
한편으로는 제 삶을 또 떠올리게 되더군요.
그냥 무난히, 무난히 고난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부럽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면서 살아온 내 인생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는 회한이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