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다할 수 없는 큰 분노에 사로잡혀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답니다.
내게 상처와 아픔을 줬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들을 어떻게 하질 못하니 내가 대신 죽어야겠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었어요.
카레와 된장찌개를 동시에 끓이고
밥도 새로 하구요.
여기서 딴 소리지만, 제가 카레 끓이는 법은
재료를 볶다가 우유를 부어요. 작은 팩 200밀리 정도요.
그렇게 우유를 넣고 다시 좀 볶듯이 끓이다가
카레를 나중에 넣고 물을 넣고 끓이거든요.
그럼 참 맛있어요. 우유가 카레의 강한 향을 잡으면서 맛이 부드러워지거든요.
오늘은 고기를 많이 넣었어요. 닭고기와 스팸을 넣었더니
다른 날보다 되직하게 되었는데
암튼 새로 지은 밥에다가 카레를 같이 먹고
얼음 잔뜩 넣은 냉커피까지 마시고
앉아서 책을 좀 읽었어요. 작은 이야기 한 파트를 읽고 나서
집에 있는 쓰레기를 정리해서 좀 버렸답니다.
그러고 나서 82를 좀 하니까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날뛰던 분노와 공격성이 다시 어디론가 숨었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에 어떤 분이 우울증의 끝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쓰셨는데
몇 시간 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가까운 데서 살면 저희 집에 모셔와서 새로 지은 밥에 카레든 된장찌개든 대접하고 싶어요.
오늘은 된장찌개도 잘 됐어요. 청양고추를 하나 썰어 넣었더니
된장찌개에 알큰한 맛이 있네요.
저도 우울증이 정말 심해서 생각으로 자해를 많이 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간단하게 음식을 하면서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요리를 잘하지는 못하고 할 줄 아는 가짓수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덕분에 제가 살아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