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묘 키우며 늘 사람 입장이 아닌
냥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하고 착한 집사입니다.
좀전에 제가 욕실 청소하느라 화장실 문 닫고
독한 세제 냄새 다 들이마시며 후딱 청소하고 나왔더니
문짝에 얼굴 닿도록 바짝 붙어 앉아 있다가
제가 문 연 틈을 타서 빛의 속도로 들어가요.
아무리 물기 제거 했어도 아직 세제성분과 물기가 남아있는
욕실 바닥 신나게 밟고 돌아다니고 나와서
말랑말랑한 발바닥 쪽쪽 빨아가며 그루밍할게 뻔해서
욕실 청소할 때는 집사의 호흡기와 폐 건강 포기하고
문 꼭 닫고 못 들어가게 하는거 아는터라
제가 문 여는 순간만 기다리고 있다가 뛰쳐들어간거져.
지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하고야 마는 근성.
그런 점에서 저보다 독하고 지독하게 높은 자존감의
소유자임에 분명해요
냥이의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저는 2~3층 높이의 거인처럼 느껴져서
본능적으로 위축되고 잘못하면 잡아먹히겠다 싶어
일단 고분고분 말 잘 들을 법도 한데
얘는 어찌된게 세상에 무서운 것도 거칠것도 없는
또라이 같아요.
가끔 저 귀여운 냥이 몸 속에 야수의 심장이 들어있나 싶어요.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남편은 아예 그림자 취급하거나
인사하자고 손만 내밀어도 빼에엑!! 버럭하고
6년간 이리 오라고 불러서 단 한번을 온 적이 없어요.
그저 지가 가고 싶을때 가고
배 보여주고 싶을때 발라당 배 한번 보여주고
급 친한척 하고 싶을 때 와서 배에다 꾹꾹이 한바탕 해주고
이마 비벼대며 구석구석 핥아주면
저와 남편은 성은 입은 궁녀 마냥 황송해서
온갖 장난감 간식 사다나르고 ㅜㅜ
이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관계의 고리를 끊어낼 방법을
도저히 못 찾아서 그냥 이러고 삽니다.
드높은 자존감 휘날리며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사는
제 냥이를 보며 남자는 저렇게 후리는거구나
늘 깨닫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