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면론
– 조국을 사면해 대한민국 변화의 불쏘시개로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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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평소 존경하는 한 지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박 교수, 조국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공론장에 올려야 할 텐데, 다들 어려워하네요.” 그 말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 침묵을 깨야 할 때라는 생각이 용솟음 칩니다. 글을 쓸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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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국 교수가 검찰 수사로 온 가족이 풍비박산될 때, 이 공간을 통해 이른바 ‘조국론’을 여러 차례 써서 그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제가 조국 수사를 비판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는 그를 무결점의 영웅으로 찬양하지 않았습니다. 진보 성향이지만 허물이 있었고, 비판 받을 지점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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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에 대한 수사는 지나쳤습니다. 홍준표 시장조차 자주 언급한 ‘수사의 비례 원칙’—형사처벌의 균형감각—에 반했습니다. 헌법적 관점으로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었습니다. 사람 얼굴을 한 대 때렸다고 살인미수로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그와 가족에게 그런 식의 칼을 들이댔습니다. 부인은 감옥에 갔고, 딸은 의사 면허뿐 아니라 학력까지 부정 당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한 가족 전체를 파멸로 내몬 ‘합법을 가장한 폭력’이었습니다. 그것을 어찌 정당한 수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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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정치적 발언을 자주 하지만, 어느 정치 세력과도 직접 연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조국 교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세월 그를 알아왔지만 특별히 친한 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를 40년 가까이 지켜보며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그는 이 시대 어떤 지식인보다도 양심과 진보의 가치를 진지하게 추구해온 인물입니다. 그가 만약 개인의 안위나 영달을 추구했다면, 자신의 배경과 학벌로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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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 그대로 ‘강남좌파’를 자처하며, 시대의 모순에 눈 감지 않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잘남과 원칙을 시기한 이들이 결국 그의 허물을 향해 화살을 쏘았습니다. 그 화살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조국 교수는 쓰러졌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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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직에서 물러나고 인생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은 정치였습니다. 그것은 명예 회복의 수단이자, 이상을 실현할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선택을 지지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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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는 역사 속의 ‘멸문지화된 지식인’으로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상당수의 국민이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정치조직이 만들어졌고, 그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날카롭게 고발했습니다. “3년은 너무 길다.” 그의 이 외침이 시작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정권은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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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치 행보를 두고 일부는 ‘개인적 복수심’이라고 폄하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국회 발언을 들어보십시오. 특히 12.3 계엄 사태 이후, 그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국무위원 누구 하나 직을 걸고 계엄 선포를 막으려 하지 않았던 현실을 통렬히 꾸짖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드디어 이 나라에 당당한 정치인이 탄생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한때 저 역시 그를 SNS만 하는 폴리페서, 정치 근육 없는 백면서생이라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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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 무대에 선 조국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고, 강단과 비전을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났습니다. 많은 국민의 지지와, 그의 출중한 능력이 그 변화를 가능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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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조국을 필요로 합니다. 그가 겪은 시련은 충분합니다. 그에게 여전히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국민의 힘 소속 정치인들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내란의 힘’이라는 조롱을 듣는 정당에서 도덕성을 논한다면, 그것은 희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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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치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오직 국민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는 다시 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기회를 준다면, 그는 이 나라의 정치를 바꿔낼 것입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단단해졌고, 그만한 고난의 서사를 가진 정치인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드뭅니다. 우리는 그런 인물을 발로 차버리기엔 너무나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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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러한 이유로,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그가 조속히 자유의 몸이 되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으로 다시 우뚝 서길 바랍니다. 그를 이 나라 변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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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로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