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위 처마밑에
제비새끼 4~5마리가
수시로 입을 쫙쫙 벌리며 울어댄다
그 엄마는 진짜 지극정성
마치 이어달리기 경주를 하듯
한놈 입에 잽싸게 넣어주고는
진짜 잽싸게 다시 둥지서 나와
크게 날면서 먹이를 찾으러다닌다
그리고 또 금새먹이를 찾아와
이번에도 또 입을 쫙쫙 벌린 아이 중
가장 요란하게 우는 새끼 제비에게 잽싸게 먹이를 먹인다
그리고선 굉장히 스피디하게 또 공중 곡예하듯
어디론가 날아간다
무한반복..
이게 하루종일 무한반복이다
진짜 제비 몸매가 왜 저리도
날렵하고 차르르한지 알것같다
아마 근육덩어리일 것이다
저러니 군살이 붙을수가 있나?
제비에 관심생겨 검색하다 너무 놀랐다
제비 한마리가 일년에 5만여 마리의 곤충을 잡는다는 것
그러면 하루에 130~140마리의 곤충을 잡는다는건데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수긍이 갔다
다만 한번에 꼭 한마리만 입에 물고오는지
여러마리를 물고오는지는 모르겠다
여러마리 물고오면 훨씬 수월할텐데..
요즘 느리게 산다며 게을러지고있는 나에 비하면
제비는 진짜 부지런함의 끝판왕이다.
조금 부끄러워질뻔 했지만
하지만 제비는 나를 판단하지 않을것이므로
이 판단은 전적으로 내가 나를 판단하는것임에 들림없다
제비 덕분에 내가 나를 좀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래 뭐 어때
이럴때도 저럴때도 있는거지..
스스로 다독여본다
어릴적 정서가 평생을 지배한다던데
새끼 제비들의 평생 안정된 정서를 위해
아름답고 고요한 피아노음악을 틀어주었다
처마밑 부근의 창문을 살짝 열고
스피커를 그쪽에 위치하였다
무심히 컴을 하던 내가 고개를 들던 찰라
오 창문앞 난간에 엄마제비가 걸터앉아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음악을 즐기는 것도 같고..
창문가 책상에 앉은 나에게
제비는 내가 일어나 한두걸음 걷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현관 앞 난간에 앉아
밖을 보며 음악감상을 하고
숲 풍경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 제비의 모습은
앉아있는 폼으로 보나
이 집을 들락이며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보나
뭐로 보나 그야말로 진짜 이 집 주인 같다
가만히 제비를 바라보노라니
고놈은 마치 현관 앞 안락의자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그런 집주인을 연상시킨다.
새끼 다섯을 키우랴
먹이 찾아 입에 넣어주랴
매번 다섯마리가 미친듯 울어대니
진짜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중일 것이다
내가 아니라 저쪽의 제비가
집주인 같은 포스를 풍기는게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집은 인간의 측면에서는 내집이지만
제비집이기도 하니까
제비 또한 이 집의 주인 맞지 않는가?
그리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산다는 점에서
제비는 나보다 더 자격이 있으리라..
새끼 제비들이 또 똥 한뭉탱이를 싸놨다
바닥에 화장실(?)을 설치해 주었는데
하얀 키친타월만 갈아주면 된다
요즘은 이제 매일하고 있는데
기저귀 갈러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언능 기저귀 갈면서
아그들 잠시 엿봐야겠다
저번에는 아그들이 둥지안에 나란히 모여앉아
눈동자만 반짝반짝 굴리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눈동자가 아니라 크게 벌린 입이었다
아래에 있는 내 위치에서는
새끼들의 쫙 벌린 입모양만
나란히 네개가 보인다
요란한 울부짖음과 함께
우리 사람 아가들도 마구 울고 똥싸고
그래도 이뻐 죽겠는데
갑자기 이 똥이 더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언능 가야겠다
지금은 기저귀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