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648/0000036166
먼저 짚어볼 점은 직원들이 본사 이전에 동의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후보가 밝힌 직원 동의 발언은 사실관계와 달랐다. HMM 내부에서 부산 이전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거나 직원 동의를 구한 절차 자체가 없었다.
HMM에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HMM지부(사무직 노조)와 HMM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 등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전 직원의 약 90%가 노조에 가입돼 있으며 이 중 사무직 노조가 약 55%, 해원노조가 약 45%를 차지한다.
한 HMM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부산 이전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모으거나 찬성한 바가 없다"면서 "선원 노조 일부가 과거 지역 포럼에서 이전에 긍정적으로 언급한 적은 있으나 이는 특정 개인의 견해일 뿐 조직 차원의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측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의견이 전체 직원의 총의처럼 포장된 셈이다.
이 후보가 민간기업의 본사 이전을 공략으로 내세운 이유는 지배구조에 있다. HMM은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약 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형상 민간 상장사지만 실질적으로 정부 산하 기관이 지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기업의 본사 이전을 언급하는 자체가 기업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통해 본사 이전을 결정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영상 실리가 아닌 정치적 명분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을 또 다른 주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더욱이 HMM은 민영화 1순위 기업이다.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 매각 여부에 따라 장기적으로 민간 지배구조로 전환이 예정된 상황에서 공공 지분을 근거로 한 본사 이전 공약은 기업 가치와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인 산은 부산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 후보가 HMM 부산 이전 공약을 들고 나왔단 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산은 부산이전을 "불가능한 약속"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법에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한 조항 탓에 산은 본사 이전은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이 사실상 무산되자 산은이 지분을 가진 HMM 부산 이전을 들고 나온 모양새가 된 것이다.
사실관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직원 동의' 발언과 정치권의 판단만으로 본사 소재지를 바꾸겠다는 발상은 단지 지역 표심을 겨냥한 상징적 메시지 이상의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