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를 처벌하지 않으면 또 조희대가 출현한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2025년 5월 1일.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을 선고했을 때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기시감이 몰려왔다.
많이 본 장면.
익숙한 출연 배역.
또다시 대법원의 사법 패악질.
익숙하다.
법복 아래 숨긴 음모의 칼날.
헌법보다 권력의 눈치를 본 그들.
새삼스러울 것 없다.
우리는 그 장면을
역사 속에서
수없이 목격해 왔다.
조봉암, 사형.
인혁당, 사형.
민주인사들, 감옥.
법은 피를 흘렸고
사법부는 그 피를 닦았다.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죽였다.
2018년.
양승태.
그는 대법원장이 아니었다.
그는 사법농단 재판거래의 총사령관이었고 정치 브로커였다.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전략.”
청와대에 잘 보여 숙원인 상고법원을 따내기 위해
재판을 흥정했다.
법원은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
법정은 시장이 되었고
정의는 거래되고,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했던 수많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눈물을 삼켰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눈물.
KTX 승무원의 분노.
전교조의 추방.
통진당의 해산.
긴급조치 피해자의 분노.
모두 법정에서
뒷거래의 희생양이 되었다.
사법농단 문건 수백건.
그 중 하나엔 이렇게 쓰였다.
“사법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 왔음.”
“긴급조치 사건은 정치적 함의를 고려함.”
이 말은 다름 아닌
“우리는 헌법이 아니라 대통령을 섬긴다.”
그들의 고백이었다.
그 고백의 주연, 이상훈.
역사적인 긴급조치9호의 위헌 판결을 이끌었던 진보적 대법관.
진보적인 이용훈 대법원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이상훈.
그러나 그는
극우 양승태 앞에 무릎 꿇고
스스로의 판결을 뒤엎고 그의 충견이 되었다.
그리고 권순일의 등판.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행위.”
“국가의 책임은 없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대권 논리와
입을 맞췄다.
양승태는 구속되었으나
2024년, 법원은 면죄부를 쥐여주었다.
“직권남용의 권한이 없었으니 남용도 없다.”
웃자.
웃지 않으면 미쳐버릴 테니.
그의 하드디스크는
자성제거기로 완전히 지워졌다.
그가 남긴 건 증거가 아니라
망각이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법원에 의해 기각당했다.
결정적 증거는 사라졌고
진실은 법정에 서지 못했다.
그 자리를 거짓이 채웠다.
수박겉핥기식 검찰 수사의 책임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수사팀장은 한동훈 .
사법농단재판은 처음부터 무죄가 내장된 코미디였다.
2025년.
조희대.
양승태의 유령이 돌아왔다.
사법농단은 끝나지 않았다.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엔 더 대담했다.
대법원장이 직접 총대를 멨고
대법관들은 그의 돌격대.
헌법은 쓰레기통에,
판례는 발 아래 버려졌다.
이재명을 제거하라—
보이지 않는 권력의 지령.
그 지령을 판결문으로 포장하는 데
그들은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판결문을 읽는 조희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수치심도 아니었다.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건 사법 쿠데타의 방아쇠를 당기는 손끝의 전율이었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양승태가 무죄를 받던 그날을.
그리고 자신도
곧 정치적 면죄부를 받고 잊혀질 것이라는 것을.
사법농단의 유일한 유죄는양승태의 돌격대장인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단 한 사람.
나머지는 모두 무죄.
모두 법정으로 복귀.
사법개혁?
떠들다 곧
사라졌다.
법원행정처 폐지론?
눈 녹듯 증발했다.
사법농단의 수많은 피해자들의 절규는 아무도 기울이지 않는다.
재판거래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한 재심특별법안에 대해서도
국회는 하는 시늉만 하다가 지난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폐기처분.
사법농단 피해자들은 두번 농락당했다.
그 공백 위에
조희대는 쿠데타의 무대를 깔았다.
14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가담했다.
망신은 잠깐이고
복귀는 영원하다.
역사는 쉽게 망각하는 우리를 응징했다.
“벌하지 않은 죄는 반복된다.”
조희대는
양승태의 그림자 위에서
제2의 농단을 연출했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자를
법으로,
제거하라.
고등법원의 공판 연기로
조명이 꺼진 듯 보이지만
커튼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연극은
앙코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이것이 법인가?
이것이 사법인가?
국회는 눈을 떠야 한다.
특검을 통과시켜라.
조희대의 비상계엄 연루 의혹까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도 또
법원이 끼어들 것이다.
나는 꿈꾼다.
판결문이 정치연설이 아닌 날을.
대법원이 권력의 출장소가 아닌 사법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양승태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조희대의 쿠데타가
영원히 대한민국 사법사의 더러운 오점으로 남기를.
그리고
대법원 앞 광장에
다시 촛불이 타오르기를.
그 불빛이
판사들의 양심을 비추고
그들의 재판정을
밝혀주기기를.
(2025.5.9)
ㅡ장정수(전 한겨레신문 편집인) 언론비상시국회의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