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왔는데
비오는날 정원 잔디밭 잡초를 뽑으리라 결심한것이 몇달..
그런데 어제 모종 사러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니
배고파 밥 먹고 나니 어둑어둑..
핑계삼아 내일까지 비가 오겠지 뭐 하며 그냥 잠들었거든요
결국 오늘은 비도 안오고 잡초는 그대로 있네요
그런데 사실 제 맘 한구석엔 잡초를 뽑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어요
이번에 잡초의 재발견이라고 첨 이런 저런 잡초를 먹어보았거든요
쑥도 민들레도 망초도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쑥은 끓여서 쑥물도 해서 마시고
밥보다 쑥을 훨씬 많이 넣고서 쑥밥도 해먹고
이걸 계란 입혀 전으로 만들어 쑥밥전도 해먹고
쑥떡도 해먹으려고 많이 캐놨어요
저는 왜 이렇게 쑥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좋은걸 이렇게나 많이 무상으로 마구 먹을수 있다는게
참으로 감사한 일 같습니다.
망초는.. 캐서 나물무치니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시금치 좋아하는데 시금치보다 더 맛있더라고요
같이 무쳐놓은 시금치는 며칠되니 맛이 슬슬 가려고 하는데
망초는 끄떡없어요 훨씬 오래가나 봅니다.
그만큼 약성이 더 좋은건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민들레는 요즘 제가 홀딱 빠진 상태인데요
진짜 일단 쨍한 노란색과 흰색이 너무나 이뻐요
푸른 잔디밭 중간중간 노랗고 하얀 앙증맞은 민들레 꽃들이 태양을 향해 활짝 날개를 펼치고 있으면
보기만 해도 넘 기분이 화사해져요
얘땜에 이 봄에 얼마나 미소를 지었는지 몰라요
민들레 꽃은 이쁜 꽃차 해먹으려고 지금 말리고 있구요
민들레 뿌리는 오래 끓여서 차로 마시고 있는데 맛이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되는거 같아요
뿌리 손질을 잘 하면 민들레커피로도 마실수 있다는데 그건 이제 해보려구요
민들레 잎파리는 진짜 최고
씁쓸하니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맛있게 쓴맛이에요
요즘 이 잎파리들이 매끼니 샐러드에 들어가고 비빔밥에 꼭 들어가요
얘 없음 요즘 끼니가 안됩니다 ㅎㅎ
아무튼 제 맘 한구석에는 이런 얘들을 뽑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어요
또 잔디밭에 농약도 쳐야 얘네들이 이렇게 우수죽순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집에 농약도 오래전에 사놓았는데요
이것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네요
제 맘속엔 농약도 안치고 싶고
아무 풀도 잡초도 뽑지 않고 그냥 그대로 놔두고 싶은 마음이 있나봐요
사실 농약뿌리고 잡초 뽑아내어 이곳저곳 손을 보면
연못도 있고 연못둘레에 큰 바위도 많고 알록달록 다양한 화초도 많아 굉장히 근사한 정원인데요
손보면서 가꾸면 참 이쁘고 좋긴 한데 그떄는 그냥 시각적인 만족이 컸어요
멋지고 황홀하고 뭔가 고급스럽고
손질된 자연이 참 아름답다는걸 느끼고 그랬는데요
그런데 이걸 전문가에게 손질을 맡기거나 농약치고 잡초뽑고 그러지 않고
그냥 자연그래도 두고 제멋대로 자라나게 하면서
아무렇게나 피어난 들풀 들꽃들을 눈으로 보기도 하고
온갖 풀들을 관찰하며 만지며 매끼니 먹기도 하고 그러는건
진짜 차원이 다르게 풍요로운 기분이예요
뭔가 식물들과 소통하는 기분이예요
더 가까와진 느낌.. 유대감이 더 깊어진 느낌이예요
조경도 해야하는데 나무들 화초들
동글동글 이쁜 모양으로 다듬고
삐죽하니 나온것들 잘라주고 하면
정말 이쁘거든요
조경해주시는 분이 오셔서 수목과 잔디를 손질해주시는데
오셨다 가시면 참 이뻐집니다
마치 우리가 헤어샵에서 손질받고 나오는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데 이번엔 어쩐지 그냥 그대로 두어봤어요
아주 삐죽하니 심한것만 제가 직접 가위들고 다듬어주고요
너무 많이 자라서 화초들끼리 서로 영역 침범해서 서로 짜부될듯한 공간에만 조금씩 가지를 쳐주었어요
그외에는 얘네들을 다듬지 않았구요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식물들도 다 알아차린다고 하더라구요
가위들고 자기를 해하러 누가 가까이 온다거나 하면 마구 비명을 지른데요
전파 감지 장치를 식물에 부착하니 그래프가 마구 솟구친대요
예전에 고마워 사랑해 실험한쪽의 식물이 훨씬 잘 자란다는 실험도 생각나고..
아무튼 언젠가부터 함부로 얘네들을 자르는것에 살짝 마음의 거리낌이 들었나봐요
내가 보기에 이쁘게 한답시고 막 자르는것이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어요
아무튼 그래도 자연은 어떻게 해놔도 다 멋진거 같아요
있는그대로도 충분히 멋있다는거..
시골온지 1년정도 되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자연친화적으로 변하는것 같습니다.
여기온 처음엔 제가 너무 너무 힘들떄여서
딱 제 몸까지만 저였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모든게 다 낯설고 무섭다는 생각..
집도 낯설고 벌레도 수시로 나타나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던거 같아요
잠들때도 무섭게 느껴져서 웅크리고 잤떤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순간
이 시골집도 정겹게 느껴지고
(막 아주 오래된 그런집은 아니예요)
아파트만큼 세련되고 깨끗하진 않지만
그냥 이 집이 좋아졌어요
바닥을 쿵쿵거리며 걸어도 되고
창밖에는 멋진 정원이 수목들 화초들 잔디밭 연못이 보이고
그 뒤 배경으로는 우거진 숲길이 보이고
창밖에는 다른 이웃이나 인공물이 하나도 없고 오직 자연만이 보이고
오직 우거진 초록색 과 그리고 하늘뿐이었어요
그래서 집이 점점 마음이 들어지고 집안에서 긴장을 풀게 되고
마음놓고 잠들게 되고 그렇게 되었네요
그러면서 쓸고 닦고 집안을 정비하고
이제는 이 집까지 내가 되었어요
내가 조금 확장된거죠
그렇게 오래오래 집에 정붙이고ㅗ 지내다가
어느순간부터는 갑자기 집 밖의 공간
즉 마당 정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의 개개의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고나 할까요
마당을 쓸고 바위에 앉아보고 쓰다듬고
나무와 화초를 하나씩 만져보고
시들시들한 수목을 위해서 퇴비를 사왔어요
텃밭을 보니 텃밭에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밭을 갈아엎어줘야 된다더라고요
그래서 그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매일 나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손질을 조금씩 해보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제는 뭐랄까 정원까지 내가 확장된 기분이 듭니다.
여기에서 저라는 사람은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입고 얼굴 다듬고
딱 요것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집도 정원도 다듬고 가꾸어야 해서 뭔가 바빠졌어요
정원까지 확장된 나를 케어하려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
게다가 사계절을 즐기기도 해야하고
신선한 음식도 만들어먹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니까요
문득 전에 느끼던 우울감 슬픔 깊은분노.. 이런게 많이 옅어졌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맨날 이런저런 힐링한답시고 오만것들을 공부하고 찾아다니고 연습하고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수 있는건지.. 언제쯤이면 홀가분해지는건지.. 참으로 답답하고 끝없이 헤매는거 같았는데
여기 시골에 와서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젖듯이 마음의 무거움이 힘듦이 나아지고 있었나봐요
어느순간 문득 되돌아보니 없어졌어요
가슴속의 큰 덩어리가요
그냥 그냥 조용히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아무는거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그러기가 힘들었거든요
아파트 안에 들어서면 그냥 숨죽여 있을수밖에 없었어요
아래층 윗층 들릴까 울수도 없고
음악도 맘대로 못듣고 조용히 들으면서도 신경쓰여 맘 한구석에선 걱정도 되고
걷는것도 맘놓고 걸어다니지도 못했던거 같아요
그때는 그냥 사뿐사뿐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집안에서도 긴장되어 있었던거 같아요
그땐 몰랐거든요 다들 그렇게 사는거니까 나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 뿐이고.. 했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저라는 사람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지만
어릴적에는 시골이라는게 촌스럽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완전 좋아졌어요
어쩌면 저라는 사람은 좀 시골틱한 사람이었을수도 있었겠구나.. 싶어요
도시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성공해보겠다고 너무 참고 견디고 애쓰고 했던 시절들이 좌르륵 떠오르네요
이제는 다시 그 생활로는 못갈거 같아요
꿈 같이 느껴집니다.
그냥 소박하게 자연친화적으로 사는것이 좋아요
마음 편하고 평온하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지금이 좋아요
그때의 그 힘듦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생활의 매력을 또 느끼는거겠지요
그냥 오늘은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써보게 되네요
저희 현관문 위 처마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는데요
그 아래 하도 똥이 많이 떨어져서 제가 똥받이를 설치해봤는데
그게 조금 지저분해져서 다시 깨끗하게 새걸로 하얗게 갈아주었어요
해마다 제비가 이렇게 찾아오니
똥치우는것쯤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요
그런데 얘네들도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걸 알까요?
똥받이가 깨끗하게 청소되었다는걸을 알까요?
맘 같아선 대화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없고
대놓고 쳐다보면 놀랐는지 자꾸만 날아가버리고 하여
그냥 집안에서 살짝 살짝 커튼을 젖히고서 엿보기만 하고 있어요
보면서 넘 이뻐서 흐뭇하게 웃고 있죠
그냥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살아갑니다. .
아 제비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네요
굉장히 멋있어요
조그맣고 날렵한 비행기가 날쌔고 우아하게 비행하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