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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도 은명이 같았는데...

.. 조회수 : 3,319
작성일 : 2025-04-02 16:36:20

"무심코 나온 물기없는 말들이 은명이를 허기져 자라게 했다."

 

울 언니는 늘 전교1등이었고 나는 그냥 저냥 어느정도 성적이었다.

하지만 뭐 아무 생각없이 자라다가도 가끔 명치에 박히는 말과 기억들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때이니 지금부터 50년전인데도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랑 언니랑 나랑 세명이서 엄마 친구네 집에 갔었던 적이 있다. 사직공원에서 경복궁쪽으로 가는 길에 있던 조그마한 문방구였는데 엄마와 친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인사치레 말을 했던것 같다.

" 아유 너희 딸들이구나.. 애들이 그렇게 공부를 잘한다며? 좋겠다. 얘"

친구의 말에 그냥 아무말도 안하셨으면 좋았을걸... ㅎㅎ 엄마는 손사레를 치며 아주 겸손하게 대답하셨다.

"어머, 아니야, 큰애만 좀 잘해. 오호호"

나는 갑자기 얼굴이 벌게지면서 표정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몰랐다.

중간의 기억은 휘발되고 다시 버스를 타러 사직공원쪽으로 오던길에 분식집 이름이 개미분식이었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분식집 이름 이상하네... 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던.. 그 기억.

인생에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있지만 별것 아니었던 엄마의 말 한마디는 내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세월이 지나서 그때의 일을 이야기했을때 언니도 엄마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은명이도 아마 그런식으로 차곡차곡 설움을 쌓아갔던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못하는 공부도 아니었는데... 난 한번도 내가 공부 잘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자랐다. 대학교에 가서야 다들 나아게 좋은 대학교 갔네 라고 말하는거 듣고 어안이 벙벙 했었던 기억이 있다.

 

가끔 아들을 대할때 생각없이 툭툭 뱉는 나의 말이 이아이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사랑한다해도 나도모르게 상처를 줄수 있겠구나 엄마도 그런 의도는 절대 아니었을테니 말한마디도 참 조심스럽게 해야겠다 생각된다.

그때일이 엄청난 상처는 아니었고 뭐 특별히 타격 받은것도 아닌듯한데도 왜이리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지 참 신기하다. 그래도.. 돌아가신 엄마 보고싶네.

IP : 203.142.xxx.24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4.2 4:41 PM (220.94.xxx.134)

    전 언니와 비교 언니는 너무 이쁘고 저는 그냥저냥 ㅋ 그긜로 비교도 당하고 ㅠ 늙으니 다 같아짐

  • 2. 그래도
    '25.4.2 4:51 PM (74.75.xxx.126)

    어머니가 원글님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다른 방법으로 잘 하셨나봐요. 그러니까 상처받지 않았죠. 그럼 된거죠. 저희집도 그랬거든요.
    친정엄마는 언니랑 잘 안 맞아서 자주 싸우고 말 잘듣는 저만 예뻐하셨는데요. 동네방네 미인이라고 소문난 언니에 비해 저는 외모가 너무 떨어진다고 많이 속상해 하셨어요. 우리 딸 마음은 순금인데 외모가 모과덩이라 인생 피곤하겠다고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사셨어요. 저는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제 외모를 타박하는지 잘 알아서 상처 받지 않았고 자존심도 높게 자랐는데요. 가끔 듣는 남들은 너무 놀라더라고요.
    특히 저희 언니 결혼식 때, 저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을 땐데 결혼식 참석 하려고 급하게 귀국했더니 식장에서 저를 본 엄마가 이 꼴로 어딜 나타나냐고, 안 본 새에 눈깔은 더 튀어나오고 머리는 쥐가 파먹은 꼴이라고 차라리 오지 말지 그랬냐고. 너무 야단을 치셔서 옆에서 듣던 친척분들이 다 놀라고 저를 위로해 주셨어요. 엄마가 긴장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나 보다고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요. 제 외모가 엄마 취향이 아니라서 그래요, 전 괜찮아요, 이런 스타일 좋다는 남자도 의외로 많아요. 호호.

  • 3. ..
    '25.4.2 4:58 PM (203.142.xxx.241)

    그러게요. 엄마 마음 다 알고 있었으니 상처 안받았죠. 그래도 기억은 오래가네요. 듣는 순간엔 좀 당황스러웠었기 때문인가..

  • 4. ...
    '25.4.2 5:11 PM (106.101.xxx.107)

    그쵸, 말이 칼이 될 때가 있어요.
    게다가 말에 베서 피가 철철 나도 그 상처는 보이지 않죠.
    저도 어릴 적 엄마에게 들었던 막말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문득문득 떠올라요.

  • 5. 말조심
    '25.4.2 5:27 PM (118.235.xxx.163)

    해야겠어요..

  • 6. 극중에서
    '25.4.2 5:34 PM (222.110.xxx.97)

    이런 말도 나왔었죠

    어린 자식만큼 편한 게 없다 기지?
    이러나저러나 어멍어멍 파고들고
    편허다고 막 허지 말라
    어린 잎은 가랑비에도 다 찢긴다이
    ….

  • 7. 저는
    '25.4.2 5:53 PM (172.224.xxx.17)

    반대 경우였어요. 위로 언니둘이 공부를 못했는데 저는 희한할 정도로 돌올하게 잘했거든요. 동생도 언니보단 잘했지만 저만은 못한. 하필이면 또 비평준화 지역이라 중학교부터 입시에 시달리고 고등학교는 학교이름으로 서열이 칼같이 나눠지던 동네. 엄마가 형제들 사이에서 경제력으로 좀 처져서 기가 많이 죽던 상황이라 잘난동생에 기죽을 언니들에게 빙의 되어버린 거죠. 공부 윤곽이 어느정도 나오고부터 저희 엄마의 한시절은 제 기죽이기로 일관되셨어요. ㅎㅎㅎㅎ 근데 이게 또 애매한게 밖에 나가 어깨 힘줄수 있게 해 줄 애는 또 저고 근데 그러고 오면 제가 못난 언니들 무시할까봐 저를 깎아 내려야만 하고 엄마 스스로도 본인 행동 갈피가 안잡히는데 당하는 저는 오죽했겠어요. 지금이야 아 엄마가 잘난 형제들 사이 못난이였어서 거기 빙의 됐구나 이해한다지만 중딩이 고딩이가 그럴틈이 어디 있나요. 제 성적을 자랑해야하니 공부를 못하랄순 없고 공부 잘한다 언니들 무시할까봐 너 정도는 잘하는 것도 아니다 깎아 내려야 하고… 집에서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오고 누구도 가지 못한 학교를 갔고 대학도 그냥 대학아니라 누가 들어도 명문대 나홀로 인서울을 했는데 서울대도 아니면서라 깎아 내리고… 가장 돈 안드는 고딩 시절을 보냈는데(언니들은 상고라 주산부기 학원, 동생은 과외에 단과 학원등등, 저는 걍 야자 마치고 집에오면 밤 11:30이었어요) 널 키우느라 가장 돈이 많이 들었고 가장 힘들었고 돈덩어리(저 과외와 장학금으로 대학 다님.) 라고 넌 온 가족에게 너 하나로 인해 빚을 지웠으니 갚아야 한다고
    근데 재미있는게….;;; ㅎㅎㅎ 엄마가 제게 그랬다는 걸 다른 자매들은 전혀 모르더라고요? 일례로 엄마가 네 딸 중 저만 생일상을 안차려줬는데(엄마집에 살던 19년간 단 한번도. 아빠 생일보다 보름 안쪽으로 앞에 들어서 아빠 앞길막는다고 생일 안차렸대요. 저희 엄마 가난한 살림에도 생일이면 무조건 팥밥에 미역국에 조기 잡채는 차려주셨음. 다른 자매에겐) 내가 그 얘길 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설마 그랬겠냐고 ㅎㅎㅎ 엄만 옆에서 민망해 하며 웃고.
    뭐 이렇게 크는 공부 젤 잘하는 애가 저 하나만은 아니었겠죠 뭐. 그게 엄마 나름의 평등한 사랑베푸는 방법이었나 봅디다. 울 엄마에겐. ㅋㅋㅋ 엄마가 나중에 말하길 넌 그래도 어쨌든 좋은 학교 나오고 잘나가지 않았냐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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