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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필리핀 이모'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ㅅㅅ 조회수 : 1,609
작성일 : 2025-03-23 14:00:15

0. 들어가며

 

어제 열린 "인구와 인재 연구원" 개원 기념 컨퍼런스에 가보고 싶었는데 강의 일정과 겹쳐 못 갔습니다. 개원을 축하드리며, 당면한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해나가길 기원합니다. 

 

컨퍼런스에서 김현철 교수님께서 돌봄 노동 관련 발제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듣진 못했지만 언론 보도 내용(댓글 참고)과 그간 교수님의 주장을 기반으로 몇가지 의견을 적어보려 합니다.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정답에 가까운 대안을 찾아가는 게 김 교수님께서 전향적인 화두를 던지시는 목적이라고 이해합니다. 반론에 가까운 제 의견도 반가이 받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

 

1. 김현철 교수님의 주장

 

김현철 교수님께선 외국인 돌봄 노동자가 국내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오셨습니다. 지금은 저출생 대책과 맞물려 영유아 돌봄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지만 미래 수요를 고려했을 때 노인 돌봄 및 간병 분야에서 외국인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외국인 돌봄인력 유치를 통해 돌봄 비용을 감소하는 데 최저임금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최저임금을 적용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월급은 238만원으로 여성 중위소득의 90%에 육박합니다.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적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것은 김현철 교수님도 반대하십니다. 대신 대안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시하십니다. 돌봄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추면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의 이유로 내국인보다 수요가 적은 외국인 돌봄인력의 임금이 지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언어를 익히고 경력을 쌓은 외국인은 향후 최저임금은 물론 내국인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제약 없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임금 수준이 결정된다면 돌봄 인력 고용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고용이 늘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최저임금 차등으로 임금이 12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해도 송출국 임금보다 훨씬 높으므로 인력 공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김현철 교수님의 입장입니다.

 

...

 

2. 반론

 

저는 일각의 비판처럼 김현철 교수님이 돌봄 자체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외국인을 차별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경제학자로서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정부개입(예. 최저임금)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을 펴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부담이나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같이 고려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 자체보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국인 돌봄 노동자 보호가 어려워집니다. 업종별 차등은 국적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이 같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력이 적거나 숙련도가 부족한 내국인 노동자 임금이 월 120만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해도 법적으로 막을 길이 없어집니다. 공급 부족으로 임금이 그만큼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외국인 임금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차등을 도입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둘째, 외국인 돌봄인력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력 수용국으로서 경쟁력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최저임금 내외국인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임금이 낮아지면 외국인 돌봄 인력들이 우리 대신 일본, 유럽, 중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엔 가장 자격수준이 높고 역량 있는 돌봄 인력이 한국으로 왔지만, 임금이 낮아지면 중간 수준 인력이 들어오게 됩니다. 돌봄의 질 역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셋째, 외국인력이 들어오더라도 돌봄 외 다른 업종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주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농업 일자리로 가는 것이 "시장원칙"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업종 변경을 금지하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현재 이민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등록 이주(불법체류)의 원인을 없애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할 시점인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은 그 반대효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넷째,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을 하더라도 돌봄업종 최저임금만 현행의 절반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최저임금은 그 사회에서 품위를 유지하며 살도록 하는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돌봄 종사자들은 절반의 품위만 유지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긴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을 두는 해외사례를 보면, 국가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현행 최저임금 수준 또는 최저임금 자체가 문제라면 큰 틀에서 개선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봄만 예외로 둔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이 줄 사회적 파장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돌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당장의 필요를 위해 값싼 노동력을 들여오겠다는 식이면 저출생 고령화 해결은 요원할 것입니다. 단순히 외국인력 유입에만 집중하기 보다 돌봄 서비스업과 돌봄 노동자 전체에 대한 진단과 개선이 같이 가야할 것입니다. 제 전문 영역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차등이 돌봄 노동 개선책에 포함되진 않을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

 

3. 대안

 

최저임금 차등이 답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저는 영유아 및 노인 돌봄, 간호, 간병 등 보건복지업 분야의 노동수급 불균형은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외국인력 유치는 이 문제를 다소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김현철 교수님께서 지적하셨듯이 돌봄 비용 문제는 특히 중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해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인 돌봄 인력 유입을 확대하면 그 자체로도 최저임금 1.5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돌봄 가격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최저임금 위에서라면 내외국인 돌봄 인력에 대한 보상이 차이가 나더라도 큰 문제는 없고 오히려 사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력의 경우 고용형태가 다소 경직적이고 고용상태에 따라 체류가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시간제 고용 등 돌봄 수요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유연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사관리사 비자를 신설하거나, 이미 들어와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에게 돌봄 노동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비자요건을 완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현철 교수님도 유사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돌봄 서비스도 부담이 되는 가구에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아이돌봄서비스"는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에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하여 저희도 몇개월 째 대기만 걸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외국인 포함 더 많은 돌봄노동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사용자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 재정 문제가 있겠지만 돌봄은 정부지출의 우선순위에서 최상단에 있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돌봄 문제는 다른 사회문제와 연결하여 다뤄져야 합니다. 돌봄 비용이 부담되지 않을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그러면서 근로시간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그래서 부모나 가족이 돌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합니다. 

 

포스팅 하나에 다 다룰 순 없기에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도 제 전문분야 아래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고, 김현철 교수님과 인구와 인재 연구원도 큰 역할을 감당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이 포스팅이 같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필자)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https://www.facebook.com/share/p/1QBKRx4km6/

IP : 218.234.xxx.21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3.23 2:20 PM (211.206.xxx.191)

    돌봄에 관한 좋은 글이라 다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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