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해서 팀장되서 지방 내려온지 6개월 되었어요.
결혼과 동시에 유학과 출산 육아로 휴직이 좀 길었어요.
수도권에서 지내다 내려오니, 확실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있네요.
여자 팀장으론 제가 거의 처음인것 같고요.
업무상 만나는 분들이 다양한 직종인데, 이 분들은 그동안 여러 팀장들 오고 가는걸 다 봐오셔서 히스토리를 잘 알고 계시고요.
여기 지역이 지방이고 선호지역은 아니다보니 사실 인사교류나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 별로 많진 않았었어요. 그리고 전임자들이 주로 50대 남자분들이셨는데, 여자 팀장이면서 40대인 제가 오니 낯설어하시는게 느껴지네요. 일단 여자는 팀장이 아니다란 선입견이 있으셨던건지 첨 저를 본 많은 분들이 과장이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마 지방근무를 하는 부분땜에 가정있는 유부녀가 오는 경우가 많이 않아 더 그러셨던거 같아요.
그리고 연세드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결혼여부, 고향, 사는 곳 등 호구조사를 그렇게들 하십니다. 고향 물어보는 건 너무 오랫만이라 신기했어요. 그리고 제가 그 전 분들에 비해선 젊은 편이고, 막 승진해서 오다보니 막내팀장이니 저보고 몇살이시냐고? 묻고요.
희한한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더라고요. 처음엔 외모 칭찬을 해주시니 기분이 좋았거든요. 40대가 되니 이제 뭔가 여자로서 아름다운 시기는 끝난거 같고 이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인가.. 엄마로서의 역할만 남아있구나 싶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외모에 약간 집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다이어트로 살도 많이 빼서 날씬해보이는 정도까지 만들었어요.
그리고 팀장이 막 되었으니 프로페셔널 해보이려고 옷도 많이 사고 옷도 신경써서 입으려고 해요. 항상 네일아트도 하고 미용실도 주기적으로 가고요. 혼자 살게 되니 저 자신한테 투자할 시간이 많더라고요. 아침에 거의 준비만 한시간씩 걸려요.
근데 6개월이 되어가는데 이런 외모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업무 상 칭찬이나 인정이 받고 싶은건데 내가 뭘 잘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업무 상 다양한 직종의 분들을 만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셨는데 사석에서 편해지고 친해지니 예쁘신 팀장이 오셔서 분위기가 좋다고 얘기하시던 분도 계셨고, 그 이후로도 만나뵈면 예쁘신 팀장님 잘 지내셨죠? 이런식으로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몇몇분들은 식사자리에서 저를 계속 챙겨주시는데 요청한 적도 없는데 소라랑 조개 까주셔서 접시에 놓아주시고, 제 소주잔을 물잔과 바꿔치기해서 챙겨주시고.. 그러다보니 다른 분들 눈치도 보여요.
업무 상 잠깐 인사했던 관계자들은 저희 직원한테 팀장님 몇살이시냐, (팀장치고는) 너무 어려보이신다고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업무 상 사무실 방문했던 소방관께서는 업무협의 끝나고 나가시면서 테이블 유리에 직원이 뉴스보도되어 스크랩 해둔 신문기사 사진을 보더니.. 저보고 인물이 좋으셔서 사진이 잘 나왔다고? 인사를 하고 가시더라고요. 첨 보는 분이었고 건조하게 업무얘기만 했는데 뜬금없이 뭔 인물 얘기를 하는지 당황했어요.
업무상 일로 사무실을 방문해서 만난 남자동료 팀장은 저에게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다니냐고? 하길래.. 이게 이뻐요? 했더니 그렇다고 하면서 매일 이렇게 다니냐고? 하더라고요. 월요일이라 회의도 있고 상갓집 갈 예정이라 검은색 셋업 입었을 뿐이거든요. 너무 갖춰입고 다니니 그렇게 보이나 싶기도 하고요.
어제는 회식이 있어 팀장님들과 식사를 하는데, 한 분이 저한테 얘기할 사안을 자꾸 다른 분한테 말씀을 하시면서 부탁을 하시길래... 왜 저한테 말씀을 안하시고 팀장님한테 얘기를 하냐, 제가 어려워서 그러시나? 하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저보고 어렵지 않다면서 그정도로 헉 소리나게 예쁜건 아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뭔 소리예요.. 그냥 인간적으로 어렵냐는 뜻이지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했더니.. 남자들은 정말 헉 소리나게 예쁜 사람한텐 어려워서 말을 못한다면서 저보곤 그 정도까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40대인데도 이쁨이나 뭐 그런걸 따지는지 저 여기와서 첨 알았어요.
여기 오기 직전까진 사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회식 참석도 사실 안했고,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적이어서 몰랐어요. 팀장이 되니 관리해야할 조직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고 회식참석도 자주 하다보니 보이네요.
근데 어린 남자들은 어린대로, 나이든 남자들은 또 그나이대에서 또 외모평가나 이런 얘기를 하는걸 보니 신기해요. 저희 남편이나 남동생이나 결혼하고 나이드니 누구 외모나 예쁘다 뭐 이런 얘기 자체를 안해서 다 그런줄 알았어요. 밖에선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승진해서 지방까지 내려와서 애들 두고 혼자 지내다보니, 어떻게든 업무로 성과내려고 노력 많이 하는데... 돌아오는건 외모평가와 뭔가 그런 종류의 호의들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처신해야할까 점점 생각이 많아집니다. 저 업무 능력보다 인맥이나 인간관계를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인상이 순둥순둥 하지만 헤프게 행동하는 스타일도 아니예요. 그리고 40대에 연예인도 아니고 예뻐봐야 얼마나 예쁘겠어요. 그냥 잘 꾸미고 퍼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정도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