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새학기 문구점의 늦은 밤

문구점 주인 조회수 : 3,050
작성일 : 2025-03-07 12:29:20

 

 

아빠가 남매를 데리고 문구점에 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직장을 마치고 나온 것 같은

아빠도

늦은 밤이어서 남매도 피곤해보였다

 

사야하는 물건이 문구점에 모두 있어서 아빠가

안도했다

미니각티슈를 사야하는데

아빠가 마음대로 고르지 않고 아이에게

색깔을 뭘 고를거냐고 물어봐 주었다

 

 

그 사이에 동생은 아마도 이 문구점에 처음 와서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물건을 다 구경할 수 없어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는데

아빠가 계산을 하려고 한다

 

아빠가 계산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동생은 아빠에게

저 천원짜리 <황금달걀>을 가지고 싶다고

조그맣게 말을 했다

 

아빠가 동생이 고른 황금달걀을 같이 계산해주며

누나에게 너는 뭐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묻는데

 

그야말로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다

 

 

사람은 많고 소녀는 어리고 여기는 처음 와서

뭐가뭔지 모르겠고 수줍고

동생은 그래도 <황금달걀>을 하나 샀는데

지금 아빠의 카드는 벌써

계산대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소녀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눈앞에서 모든 순간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계산하면서도 마음이 안타깝다

계산이 끝나자 아빠와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마음이 좋지 않겠구나 하고 문구점주인이 생각한다

 

그 상황에 어떻게

내가 물건을 고르도록 멈추고

잠깐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어

 

나라도 못하겠어

 

아빠는 어쩌면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서야 그런 말을 하냐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몰라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동생이 <황금달걀>을 사버려서

더 마음이 안 좋겠어

 

황금달걀이라도 얼른 하나 집어들지 그랬어

 

 

생각하고 있는데 그 가족이 다시 돌아왔다

 

 

아빠는 미니각티슈의 색깔을 뭘할건지

아까 물어봤던 것처럼 너도 뭘 하나 사고 싶은지

다시 물어봐 주었던 것일까 밖에 서서

 

 

아니면 차를 타야하는 마지막 순간에

아이가 용기를 내서 나도 사고싶은 게 있다고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이제 출발하면

정말 되돌릴 수 없으니까

아이는 용기를 냈는지도 모르겠어

 

 

아빠는 조금도 화내지 않은 채

아이들과 다시 돌아왔다

 

 

황금달걀 소년은 황금달걀이 있으므로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누나가 고를 수 있게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소녀는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눈여겨 보았던

보석스티커를 가져왔고

아빠가 계산해주었다

 

가족은 돌아갔다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닌가. 하고 마침내 문구점 주인은 생각했다

 

 

#새학기의 문구점

 

#늦은 밤 해피엔딩

 

IP : 220.119.xxx.23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25.3.7 12:32 PM (106.101.xxx.9) - 삭제된댓글

    해피엔딩 좋아요.

  • 2. ㅇㅇ
    '25.3.7 12:39 PM (106.101.xxx.91)

    전에도 글 종종 올려주셨던 문구점 사장님,
    기다렷어요~~~~
    선댓글 후정독예정

  • 3. ll
    '25.3.7 12:42 PM (115.136.xxx.19)

    가족을 바라보는 원글님의 시선도 따뜻하고 큰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다시 돌아온 아빠도 다정해서 좋네요

  • 4. 000
    '25.3.7 12:42 PM (118.221.xxx.51)

    황금달걀과 보석스티커,,저도 갖고 싶네요 ㅎㅎ

  • 5. ㅇㅇ
    '25.3.7 12:42 PM (106.101.xxx.91)

    역시 오늘도 따뜻한 글~~
    어린손님들의 속마음을 예리하고도
    따뜻하게 읽어내는 주인님.
    어딘지 그 문구점 저도 가보고싶어요
    제가 고른 연필 한자루 스케치북 하나에서도
    제 마음을 읽이주실것 같아요

  • 6. 햇살
    '25.3.7 12:50 PM (118.235.xxx.156)

    뭔가.중학교 교과서 있을 것 같은 수필이에요
    방망이 깍던 노인ㆍ현이의 연극 느낌
    좋은 글 감사해요

  • 7. 주인님
    '25.3.7 12:50 PM (14.37.xxx.187)

    저런 가게 알바라도 하고 싶어요. 따스한 눈길로 함께 행복해질 것 같아요. 오늘도 모두 해피 데이.

  • 8.
    '25.3.7 1:02 PM (211.109.xxx.17)

    모두가 해피엔딩^^

  • 9. .....
    '25.3.7 1:09 PM (119.199.xxx.5) - 삭제된댓글

    읽는 우리도 해피엔딩.^^

  • 10. ...
    '25.3.7 1:15 PM (121.65.xxx.29)

    지난 글들까지 보았는데 진짜 기가 막히게 글을 잘 쓰시네요.
    내가 문구점 계산대에 있는 것마냥
    그 공간, 시간...손님들 묘사가 간결하고 생생합니다.
    꼬마손님들의 귀여움과
    각자의 이유와 사연들로 드나드는 손님들 이야기
    문구점 주인님이 따뜻한 관찰기.
    훗날 꼭 수필집으로 내주세요!

  • 11. ....
    '25.3.7 1:18 PM (115.21.xxx.164) - 삭제된댓글

    어제밤 시가쪽의 암전이 소식을 듣고 우울해 하는 남편을 보며 힘들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마음에 빛이 들어오네요. 다음글도 기다릴께요. 82쿡의 작가님이세요.

  • 12. ...
    '25.3.7 1:29 PM (219.255.xxx.142) - 삭제된댓글

    해피엔딩이라 기뻐요.
    보석스티커 반짝반짝 빛나길

  • 13. 원글님
    '25.3.7 1:32 PM (39.7.xxx.170)

    글을 읽을 수 있어 오늘은 참 좋은 날입니다.
    몰라도 될 일이 보여 괴로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순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고
    싶어집니다.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 14. 남매키우는 워킹맘
    '25.3.7 1:35 PM (218.55.xxx.250)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둘째 아들과
    머뭇거리다가 한발 늦는 첫째딸을 키우는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 보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저 상황에서 나도 원글님처럼 큰애 마음 헤아려줄 수 있을까
    저 아빠처럼 화내지 않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 15. .....
    '25.3.7 2:20 PM (163.116.xxx.112)

    글 정말 재밌어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16. 물어보는
    '25.3.7 3:00 PM (116.32.xxx.155)

    좋은 아빠네요

  • 17. ㅇㅇㅇ
    '25.3.7 3:48 PM (222.100.xxx.51)

    황금달걀과 보석스티커 같은 글 감사합니다

  • 18. ....
    '25.3.24 4:18 PM (115.21.xxx.164)

    작가님 다음 편도 기대할께요^^

  • 19. ....
    '25.5.14 2:33 PM (218.52.xxx.18)

    선택지 좌표 댓글 보고 왔어요.
    몇가지 골라 읽었는데 정말 글 잘 쓰시네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 20. 재스민꽃
    '25.5.15 8:15 AM (222.109.xxx.98)

    새학기 문구점의 늦은 밤...
    절로 미소 지어지는
    꾸밈없고 따스하고 잔잔하게 삶의 관조..? 까지
    느껴지는 멋진 글이네요
    자주 써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21. 독자
    '25.5.16 9:25 AM (14.32.xxx.88)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저도 이 문구점에 가고 싶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6525 친구 아들 대입 축하 선물을 줘야 하나요? 44 20년된 친.. 2025/03/08 3,571
1686524 내란 공범 검찰은 항고하라 4 검찰 2025/03/08 664
1686523 요샌 의사간호사 조합으론 결혼 33 결혼 2025/03/08 7,710
1686522 헉.. 수염이 났어요... 5 .. 2025/03/08 2,367
1686521 자식자랑은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80 ... 2025/03/08 21,571
1686520 정시 수시에 대한 생각 20 2025/03/08 2,176
1686519 쿨톤은 골드가 안어울리나요? 15 /// 2025/03/08 2,238
1686518 윤석열 오늘 나와요? 8 ... 2025/03/08 2,750
1686517 최근 들어 온 국민이 알게 된 법률들 1 잠을잘수가없.. 2025/03/08 1,073
1686516 서울 간 대학생 아이들 얼마나 자주 본가에 오나요? 16 .. 2025/03/08 2,768
1686515 소파 없애면 아쉬울까요? 12 구속유지하라.. 2025/03/08 2,448
1686514 아껴쓰는 비법 있으신가요 23 .. 2025/03/08 5,152
1686513 주사한방맞았을뿐인데 7 샐리 2025/03/08 3,110
1686512 저도 50살 취업했어요 19 토요일이닷 2025/03/08 6,422
1686511 싱글침대용 전기장판 어떤거 살까요 8 ... 2025/03/08 1,270
1686510 학습지선생님 오실때 가실때 다나와 인사하나요? 16 .. 2025/03/08 2,277
1686509 언제나 원인제공은 검찰이 1 ㅇㅇㅇ 2025/03/08 991
1686508 밥을 하기싫은 이유가 지겨움과더불어 너무 먹는데만 국한되니 5 반복 2025/03/08 3,246
1686507 쇼츠영상 댓글조아요 가 안보여요 1 리플 2025/03/08 754
1686506 세타필바디워시쓰는데 만족해요 4 세타필 2025/03/08 1,869
1686505 주말엔 몇시에 일어나요? 5 2025/03/08 1,705
1686504 눈및 아니 눈밑 지방 제거아닌 재배치 후기 27 배고파새벽 2025/03/08 4,875
1686503 삶이 심심해서 알바하는 주부들 많다는데 39 2025/03/08 11,662
1686502 '서부지법 폭도' 공개했더니 명예훼손 수사? 4 이게나랍니까.. 2025/03/08 2,042
1686501 내란범들이 발악하는 이유 2 ... 2025/03/08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