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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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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할매 이야기 ... 또 반전편

손녀딸 조회수 : 4,042
작성일 : 2024-05-05 23:20:46

저는 사실 엄마라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싫어해서요

첫 제사도 안갈려고 했는데 남편이 다음에 안가더라도

이번에는 가자고 해줘서 가고 그 다음 부터는 참석도 안 하고 산소도

가기 싫어서 안 갔어요

지금 이 순간도 별로 애틋하지도 그립지도 않아요

 

저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 했어요

동생들 조카들 심지어 길가다 만나는 유모차속 아가들과

또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정말 예뻐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느 날 한 아이가 다쳐서 엉엉 우는데

제가 달래고 치료해 주면서도 울지 말라고 자꾸 그러고 있는 거에요

1 학년인데 많이 아팠을 텐데 울지 말라고 자꾸 강요를 ...

아이들이 아프면 울 수도 있는데 그걸 못 듣는 제가 이상하다 싶어서

대구지역에 유명한 상담심리전공 교수님을 찾아갔고 10 회기 상담을 시작했어요

 

저한테는 아직도 생생한 어릴 적 기억이 두 편이 있어요

하나는 저번에 올렸던 할머니와의 생애 최초의 기억

또 하나는 엄마와의 첫 번째 기억입니다

 

저 시기에 제가 많이 또 그리고 잘 울었었던 울보였나봐요

그래서 아버지가 언니랑 동생들 데리고 외출했던 날

엄마와 저

창문도 없고 여닫이문만 하나 있는 깜깜한 방에 남겨졌어요

아니 엄마가 저 우는 버릇 고치겠다고 미리 작정하고

문 손잡이 못 열게 안쪽에서 숟가락으로 걸고

거기에 등을 대고 앉고 맞은 편에는 제가 앉았어요

엄마 옆자리에는 회초리가 있고

 

먼저 회초리로 때려요

앞으로 울래 안 울래 ..

맞아서 아프니까 울어요

울 때마다 때려요 자꾸자꾸 때렸어요

아프지만 소리내서 울면  자꾸 더 때리니까

입을 틀어막고  속으로 꺽꺽 참으며 소리 안 낼려고 버텼어요

계속 때려도 제가 우는소리 안 낼때가 되어서야 그 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는 6~7 살 정도여서 시계는 볼 줄 몰라서 못 봤지만 몇 시간(아마도 느낌의 시간)은

그렇게  엄마의 무서운 회초리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엄마는 교육효과 확실하다고 좋아했겠지만

저는 그 이후로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이상한 병 ?? 에 걸려 버렸어요

아무리 슬퍼도 눈물도 참고 소리도 못내고

심지어는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만  소리죽여

흘리고 있었거든요

 

이래서 제가 아이들한테도 울지 말라고 강요할만큼 우는 소리를 못 들었던 거였더라구요

지금도 그날 그 방안 상황을 그림으로라도 그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기억속에 있어요 

제 생애 가장 큰 무서움으로 남았으니까요

상담해주신 교수님하고 6 회기 때 비로소 그날로 부터 40년이 넘어  처음으로

엉엉 소리내어서 울어 봤어요

처음에는 잘 안되었는데  6 회기 만에 겨우 .....

 

지금은 소리내서 잘 우냐구요 ??

잘 못 울어요 여전히 눈물 참고 소리참고

이런 게 뭐 별거겠나 싶지만 우는 것도 감정표현의 한 방법이라서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있으니까

저도 감정표현 차원에서 속 시원히 울고 싶기는 해요

 

또 상담하면서 엄마가 절 대한 방어기제 ( 투사동일시 ) 에 대하여 알아보다가

교수님께서 상담공부 하길 권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안하고 싶어서 중단했습니다 .

어떻게든 엄마생각 안하려구요

언제든 엄마와 관련되어서 스토리들이 파헤쳐 지고나면

정말 심하게 몸살나듯 아팠거든요

 

할매이야기는 신났는데

오늘은 마음이 무거워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물론 오늘도 남편 먼저 자고 있고 저는 82 쿡 놀이 ....

 

어제 실수로 글 올릴 때 제 닉네임 노출시켰다가 빛삭했지만

보신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키톡에 자주 출몰하는 저를 아실 수도 있어서 ... 모른척 해주셔요

 

오늘까지 총 5 편 제 이야기 들어주시고

달래주시고 공감해주신 언니같고 동생같은 82 쿡 님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

 

 

IP : 121.182.xxx.20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5.5 11:42 PM (14.138.xxx.247)

    꼭 안아드리고 싶네요.

  • 2. 그런
    '24.5.6 12:18 AM (125.178.xxx.170)

    아픔이 있으셨군요.
    깊은 위로 드립니다.
    이렇게 종종 글로 써 주세요.
    그러다 보면 좀 더 치유 될 수 있어요.

  • 3. 쓸개코
    '24.5.6 12:27 AM (118.33.xxx.220)

    원글님 저는 닉 못 봤어요.^^
    엄마얘기는 더 안 하셔도 돼요. 원글님이 맘 편해지는 방법을 찾으셔야죠.
    익게에 개인얘기를 터놓고하는게 쉽지 않은데 해주셨고
    그 스토리를 읽으며 제 개인적인 추억도 떠올려보는 기회도 되었어요.
    올려주신 글들 잘 읽었습니다.

  • 4. ..
    '24.5.6 12:47 AM (39.7.xxx.23)

    오늘 여기 이렇게 글올리고 다시 한번 원글님 마음속에서 탈탈 털어버리시고 잊고 사셨으면면 좋겠네요
    비오는 밤 행복한 꿈꾸시면 푹 주무시길

  • 5. ....
    '24.5.6 1:01 AM (106.101.xxx.49)

    이렇게라도 마음을 푸세요
    다 들어드릴게요
    토닥토닥

  • 6. ....
    '24.5.6 1:04 AM (106.101.xxx.49)

    저도 저의 엄마는 낳은 생물학적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덕분에 할머니의 희생덕으로 그 말도 안되는 환경속에서 이렇게나마 살고 있어요
    힘내세요
    저 죽으면 바로 할머니께 달려갈거에요...
    너무 보고 싶거든요

  • 7. 원글
    '24.5.6 1:19 AM (121.182.xxx.203)

    윗님!!
    잘 살아내셨네요 제가 마음으로라도 안아드릴게요

  • 8. ...
    '24.5.6 1:36 AM (106.101.xxx.49)

    원글님 어떤 심정인지 알것 같아요
    원글님 할머니와 저의 할머니 그리고 우리의 부모는
    아주 비슷했을것 같아요

  • 9. 저도
    '24.5.6 8:01 AM (61.101.xxx.163)

    어려서 외가에서 커서 엄마아빠에 대한 기억은 전혀없고 외할머니랑 이모외삼촌 기억이 더 많아요. ㅎㅎ
    따뜻한 기억이지요..
    이땅의 할머니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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