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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말 없는 부자

어떤날 조회수 : 3,241
작성일 : 2024-05-05 12:33:58

어제 남편과 점심 때 식당엘 갔는데

안내 받은 자리 대각선에
한 눈에 봐도 너무 추레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거예요.
그 맞은 편엔 아들인 듯한 50대 후반의 남성이
앉아 있고
암튼 
제가 고개만 들면 할아버지가 마주 보일 정도로
가까이 앉아서
우리도 마친가지로 말 없이 밥만 먹었는데
우리나 그 집이나 어쩜 그렇게들 할 말이 없는지...
 
그러다 옆에 앉은 남성이 자리에 일어났고
이제 다 드셨나보다 했더니
웬걸 이 빠진 할아버지가 메인으로 나온 고추장 불고기를 고춧가루 하나까지 깨끗이 비우더니 
밑반찬까지
싹싹 드시네요.감옥에 있다가 몇 년만에 출소한 사람처럼요.
 
담배 피러 먼저 나가겠다,
천천히 드시고 나오셔라,
계산 먼저 한다,
 
남들 이목 생각해서라도
저 말 중 하나라도 할 만 한데
아들,나가서 절대 다시 안 들어오고
그 아들 없어도 혼자 
 
때 인지 햇볕 그을음인지 모를 시커먼 손으로
누룽지까지 알뜰히 드시는 할아버지.
 
참 난감했어요.
그 할아버지도 10대 20대 청춘이 있었을 거고
아내도 있었을거고
딸이니 며느리도 있었을 테지만
단 한 장면만으로 읽혀지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
 
남편은 뚜벅뚜벅 커피까지 챙겨가는 할아버지
뒷모습을 보며
저래 뵈도 저 할아버지,우리 눈에 보이는 논이니 밭이니가
다 저 할아버지 꺼 일 수 있다며
평생 땅 보며 산 어르신들은
우리가 뭐라 할 분이 아닌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야
 
하는데
 
또다시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 애들은 밥 한 끼라도 사드려야 되지 않나
하는 어버이날 스트레스는 안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하고 있네요.
 
 
IP : 116.43.xxx.4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5.5 12:44 PM (123.212.xxx.231) - 삭제된댓글

    원글님 부부는 죽이 잘 맞는 것 같아 보이네요 ㅋ

  • 2. 나도
    '24.5.5 1:02 PM (115.137.xxx.155) - 삭제된댓글

    어제 식당에 갔는데 옆자리의 바로 보이는 자리에 어느 부부가 앉아있더라구요. 서로 말없이 밥을 먹는중에 여자분이 계속 본인의 대각선 자리에 앉아있던 부자를 힐끔거리던데...
    그 분이셨군요!!!!

  • 3. ..
    '24.5.5 1:12 PM (211.243.xxx.94)

    부자래서 리치맨으로 반전 있는 줄..

  • 4. 엄지척
    '24.5.5 1:14 PM (121.142.xxx.26) - 삭제된댓글

    첫댓글 맘에 듬

  • 5. ...
    '24.5.5 1:30 PM (1.235.xxx.154)

    나의 해방일지 그 드라마가족들이 저희집처럼 말없이 밥을 먹어요
    시댁은 왜그리 말이 많은지...적응이 안됐어요
    저는 아들이 좀 끝까지 앉아서 ...같이 일어나지
    친정오빠가 저래요
    담배핀다고 항상 먼저 나가고

  • 6. 어떤날
    '24.5.5 2:25 PM (116.43.xxx.47) - 삭제된댓글

    늦은 점심을 먹느라 안 치운 식탁이 많았고
    두 테이블 밖에 없는 자리엔 거의 합석 수준로 붙어있었어요.
    맘에 맞는 친구랑 같이 있었다면 옆에 폭탄이
    터져도 몰랐을 텐데
    어제는 좀 예민했네요.

    저는 일상이 무료하고 좀 안 행복하달까?
    이 무료함을 얻으려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달려왔는데
    같이 있어도 외로운 부자를 보면서
    제 모습을 본 듯 하여.

  • 7. 어떤날
    '24.5.5 2:28 PM (116.43.xxx.47)

    늦은 점심을 먹느라 안 치운 식탁이 많았고
    두 테이블 밖에 없는 자리엔 거의 합석 수준로 붙어있었어요.
    맘에 맞는 친구랑 같이 있었다면 옆에 폭탄이
    터져도 몰랐을 텐데
    어제는 좀 예민했네요.

    저는 일상이 무료하고 좀 안 행복하달까요?
    이 무료함을 얻으려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달려왔는데 언듯언듯 동굴에 갇힌 기분이 들어요.

    같이 있어도 외로운 부자를 보면서
    제 모습을 본 듯 하여 글을 올려봤습니다.

  • 8. 에궁
    '24.5.5 2:35 PM (211.234.xxx.22)

    간헐적단식중이라 저는 먼저 먹고 나중에 3부자 저녁차려줬더니
    한동안 아무말않고 밥먹는 소리만 ㅠ
    그래도 큰애가 며칠전 전역한 작은애한테 군대얘기 시작하니
    좀 말소리가 나더라구요 우리집 남자들도 답답해요
    내가 빠지면 당최 말을안해서 나혼자 mc봄ㅠ
    시아버지랑 그 아들들도 비슷했음..

  • 9. 울집부자도
    '24.5.5 3:57 PM (125.189.xxx.41)

    비슷해요.
    저보고 말 많다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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