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335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3424 롯데본점에서 신사역 가는 버스 4 버스 2024/05/17 380
1593423 제가 지능이 낮은걸까요? 성인 adhd일까요? 16 ddd 2024/05/17 4,039
1593422 남자 겨드랑이 혹잡히면 1 궁금 2024/05/17 1,098
1593421 올리브오일 선택 7 에어 2024/05/17 1,437
1593420 민희진 “어도어 인수해달라”며 네이버·두나무 만났다 67 ㅇㅇ 2024/05/17 6,557
1593419 어제 김밥 팁 감사합니다~~! 17 행복 2024/05/17 6,762
1593418 레인부츠 국산 저렴이 9 얼마전 2024/05/17 1,238
1593417 일상얘기 나누는 사람 있나요? 21 열매사랑 2024/05/17 2,526
1593416 김호중 변호인에 조남관 전 검찰총장대행 선임 27 ........ 2024/05/17 4,338
1593415 50대 이상 친구들 모임에서 9 2024/05/17 4,686
1593414 국회의장 선거 투표는 4월 당선자들이 힌건가요? 6 2024/05/17 802
1593413 이사하면 식구들한테 이야기 해야할까요 9 dd 2024/05/17 1,559
1593412 김정숙여사 단골디자이너 딸 출국정지 14 ㄱㅂ 2024/05/17 6,061
1593411 10시 대안뉴스 대물시네마 ㅡ 대체 불가 드라마 신인?송강호 .. 1 같이봅시다 .. 2024/05/17 528
1593410 감기 앓은 후 장트러블 ㅠㅠ 3 ㅠㅠ 2024/05/17 580
1593409 갑자기 비행기 소리가 13 후덜이 2024/05/17 1,672
1593408 니체 나자신이 싫어질때 9 아하 2024/05/17 2,358
1593407 남편이랑 사는게 너무 싫음 이혼해야 할까요 13 2024/05/17 4,312
1593406 키작녀 요즘 옷 유행이 너무 적응 안되요 16 ㅇㅇ 2024/05/17 5,909
1593405 임대인배상책임 보험 1 전세준집 2024/05/17 518
1593404 편의점에 세숫대야냉면 ㅎㅎ 5 ㅇㅇ 2024/05/17 1,957
1593403 귀가 먹먹할 때가 있는데- 이관기능장애 잘 아시는 분~ 4 .... 2024/05/17 728
1593402 요즘 도우미 아주머니 일당 8 지디 2024/05/17 2,719
1593401 성생활 10년 넘게 없어도 자궁경부암감사 받아야 하나요 10 검사 2024/05/17 3,553
1593400 일하기 싫은 금요일 3 어허 2024/05/17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