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부

며느리 조회수 : 1,808
작성일 : 2023-12-03 10:26:34

 

김장을 하고 오후 3시쯤 밖에서 점심을 먹자며 어머님을 모시고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어머님댁에서 시내까지는 20분정도 걸리고 가는 길에 각천이라는 마을을

지나갔다 

 

커브가 크게 휘어지는 도로가 나오자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눈이 온 날

 

장에 간다고 오토바이 타고 이 길을 지나가다가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끌어져

 

둘이서 오토바이에서 떨어졌는데 

 

그날 아버지가 팔을 크게 다쳤다

 

아버지는 자기 다친거는 하나도 모르고 내가 다쳤나 싶어

 

팔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나에게 뛰어와서 나를 살폈다

 

내가 옷을 찢어서 아버지 팔을 옷으로 감아 드렸는데

 

 

 

그날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웠는데

 

고사리인가 도라지인가 한줌도 안 되는 걸 팔러 간다고

 

 

둘다 바닥에 굴러 떨어지고

 

아버지는 그날 많이 다쳤는데

 

자기가 다친 건 하나도 모르고 달려와서 나를 살폈다

 

 

 

어머니는 척추수술도 하셨고 뼈가 안 좋으셔서 뼈를 다치면 큰일이니까요

 

 

어머님의 그 날의 남편에 대한 기억이 너무 슬프고 애틋하고

 

어머님을 향해 달려오던 아버님 모습이 마치 보이는 듯 떠올라

 

아무도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시내까지 갔다

 

 

 

아버님은 떠나셨지만 

 

어머님을 걱정하시고 사랑하셨던 그 날 그 순간의 마음이

 

각천마을 그 휘어진 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길을 지나며 아내는 눈물지었다

IP : 211.203.xxx.1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3.12.3 10:30 AM (175.195.xxx.148)

    소설 같아요
    울컥하네요

  • 2.
    '23.12.3 10:36 AM (58.142.xxx.34)

    저도 울컥하네요

  • 3. 저도
    '23.12.3 10:38 AM (218.233.xxx.109) - 삭제된댓글

    눈물 납니다
    남편이 사랑해주던 기억 평생 갈 거 같아요
    함께 25년을 살아가니 부모보다 남편이 더 고맙고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 4. 아들은
    '23.12.3 10:50 AM (121.133.xxx.137)

    아버지를 닮으니
    원글님 남편도 그런 남편이실듯^^

  • 5. 사랑 감동
    '23.12.3 10:56 AM (218.54.xxx.227) - 삭제된댓글

    울 남편 군밤 이로 깨물다 펑 터졌는데
    앞에 있는 제게 파편이 튀었어요.
    순간적으로 얼굴 숙이고 눈 가리니까 제 얼굴잡고 눈 괜찮냐고 보자고 막 소리지르더라구요.
    근데 전 안경에 다 맞아서 괜찮았고 남편은 입에 화상입어서 난리..
    주말저녁이라 동네 약국 몇군데를 미친듯이 달려서 약 사왔습니다.
    부부 사이 사랑이 참 감사하고 소중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31738 자궁경부암 국가검진했는데 2cm 용종이 나왔어요 나는 2023/12/18 2,686
1531737 미술쪽 직업 좀 아시는 분? 4 포트폴리오 2023/12/18 1,533
1531736 [펌글]이혼하기 싫어서 부모님께 쌍욕했습니다 24 ㅇㅇ 2023/12/18 8,595
1531735 연금저축, IRP, ISA 등 세제혜택 관련 정리 77 연금 2023/12/18 8,946
1531734 10만원대 이불 추천 좀 해주세요. 18 -- 2023/12/18 1,726
1531733 음반이 많이 팔리면 불리는 단어가 뭐죠? 3 단어망각 2023/12/18 1,680
1531732 겨울에 여름 나라로 여행을 갈 것 같아요. 그런데...(수영복 .. 4 dd 2023/12/18 1,267
1531731 수영복은 얼마마다 새로 사세요? 5 ... 2023/12/18 1,601
1531730 정국#어셔 콜라보 좋네요 7 ... 2023/12/18 1,165
1531729 이천수 형 5 ㅇㅇ 2023/12/18 3,174
1531728 항상 뭔가 잘못될까 부들부들대는 삶 피곤해요 7 조언좀 2023/12/18 2,277
1531727 스티브 잡스관련 글 읽다가 5 ㅇㅇ 2023/12/18 1,259
1531726 김장김치 일부가 물러졌어요.ㅠㅠ 6 김장김장 2023/12/18 2,565
1531725 이번에 독감걸리신 분 7 2023/12/18 1,752
1531724 서울대 복전에 대해서 여쭤요. 14 ... 2023/12/18 2,411
1531723 맛없는 김장김치구제법 2 인생 2023/12/18 1,459
1531722 40대가 되니까 어디에도 끼기 어려워요. 5 ㅜㅜ 2023/12/18 4,016
1531721 보라매역이나 서울 공고 근처 주차장 알려주세요 4 셤 응시자 2023/12/18 952
1531720 이거 보셨어요? 3 ㅎㅎ 2023/12/18 1,366
1531719 너무너무 자랑이 하고 싶어요. 66 .. 2023/12/18 21,840
1531718 오래된 순금 목걸이/반지를 골드바로 바꾸고 싶어요. 8 ..... 2023/12/18 2,958
1531717 80대 어머님들 무슨 간식 즐겨 드시나요? 8 간식 2023/12/18 2,860
1531716 역시 추위는 기온보다 바람같아요 6 dd 2023/12/18 2,924
1531715 남편이 귀에서 소리가 난다는데 8 ㄱㄴ 2023/12/18 1,807
1531714 주말에 엄청 힘들었는데도 어려운 2023/12/18 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