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영화보기 딱 좋은 밤이죠.
어제 노곤한 하루를 뒤로 하고 씻고서 전기장판 뜨끈히 하고 넷플을 켰습니다.
포가튼 러브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어서
딱 12시까지만 보고 자야지...그러다가 끝까지 달려버렸어요.
폴란드 배경인데
저는 유럽의 그런 넓직하면서 때론 황량하고 때론 목가적인 풍경 좋아해요
특히 퐨시한 럭셔리 유러피안 스타일 보다는 늘 서민적인 일상에 끌리고요.
최고 미남미녀가 아닌 배우들도 좋고요.
주인공 남자가 농가에서 살며 입는 허름하고 지저분한 옷..
루즈핏으로 멋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주인공이 모든 걸 잃었어도 남은 것 하나..
그의 인격.
그의 사랑.
강렬하고 자극적이지 않아도
뭉근히 오래 끓인 따끈한 수프 같았어요.
요새 나는 왜 이렇게 못됐지....하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거기 주인공의 친구 의사처럼 ....악인까지는 아니라도
자기 이익 앞에서 슬쩍 돌아서고, 슬쩍 꼼수 부리는..)
특히 아빠 돌아가시고,
내가 아버지께 한번도 친절하지 않았단 생각에
실망하고 슬펐는데
어제 영화 막바지 부분에 나도 저렇게 좋은 사람 되고 싶다..생각이
파도처럼 저를 확 덮치면서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었고요.
아빠에게도, 그리고 내가 믿는 신에게도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옆에 누워 고른 숨을 내쉬며 자는 남편 깰까봐
뺨을 적셔 내리는 눈물을 조용히 훔치고,
짧은 기도를 하고,
남편 뺨을 두어번 토닥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지만 조금더 더디 화내고,
조금더 상대를 포용하고 기다리는 일을 연습하자고 생각하게 되네요.
(생각만! 생각만!!)
영화는 허술한 부분도 있어요.
제가 영화에 감동을 받은 것은 제 개인적 시기 탓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러모로 볼거리도 있고, 조용히 은근히 마음을 움직여주는 영화가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이리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다니
참 좋은 시대에 잘 살고 있다는 감사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