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일이 바빠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직장일이야 언제나 바쁘지만 그렇다고 집안일 손 놓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오죽하면 중2아이가 오늘 뭐 시켜먹을까 물었더니 엄마의 따듯한 집밥을 못 먹어본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햄버거도 피자도 다 지겹고 엄마밥 먹고 싶다고 해서요. 그 말 듣고도 며칠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다 간신히 카레라이스 끙하고 해 줬는데요. 하면서도 궁금하더라고요.
이게 뭐라고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왜 이러지. 젊었을 땐 재미삼아 푸드 블로그도 했었고요. 매주 사람들 불러서 밥해 먹여서 남편이 다 좋은데 제발 일주일에 한팀만 받자고 부탁할 정도였고요. 김장때면 뻑쩍지근하게 수십명 모아서 했었고요. 근데 이젠 다 시들하고 너무나 귀찮네요.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거 따라해 봤어요. 라미란 치타 여사님. 남편이랑 아이를 불러 앉혀놓고 내가 갱년기다 내가 밥은 하는데 설거지는 안 한다 빨래는 해주는데 청소였던가 나머진 니네가 알아서 해라 기타 등등. 둘이 눈치껏 끄떡끄떡은 하는데 제가 제일 궁금해요. 내가 왜 이러지. 진짜 갱년기라 이런가. 그까짓 밥하는게 뭐가 힘들다고. 근데 너무 힘드네요. 제 나이 내년이면 지천명. 이런 분들 많이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