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같은 실수를 하는 분도 있다면 부디 스스로 엉킨 실타래를 잘 풀고 나오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사기꾼인 ex가 이혼을 원치 않아서 소송이혼했는데, 5년 걸렸습니다. 이런 사람과 법적으로 얽히면 해소하는 것도 골치입니다.
제가 사기꾼에게 넘어갔던 이유는,
학교와 교회만 다니느라 세상물정을 몰랐고,
이상주의자였어서(당시에는 제 자신이 이상에 빠져있다는 사실 조차도 몰랐습니다.)인간에 대한 이해도 없었습니다.
'삶 자체가 거짓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제 주변에도 그냥 모범생들과 교회 지인들 뿐이라 겉모습으로라도 나이스하고 깔끔한 사람들뿐이라 사람을 상대로 악의를 갖고 접근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그러니까 ex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때 저는 그냥 혼란스럽고,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구요.
주변에 물어봐도,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ex도 저를 또라이 취급하니까 저도 나중엔 제 생각을 믿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이 사람의 언변이 뛰어나고, 유머가 많아서 주변에 교회 사람들이 치켜세워주고 예배시간에 간증도 할 정도로 신실한 사람인 줄 알았죠.
저는 책상에서 공부밖에 한 게 없는 사람이라 삶이 지루했어서, ex의 재미있는 면에 끌리고, 체격도 좋고 외모도 나쁘지 않아서 교제하게 됐는데, 결혼까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결혼식장에 들어갔어요.
이혼은 안된다. 하나님 앞에서 약속했다. 이런 이상한 생각들로 인해,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삶을 그냥 견뎠는데, 협의 이혼의 과정에서 조차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저혼자 법원에 출석했다가 허탕친게 수차례, 결국 결혼부터 소송까지 오년이 걸렸고, 소송부터 판결까지 오년이 걸렸어요.
그 사이에 정작 결혼 생활은 이년 정도였는데, 버틸 수 없어서 별거를 하고 노력한다고 다시 살고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저까지 미쳐가는것 같았어요.
사기꾼의 특징이 알맹이도 없는 말을 장황하게 술술술 내뱉더라구요. 제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다다다다 말을 하고, 나중엔 폭력에 욕설까지 난무하는데, 제가 점점 무력해지고 병들어가는 걸 느꼈어요.
건강하던 제가 이때 온갖 질병을 얻고, 억지로 관계를 하면서 자궁근종까지 생겨 제거 수술도 했었지요.
사기꾼은 상대의 욕심이 뭔지 정확하게 캐치하고 그걸로 꼬십니다.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것 같이 달콤한 말들로 나를 영화속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해요.
제가 ex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확신하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그래도 과거의 그 사랑은 진짜였길 바랬거든요. 그러니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를 스스로 거부했던것같아요. 인정하는 순간 내인생이 너무 하찮아지니까요.
소송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재산내역이나 통장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
이 사람이 혼인기간에도 혼인 전에도 회사를 다닌 적이 없었다는 사실, (자격증을 회사애 불법으로 대여해주고 대여금2500-3000 정도는 받아서 생활은 함) 군대도 들어갔다가 짤려서 못다닌 사실을 문서로 확인했어요.
제가 알고 있던건 결혼 후에 회사를 잠시 쉰다고만 들었지, 회사다닌 행새를 했었거든요.
웃긴건 판사도 속았다는 거죠.
1심에서 이혼이 기각됐는데, ex가 자신이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노력하는 증거들을 제출했어요. 이미용 사회봉사, 상담자격증 취득, 요리하는 사진들, 이웃들의 증언, 교회 사람들의 증언.. 이런 것들을 사진으로 제출했어요.
알고보니 본인 조카 이발해주는 사진이었고, 상담사인 지인에게 부탁해서 취득한 민간 상담 자격증이었고, 친한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글들... 무튼 이런 증거들을 잔뜩 제출해서 판사가 ex의 절절함을 받아줬답니다.
이름도 잊을 수 없어요. 그 판사.
저는1심때 그 사람 얼굴만 봐도 소름끼쳐서 한번도 출석을 안하고, 서면도 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변호사까지 고용을 잘못하는 바람에 1심을 망쳐서
2심때는 직접 서면 쓰고, 이혼 전문변호사에게 의뢰해서 이혼 판결 받았어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의 힘이 없이 어리석게 산 결과로 저의 30대는 통째로 없어진 격이 되었어요.
다행히 아무 기력이 없이 매일 눈물로 버티다가 명상을 시작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고, 소송할 힘이 생겼을 때 그때부터 이 악물고 싸웠답니다.
그래서 그 ex는 어떻게 됐냐하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후로는 재판에 한번도 오지 않았어요.
그 전에는 한번도 빠지지 않았는데 말이죠.
대꾸할 가치도 없는 그의 서면에
하나하나 반박하지 않으면, 내가 죄인이 됐기 때문에,
무슨 탐정처럼 저의 알리바이를 해명하고,
명백함을 밝히는데 2-3년의 시간을 썼더니,
이제는 싸움이 무섭지 않아요.
또라이를 어떻게 상대하는 것인지
이제는 알거든요.
사람이 자신의 결핍을 너무 크게 보고,
그걸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정신을 잘 못차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때, 사람으로 채우려고 하지말고,
지름길로 가려고 하지말고,
내 결핍은 내가 감당한다는 마음으로,
공짜는 없다는 마음으로,
내가 직접 하나하나 정면돌파하면서
나아갈 생각을 해야지
내 인생을 구제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
대부분은 알고 사시겠지만,
저는 몰랐기 때문에,
저같은 분 계실까봐 긴 글을 썼어요.
그래도 다행인건, 인터넷의 발달로
각종 사기꾼의 면모들이 드러나서
예방이 되네요.
사기꾼들도 진화하고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