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학년 시절 좀 놀았습니다
신기하게 이 때 부모님이 폭력과 바람으로 난리가 나서
이혼하고 쌩난리쳤던 때에요.
밤새 싸우고 피가 방안에 흩뿌려져 응급실가고 했던 공포의 시기.
그전까지 해맑고 개구장이로 살던 저는
딱 고 시기만 좀 놀던 아이들과 어울리며 일탈이 시작됩니다.
6학년 때 아이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기 시작.
버스정류장 매점에 팔던 까치 담배. 솔. 이런거 사거나(애들 담배심부름 시켜도 되던 시절),
심지어 길에 버려진 좀 긴 담배 꽁초 주워서
누구누구네 어른 없는 집에서 피우거나,
심지어 대낮에 버스정류장 위쪽의 화단 같은데 모여서 대범하게 뻐끔뻐끔.
그 때 절도 몇차례.
집 앞에 뉴코아가 있었고 지하에 큰 슈퍼가 있었는데
아이들과 거기 들어가서 옷 속에 껌을 훔쳐가지고 나왔어요.
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보통 12개 들이 정도 되는 작은 한박스를 훔치다가 딱 걸려서
사무실에 끌려가서 학교랑 경찰서 연락한다고 해서
막 울고 빌고 겨우 풀려남.
그 뒤로 안했어요.
집에 가니 오빠가 왠 껌이냐 했는데
친구네가 껌공장 한다고..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엄마가 그런거 봐도 신경도 안쓰던 시절.
5-6학년 때는 여자친구들과 같이 이집 저집 다니며 역할놀이를 했어요
그런데 주로 연애 놀이 하면서
왜이러세요~ 이런거. 옷벗고 막 이런건 아니고
겹쳐 누워서 뽀뽀하고 이랬....
제일 부끄러운 과거는 5학년때 같이 어울리고 껌 훔치던 아이가
(나중에 고등학교때 걔는 일진되었음)
우리 반 전학온 예쁘고 공부 잘하던 아이를 괴롭혔는데
옆에서 말리지 않고 방관했어요.
내 친구 아이가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 안나는데
신발주머지 빼앗아 도망가고
정서적으로 힘들게 하고 그랬던거 같아요.
전 적극 뭘 하지는 않았는데 그 자리에 같이 있었고 도와주지 않았으니
같은 무리가 되는거겠죠. 이 부분 너무 후회되고
지금이라도 찾아서 사과하고 싶어 페북 쳐봤는데
이름과 생년이 정확하지 않고 흔해서인지 안찾아지더라고요.
그 부담이 지금까지 주홍글씨처럼 저에게 있어요.
남자아이들과 방과후 빈교실이나 학교 놀이터 같은데서 어울렸는데
주로 남자아이들은 뒤에서 술레잡기하듯 쫓아오고,
우리는 도망가고 잡히면 남자애들이 강제로 뽀뽀하고
그러면 괜히 앙탈부리고 이랬어요
그 스릴과 뭔가 날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좋았었어요..
이렇게 일이년을 방황하다가
다시 이혼상황 정리되고 양육환경이 나아지면서
다시 예전의 저로 돌아와서 밝은 개구장이로..
개근상 우등상 타며 학교도 성실히 다니고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저와 어울렸던 일진 된 친구도 집에 부모님 이혼하고
엄마가 약간 행실 좋지 못한 걸로 동네나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었고
가난하기도 했고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예쁜 걸로 유명했던 아이였죠.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서로서로를 알아보는 듯 해요.
딱 그 시기에 그 친구들과 가까워졌고
제 환경이 나아지고 나서는
싸움 한 적도 없는데 그 친구들과 연이 풀어졌어요.
그 뒤로는 학교에서 서로 아는 척도 안하고요.
방황했던 그 시기를 생각하면
내 정서가 불안했고 낄낄거리고 재미나는 것 처럼 보여도
행복함이나 기쁨, 안정감 이런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 걸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고 도와주는 어른도 1도 없고
그게 행동으로 거칠게 다 나왔던거 같아요.
뭔가 지반이 흔들리는 느낌에 버둥거리며 닥치는대로
손에 잡고 휘두르는 느낌.
이랬던 저의 경험이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게 되면
연민으로 작용하더라고요.
환경이나 양육 태도를 바꿔주면 훨씬 좋아질 아이다...싶고요.
저의 부끄러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