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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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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

일기 조회수 : 3,669
작성일 : 2023-10-14 00:02:53

나의 계수나무.

아 내가 계수나무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계수나무에 대한 나의 애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어느 모양이든 푸릇한 이파리가 가득한 식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원을 가지게 된다면 정원 안에 꼭 잘 키워보고 싶은 나무.

금목서

계수나무

부겐베리아

금목서는 키우다 말려 죽였고,

부겐베리아 역시 탐스러운 꽃을 기대했지만 내 정원에서는 가시만 무성했다. 

그리고 계수나무.

오래된 아파트에 살 적에 가을이 올 무렵 단지에 들어서면 항상 딸기쨈을 만드는 향이 은은하게 났다.

신기했었다.

가을햇살이 반짝이는 날에 딸기쨈을 졸이시다니...

나무 향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난 엉뚱하게도 삼나무에서 나는 향으로 착각했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와 나처럼 나무를 좋아하는 화가친구가 생겼다.

창너머 멀리 숲 속에 보이는 나무가 은사시나무인지 미루나무인지로 싸우는 사이이다 ㅋㅋ

이 친구와 단지 안을 산책하다 그리운 딸기쨈 향을 만났다.

정원수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코를 갖다 댄 덕분에 그 근원지를 찾아냈다.

바닥에 떨어진 귀엽고 작은 동그란 낙엽.

계수나무.

아, 계수나무, 계수나무에서 이렇게 고운 향이 나다니...

계수나무의 향을 예찬하는 시는 없을까?

오동나무, 계수나무...

아마 조상님들은 찬연한 봄 밤 달빛 아래 화려한 오동나무 꽃 향기에, 그리고

서늘함이 깃드는 청명한 가을 한 낮에는 계수나무 향에 취해 계셨을 거다.

한국스럽지 않은 멋스러운 향들...

요즘은 아침 출근길에 계수나무가 낙엽을 다 떨구기 전 그 곱디 고운 향을 한 번이라도 더 맡으려 단지 안을 돌아 돌아 계수나무 아래 한참을 서 있곤 한다.

이쯤이면 나의 계수나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내일 아침은 비가 올 수도 있다니 커피 한 잔 내려 계수나무 아래 한참을 서성여보자.

IP : 221.141.xxx.110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0.14 12:06 AM (118.37.xxx.38)

    중국 계림에 사시는 분이실까요?
    우리나라에 계수나무가 정원에 있나요?

  • 2.
    '23.10.14 12:07 AM (221.141.xxx.110)

    아파트 조경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요.

  • 3. ..
    '23.10.14 12:10 AM (118.217.xxx.104)

    계수나무하면
    예전 계림 중 양삭 여행이 생각이 나네요.
    온 마을 지천에 널린 계수나무와 유자나무가(우리 유자와는 다른) 향기가 많이 났어요.

  • 4.
    '23.10.14 12:12 AM (221.141.xxx.110)

    계수나무가 온 마을에 지천이라면 전 가을에 계림에서 살고 싶어요 ㅎㅎ. 유자나무와 비슷하다면... 혹시 탱자??? ㅎㅎ 죄송합니다. 계림 이야기 재미있네요. 감사해요.

  • 5. 감사합니다
    '23.10.14 12:13 AM (210.204.xxx.55)

    글이 참 좋네요.

  • 6. 감사해요
    '23.10.14 12:18 AM (221.141.xxx.110)

    예전엔 숨기에 바빴는데, 나이 들어 용기만 생기든지 요상스러운 글이지만 올려봤어요. 210님 포근한 가을 밤 되시길요.

  • 7. 달콤한 향기
    '23.10.14 12:33 AM (210.90.xxx.43)

    요즘 많이 맡고 있어요.
    현재 제일 큰 대단지아파트인데
    계수나무만 주욱 서있는 구역이 있어서
    산책할 때 기분 좋아요.

  • 8. ㅇㅇ
    '23.10.14 12:35 AM (116.42.xxx.47)

    계수나무 동요?로 듣던 나무 아닌가요
    향이 궁금하네요
    딸기쨈 향이 나다니 신기해요

  • 9. 진짜
    '23.10.14 12:36 AM (221.141.xxx.110)

    가을을 만끽하고 계시네요. 제일 먼저 낙엽이 저버려 너무 아쉬워요. 경비아저씨께서 낙엽을 모아 푸대에 담아 두시던데.. 그 푸대 집으로 가져오고 싶을 정도에요 ㅋㅋ

  • 10. 맞아요
    '23.10.14 12:37 AM (221.141.xxx.110)

    그 계수나무랍니다. 신기하죠? 달나라에 계수나무가 많다면 그 곳도 살 만한 곳일 거에요 ㅋㅋ

  • 11.
    '23.10.14 12:40 AM (182.224.xxx.78)

    저녁 산책 때 지나가게 되는 이웃 아파트 단지
    항상 달달한 것을 끓이는 듯한 향이 나서
    누가 이렇게 매일 밤 뭘 만드나 싶었는데 바로 계수나무였군요!
    원글님 덕분에 오래 된 의문 하나 풀고 갑니다

  • 12. ㅋㅋ
    '23.10.14 12:42 AM (221.141.xxx.110)

    저도 매 가을마다 럭셔리하게 딸기쨈 졸이는 그 분이 늘 궁금했었답니다 ㅋ

  • 13. 우리
    '23.10.14 1:27 AM (223.38.xxx.31)

    아파트에도 있으려나
    검색해봐야겠어요
    근데 산책할때 달큰한 향은 못 맡아서...

  • 14. ...
    '23.10.14 1:34 AM (14.52.xxx.20)

    한 편의 시인 듯 수필인 듯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계수나무가 실재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직접 본 분들이 많다는 게 놀랍네요. 원글님의 감성과 표현력,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 15. ...
    '23.10.14 1:39 AM (58.231.xxx.213)

    잎이 하트 모양인 계수나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나무는 아마 일본산이죠?
    원산지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달나라의 계수나무는 '목서'라고 알고 있어서요...

  • 16.
    '23.10.14 1:43 AM (221.141.xxx.110)

    우리님 꼭 찾으실 수 있길요. 하지만 못 찾아도 가을은 매 해 오니깐요.

    ... 님 그러게요. 저두 계수나무가 있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알게 되고 얼마나 좋아 날뛰었던지요 ㅋ

    앗 ..님 진짜요?? 달나라 계수나무는 목서라구요?? 은목서 금목서 그 목서요? 이 목서들이 다 물푸레과인데.. 라일락도 물푸레과구요. 진짜 목서라면 달나라는 진짜 멋진 곳이네요. 새로운 정보 감사요!!

  • 17.
    '23.10.14 1:55 AM (122.37.xxx.12)

    계수나무 많아요 아파트에도 학교에도 흔하게 심어져 있는데...하트모양 마른 잎에서 솜사탕 냄새 같기도 하고 달고나 냄새 같기도 한게 어찌나 달큰한지 그 근방에 가면 아 여기 계수나무 있구나...하고 바로 알아차리게 되죠

  • 18. ..
    '23.10.14 2:48 AM (121.158.xxx.28)

    정원에 두 그루 심었어요. 달큰한 냄새가 행복하게 해주죠. 이파리도 하트모양이라 두루두루 잘 사용합니다. 마당에 이파리 떨어져있어도 지저분하지 않고 예뻐보여요.

  • 19.
    '23.10.14 4:08 AM (125.132.xxx.103) - 삭제된댓글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계수나무 껍질 벗긴 것이 계피 아닐까요?
    예전 치악산 상원사인가 갔을때 동료가
    저기 계수나무... 어쩌고 했는데
    비 맞고 올라간 지라 내려올 상황을 걱정하느라
    눈 여겨 보지 못해 내내 궁금했는데
    아파트 단지에 흔하다니 더 궁금해 지네요.

  • 20. 올봄
    '23.10.14 5:36 AM (210.121.xxx.147) - 삭제된댓글

    오동나무에 꽃이 핀다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탐스런 보라색 꽃이 활짝 핀 걸 처음 봤어요
    너무 예뻐서 스마트렌즈 해보니 오동나무였는데
    딸 낳으면 장롱 짜주려고 심었다는데
    꽃이 너무 예뻐서 베어버리기 아까웠겠다 싶었어요

  • 21. ㅇㅇㅇ
    '23.10.14 6:23 AM (120.142.xxx.18)

    원글님 글이 한편의 수필처럼 아름답네요.^^
    근데 남부지방에 사시나요?
    저도 금목서 은목서는 항상 심고 싶은데 중부지방에선 죽어서요. 계수나무도 서울에선 못본 것 같구. 근데 부겐베리아가 나무인가요? 중부지방ㅡ저는 양평에 촌집이 있는데 거기서 심을까 했는데 부겐베리아는 꽃은 이쁜데 퍼지는게 장난아니라 해서 포기했어요.

  • 22. 어머
    '23.10.14 6:33 AM (211.206.xxx.191)

    계수나무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그런 달콤한 향이 나는 나무가 있다니...
    오동나무는 기품이 있죠.

  • 23. 사랑해
    '23.10.14 6:45 AM (41.82.xxx.77)

    부겐뵐리아
    꺽꽂이 해서 키워 울타리가 되네요
    꽃이 환상이죠

  • 24. ...
    '23.10.14 7:06 AM (118.235.xxx.230)

    요즘 공원이나 아파트단지에 게수나무가 종종 보이는데,
    동요 푸른 하늘 은하수의 그 계수나무가 아니래요.
    일본에서 들여온 거고
    일본에선 향기가 좋아서 제사? 때 향으로 썼다고 합니다.
    잎이 하트모양으로 마주나기라
    아주 예쁘고요.
    땅에 떨어진 거 주워서 향을 맡으면
    쿠키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해요.
    가을엔 그 나무 가까이 가면 향이 나구요.
    국립수목원 정문에서 다리 건너자마자
    왼쪽에 큰 계수나무가 한 그루 있고
    안에 들어가면 더 많아요.
    경의선숲길 연남동에도 여러 그루 있어요.

  • 25.
    '23.10.14 7:48 AM (119.148.xxx.38)

    용산가족공원 언덕에도 있어요

  • 26.
    '23.10.14 9:46 AM (221.141.xxx.110)

    하트모양 잎사귀 맞아요. 기억력이 참 좋으세요.

    오동나무.. 저도 산 산책길에 발견했어요. 나무는 알고 있었는데, 항상 늦봄에 수원으로 가는 고속도로인가요? 그 어디메 쯤에 너무 황홀하고 화려한 향이 나서 늘 궁금했었는데 글쎄 오동나무였어요. 책에서 조상님들은 집에 딸 시집 보낼 때 쓸려구.. 집에 오동나무를 키우셨다는 글을 봤는데요. 오동나무 꽃 향을 맡은 후로는 우리 조상님들 이 화려한 향을 맡으며 봄 밤을 보냈다는 생각에, 소음 없는 조용한 봄 밤 달이 뜨고 오동나무맏 피워올리는 그 화려한 향을 생각하니 조상님들이 달리 생각되더라구요. 오동나무는 잎사귀며 수형이 기품있다는 말씀 맞아요.


    정원에 이미 계수나무 심으신 분, 꺽꽂이로 울타리로 부겐베리아 키워내신 분은 이미 승자이자 현자이시네요 ㅋ 그리고 "부겐뵐리아"가 더 잘 어울리는 이름같아요. 지중해 근방에서 불 타는 부겐뵐리아가 뒤 덮은 듯한 하얀 주택을 주택을 본 후 아... 저 꽃 아닌 꽃 그늘 아래 사는 것도 멋스럽다 생각했어요.

    계수나무 위치까지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이 분은 정말 나무 좋아하시는 분이네요. 반가워요 ~

  • 27. ㅇㅇ
    '23.10.14 10:24 AM (219.250.xxx.211) - 삭제된댓글

    따뜻하고 포근한 글이네요
    산책길에 어느 지점을 지나가면 항상 향기가 나곤 해요
    봄이어서 그런가 했는데 여름에도 가을인 지금도 향기가 납니다
    그 나무가 혹시 계수나무일까요
    좋은 글에 좋은 주말입니다 감사해요

  • 28. ㅇㅇ
    '23.10.14 10:26 AM (219.250.xxx.211)

    따뜻하고 포근한 글이네요
    산책길에 어느 지점을 지나가면 항상 향기가 나곤 해요
    봄이어서 그런가 했는데 여름에도 가을인 지금도 향기가 납니다
    그 나무가 혹시 계수나무일까요
    좋은 글에 좋은 주말입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저 위에 댓글 님도 감사합니다
    국립수목원이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데 언제 한번 가서
    입구에서 다리 건너자마자 왼쪽에 있는 계수나무
    보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9. ..
    '23.10.14 2:58 PM (49.167.xxx.6)

    금목서는 아랫동네만 있어서 그 향이 궁금합니다.. ㅎㅎ

  • 30. 우와
    '23.10.14 3:09 PM (116.42.xxx.47)

    나무사랑꾼님들이 이렇게 많으시네요
    5월 밤꽃향 싫다는 글들만 보다가 향기로운 나무 이야기들이 쏟아지는거 보니 그저 신기
    나무들에게 관심 한번 안 준 제가 미안해지네요

  • 31. 아름다운 이야기
    '23.10.14 3:50 PM (223.39.xxx.38)

    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솜사탕 냄새나는 계수나무라니!
    남쪽은 지금 금목서 향기로 황홀합니다.

  • 32.
    '23.10.14 5:21 PM (220.89.xxx.109)

    정말 좋은 글과 나무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33.
    '23.10.14 6:11 PM (119.196.xxx.139)

    작가세요? 글을 정말 잘 쓰세요. 계수나무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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