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다면서 일상생활에서 마트라던가 병원, 집 주변 가까운 곳 외출할 때는
10년도 더 된거 입고 다니는 저의 의식구조는 어떤 게 숨어 있는 걸까요?
20년 가까이 된 티셔츠도 아직 있는데 상태는 괜찮고 그게 편해요.
사실 여름에 사람 만나는 일 없으면 그거 두개로도 충분히 한 계절 날 수 있고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요.
그렇지만 옷장에 브랜드가 있는 것들도 갖춰져 있어요.
그거 한번 입어도 입으면 관리해야 된다 싶으니까 손이 잘 안가고
차려입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 안 입게 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취미활동 하러 배우러 갈 때도 아마 입성은 제가 제일 빈티지 할 거에요.
엄마가 며느리한테서 받은 새이불을 고이 모셔 놓고도 늘 쓰던 거 쓰는 거 보고
새거 좋은 거 쓰지 그랬는데 사실은 그전에도 좋은 이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혼자 있을 때는
예전부터 쓰던 밍크담요 몇 십년 된걸 쓰는 거 보고 새이불은 언제 쓰려고 싶었는데
내가 그러고 있어요.
지금 있는 새것들도 새거라서 앞으로는 옷은 안 살 생각인데 유행이 바뀌니 몇 가지는 사겠죠.
옆에서 뭐라 하지 않았다면 저는 대학 다닐 때 입었던 제일모직 까만색 코트도
여전히 갖고 있었을 거고 그거 질도 좋고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촌스럽지도 않았거든요.
제일 오래된건 30년이 더 된 여름 티셔츠네요. 면이 너무 좋은건지 그거 입으면
아주 시원해서 정말 좋아하는데 지난 몇 십년간 여름만 입었다 해도 몇 번을 빨았겠는지
그러니 솔기부분은 닳고 닳았고 색도 날렸는데도 그게 제일 만만한데 남이 보고 있으면
요새 그런 거 입는 사람 없으니 하나 사입으라 소리 나올 거 같아요.
다른 것도 좀 그런데 새거를 잘 못 쓰겠고 헌거가 훨씬 마음이 편하고 좋아서
어떤 때는 그래서 옷말고 다른 것도 헌걸로 사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왜 이러는걸까요?
앞으로 젊게 살날도 기회도 없고 매일 늙어가고 있는 중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