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가 결혼한 다음 해에 시부모님 두 분이 헤어지셨어요.
별거 상태로 지내시다 몇 년 전에 서류 정리까지 마치셨죠.
두 분의 별거와 이혼으로 인한 자식들의 지속적인 경제적 손실과 정서적 피해 중간에 낀 입장에서 겪는 불편함을 평소에는 그럭저럭 누르고 산 지 10년 가까이 되네요.
그런데 명절 때만 되면 제 본가, 시어머니, 시아버지 이 세 집과 스케줄을 짜서 만나는 일이 해가 갈 수록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힘들고 싫어져요.
시누이들은 본인들 어머니와 가깝고 친밀하며 철저히 저희 시어머니 편이라 이혼의 책임이 크다고 여기는 시아버지와 평소 만남은 커녕 연락도 안 하고 지내고 저희 부부만 시아버지, 시어머니 양쪽을 가능한 공평하게 만나고 있어요.
한 분을 1년에 4~5번 번 뵌다고 치면 두 분 합쳐 8~10번인 셈이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두 분 다 성숙한 어른상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어서 맏이인 저희 남편이 이혼 마무리 처리하는 중간에서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까지 맡는 모습을 보며 60대의 연세에도 자식들 보기 민망하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실까 싶어 인간적으로 큰 실망을 느꼈죠.
남편은 원래도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나 존경심이 크지 않았지만 이혼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에 이런저런 유탄을 맞고 반강제로 엮이면서 애정이나 공경심이 많이 휘발된 상태예요.
글이 길어지니 이런저런 배경 설명과 맥락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명절 포함 소위 이름 붙은 날들에 세 집을 챙겨야 하는 아들 부부의 고충과 스트레스를 모르는 혹은 모른 척 하며 아들이 자신들을 만나길 원하는 시부모님이 공감과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한 이 상황이 너무 싫다...
정도겠네요.
멀리 사는 것 아니니 연휴에 그냥 밥 한 끼씩 총 세 번 외식하고 헤어지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더 나쁜 케이스들도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자 싶지만 어찌됐든 확실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신체 증상으로까지 번지는 걸 반복해서 겪으려니 힘드네요.
제가 명절 때만 되면 스트레스 받는 걸 아니 남편도 같이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어 하고 저한테 미안해 하고, 제 기색 살피고 눈치 보며 풀죽어 있는 모습 보면 저에게만은 다정다감하고 충실한 골든 리트리버같은 남편 생각해서라도 좀 덜 괴로워해야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제 건강 상태가 내리막이라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 몸에서 과민반응이 나타나네요. 홧병같은 증상도 더 심해지고 이 기간에는 짜증도 늘구요.
이 와중에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답이 없는 치매 환자 모친과 자존심과 고집만 남은 독불장군 제 부친까지 마음에 돌덩이를 얹어주고 있으니 원래도 예민한 인간인데 개복치가 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걸까 싶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대나무숲에 외치는 심정으로 쓴 글이라서 원글은 오늘 중에 본문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