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혼 일년이 지나고

산들 조회수 : 6,609
작성일 : 2023-09-01 17:50:42

결혼 26년차 작년 이맘때쯤 서류정리까지 끝냈더랬죠.
23번쯤의 결혼기념일은 소소한 데이트로 보냈었는데
첫번째 이혼기념일(?)은 다이어리에 표시해 놓지 않아도 몸이, 마음이 귀신같이... 무겁게 보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시기,
전 남편을 소울메이트라 여겼던, 세상 떠나는 날까지 동반자일거라 의심하지 않았던 저에게 고통의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담, 정신의학과, 별거 그리고 서류정리로 이어졌던 지난 몇 년,
하루하루 통곡하며 '차 사고가 나서 이대로 사라지면 좋겠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안떴으면 좋겠다'  힘겹던 날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가끔씩 눈물 조금 흘리고, 그저 '사는 게 재미가 없고 기운이 없구나' '힘을 내서 잘 살아보자 다짐하지만 힘이 정말 잘 안나는구나'... 까지 왔으니 친구들도 스스로도 참 수고가 많았다 합니다.

저는 아이가 없고, 일을 계속 해왔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은 아니지만,
부모보다 더 믿었던(특별히 믿음직한 사람이어서라기 보다는 많은 것을 함께 했었던 부부였었기에)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은
사랑따위는 둘째라쳐도 사람이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게 했고, 삶 자체에 굉장한 회의감을 주었습니다. 
끝날까지 용쓰고 살아내는 게 의미없고 가치없고 수고스럽게 느껴져서 그만하고 싶은 뭐 그런... 
아주 깊은 심장의 쓰라림? 묵직한 고통... 이런 것이 온전히 회복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소소하게 맛있다, 행복하다 느끼는 날들이 다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게시판 많이 읽은 글에 이혼을 후회하냐는 게시물을 보고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전 남편을 만난 것, 그와의 결혼, 결혼생활, 결론적으론 근거없었던 그를 향한 신뢰와 믿음, 사랑에 관한 순진한 환상 등등 상담선생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멈출 수 없게 곱씹고 후회하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이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번도 이혼은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유튜브에서 이혼을 많이 다루는 변호사님은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를 강조하시지만
저는 결혼은 신중하게(어릴 때는 아무리 신중해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죠)
이혼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왠만하면 참고 사는 것이 맞다는 의견은 전혀 아니고,
겪어야할 아픔과 고통은 어찌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쏟아지는 비를 맞아내며 무겁게 한걸음한걸음 움직여야 
후회가 없거나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내년쯤에는 이혼 2년 이제는 조금 행복해요 라는 글을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금 힘드신 분들... 마음 너무 아프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IP : 175.214.xxx.200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9.1 5:54 PM (116.36.xxx.74)

    응원합니다. 남 얘기 같지 않네요.

  • 2. 힘내세요
    '23.9.1 5:55 PM (124.50.xxx.207)

    세상에 정답은 없어요..
    저도 50되보니 부러운건 건강함? 정도
    남의인생 볼것도 없고 내가 행복하면 되더라구요
    우리82와서 가끔 위안받고 소소한 즐거움 가집니다

    힘내시고 더욱 행복해지세요!

  • 3. 어제
    '23.9.1 6:11 PM (14.32.xxx.215)

    이혼하자 소리 던져놓은 사람이에요
    저한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은데
    저 인간과 살 이유를 모르겠어요

  • 4. 그럼요
    '23.9.1 6:13 PM (183.97.xxx.35) - 삭제된댓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걸요
    사는게 지옥이면 이혼하는거지 이혼이 뭔 대수라고 ...

    책이니 영화니 오페라니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예방주사를 많이 맞아두어야 결혼에 대한 기대가 덜한데

    환상만으로 결혼하는 경우는
    시련이 나에게만 온것처럼 자책하다 아까운 세월만 ..

  • 5. 저는 이제막
    '23.9.1 6:13 PM (39.17.xxx.222)

    소송 신청했어요
    아직 남편에게 소장 전달전이구요
    진흙탕싸움을 얼마나 해야할지 두렵습니다ㆍ
    저도 내년 이맘때쯤에는 원만하게 이혼돠어있길 바랍니다

  • 6. ..
    '23.9.1 6:36 PM (124.54.xxx.2) - 삭제된댓글

    제 친구나 속 얘기 털어놓는 지인들한테 들어보면 이혼의 사유에 따라 이혼 후 만족도나 후회정도가 결정되더라고요.

  • 7. ..
    '23.9.1 6:38 PM (124.54.xxx.2)

    제 친구나 속 얘기 털어놓는 지인들한테 들어보면 이혼의 사유에 따라 이혼 후 만족도나 후회정도가 결정되더라고요.
    A와 B모두 남편 외도로 이혼했는데 그 외도의 종류(한 명은 그냥 바람끼, 또 한 명은 사랑)이 다르니 둘이 같이 얘기하는데도 너무 다른 심정을 표현하더라고요.

  • 8. 아이가없으니
    '23.9.1 7:03 PM (112.166.xxx.103)

    정말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아이가 없으니 홀가분하게 이혼할 수 있는 걸수도 있구요.
    이제 늙고 아플 일만 남았는데..
    이혼까지 하고 나면 얼마나 외롭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죠..
    살다보면 또 웃을 일이 생길거에요

  • 9. 상처
    '23.9.1 7:08 PM (125.130.xxx.219)

    를 마구 헤집어놨으니 당연히 아프겠지요.
    시간이 더 지나면 상처가 아물며 새살도 날거도
    새로운 환경에서 더 행복하게 살아가실거예요.
    글 쓰신 거 보니 그러리라고 확신합니다.
    저도 특별한 거 없는 삶이라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응원 보냅니다!

  • 10. ㅇㅇ
    '23.9.1 7:10 PM (49.175.xxx.61)

    아쉬운것도 젊을때 얘기지,50대 이혼하고 나니 아쉽지도 않고 어떨때는 요근래 너무 생각이 안났나 싶어 놀랄때도 있어요. 걱정마요

  • 11. 원글님
    '23.9.1 7:38 PM (115.139.xxx.155)

    장하세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셨으니..
    머리로는 알지만 그 길이 아키라 다른 길로 가야 하는 것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참 힘들잖아요.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람과 인연을 끊어 내기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진리.
    내년 이맘때 쯤이면 지듬 보다 함이 좀 더 생길겁니다.
    분명.
    본인을 위한 시간을 내어 내면을 단단히 하시는데
    마음을 쓰면 좋겠네요.

  • 12. ..
    '23.9.1 7:43 PM (211.197.xxx.169)

    위에 소장접수 하신님..
    저 이제 소장접수 한지 2년 되어갑니다.
    아직 이혼안됐어요.
    변호사님이 넉넉하게 올해안에 끝난다고 보자 하시니,
    연말 1심 생각하면 2년 3개월,
    항소 하면 3년 이겠네요.
    그동안 생활하는데 어려움 없이 준비잘하셔요.

  • 13. 토닥토닥
    '23.9.1 9:42 PM (223.62.xxx.249)

    고생하셨어요.
    이혼까지 이르게 된 지난한 과정의 아픔이 치유되는 날이 가벼워지는 날이 아닐까요...
    믿었던 이의 배신은 쉽게 아무는 상처는 아닌거 같아요...

  • 14. ......
    '23.9.1 11:44 PM (219.255.xxx.39)

    준비가 안되었을 뿐이지,예상된 결과이였을지도...

    너무 외롭게,마음가두고 살지마시고
    건강하게 사세요.
    이혼 그까짓게 뭐라고 내 미래까지 잡혀살게해야하나요?

    오히려 결정하기 속편한 나만의 시대가 더 유익할지도...

  • 15.
    '23.9.2 12:14 AM (49.163.xxx.3)

    제가 겪은 과정과 너무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저도 긴 시간 함께 했고 아이 없이 살다가 별거를 거쳐 이혼했어요.
    상담도 많이 받았고, 이혼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그 사이에 겪은 정신적 고통이 컸어요.
    제일 힘든 건 정말 소울메이트라고 믿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 사랑의 환상이 깨진 고통이었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랑의 환상이 깨진 것이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어떤 환상속에서 살아갔다면
    저는 지금의 어떤 경지에 오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경지란 게 뭐 어떤 대단한 건 아니고요, 그냥 현실과 인간에 대한 이해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삶의 본질은 성숙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겪느냐가
    인생의 성공을 좌우한다고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이혼이라는 과정을 겪은 건 천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안 그랬으면 아직도 어리석게 그 남자와의 알콩달콩 살면서
    사랑의환상을 믿었겠죠. 그렇게나 쉽게 나를 배신하고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란걸 모른채 말이죠.
    물론 저란 사람의 바닥, 저 자신의 사랑없음을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기에
    이혼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저는 이혼한지 8년이 지났는데요,
    지금은 결혼했었단 사실 자체를 잊고 살 정도입니다.
    시간은 정말 위대한 약이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저는 친구들 덕분에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원글님의 마음이 얼른 평온해 지시길 바랍니다.

  • 16. 저도
    '23.9.2 12:31 AM (27.55.xxx.243)

    오늘 변호사 선임했어요
    결혼 23 주년 앞두고요
    저도 내년에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좋은 날들이 더 많을거라 생각 하며 살고 싶네요.
    원글님도 좋은 날들이 훨씬 더 많은 순간들이길 바랍니다

  • 17. 산들
    '23.9.6 2:21 PM (175.214.xxx.200)

    위로와 응원, 좋은 댓글들 남겨주셨는데 감사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어려운 길 시작하신 분들 모두 너무 아프지 않게 안전하게 헤어지실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할께요.
    전남편은 주변에서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저도 좋은 사람이라 믿고 살았지만,
    지난 몇년 겪고 나니 (물리적인 폭력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살인도 일어나고, 폭행도 당하는데 안전하게 이별한 것만 해도 참 다행이구나 감사하는 마음이더라구요.

  • 18. 산들
    '23.9.6 2:34 PM (175.214.xxx.200) - 삭제된댓글

    @솔님
    주신 댓글에 위로 받고, 반성하고... 참 감사해요.
    고통의 질곡 속에서도 인간과 현실을 눈뜨고 바라보기 싫어, 사랑의환상에서 깨기싫어원망하고 이유를 찾는 일을 그만둘수 없었던... 한심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게 따끔한 질책이 되니 이 또한 감사합니다.
    저는 크리스챤이라 그와의 이혼이 하나님이 저를 사랑하시고 제게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했지만,
    주저앉아 징징거리고만 있었네요.
    이제 용기내 나아가려 합니다. 삶의 마지막에 두번째 인생에 당당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요.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19. 산들
    '23.9.6 2:39 PM (175.214.xxx.200)

    @솔님
    주신 댓글에 위로 받고, 반성하고... 참 감사해요.
    고통의 질곡 속에서도 인간과 현실을 눈뜨고 바라보기 싫어, 사랑의환상에서 깨기싫어 원망하고 원인을 찾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제게 따끔한 질책이 되고 정신차려 말씀하시는듯해 이 또한 감사합니다.
    저는 크리스챤이라 그와의 이혼이 하나님이 저를 많이 사랑하셔서 제게 또 한번의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자기연민에 주저앉아 징징거리고만 있었네요.
    이제 조금더 힘을 내고 나아가 보려 합니다.
    삶의 마지막 시간에 지금 이 두번째 인생에 당당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요.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4516 솔직히 친구가 집에와서 자고가겠다는거 하나도 안 반가워요 9 .... 18:37:59 230
1594515 액체만 마시면 배가 안부르죠? 2 배부름 18:34:37 58
1594514 범죄도시 출연자들 검색하다 나이보고 좀 쇼킹.. 1 노안 18:31:56 285
1594513 원룸에선 빨래건조를 어떻게 하나요 5 ㄴㄱㄷ 18:29:43 262
1594512 수영복살때 꽉끼는듯한거 사는게 맞는건가요?ㅜㅜ 2 dd 18:27:59 136
1594511 성향 맞는 친구가 있나요? 1 18:25:35 149
1594510 40대 모여봐요. 4 ... 18:18:41 439
1594509 소속사가 김호중 과잉보호 한답시고 일을 더 키웠네요 6 .... 18:16:14 823
1594508 그냥 임금님귀는 당나귀귀하고싶어서 3 . 18:13:55 516
1594507 세일하는 생연어 사서 냉동보관 할까요 말까요 1 18:12:28 162
1594506 해외교민인데 지인들 묵는것 6 유럽 18:12:27 615
1594505 지금 서울의봄 보고 있는데.. 3 ㄱㅂㄴ 18:11:13 363
1594504 연어 유부초밥 드실때 조심하세요. 4 ... 18:08:17 1,225
1594503 날씨 좋은데 감기 걸리니 억울하네요 2 ㅇㅇ 18:04:47 244
1594502 악덕 시어머니는 아닌데, 며느리 흉은 보더라구요. 6 며느리 흉 18:04:09 582
1594501 제가 추구하는 중년미는 12 .. 18:03:29 958
1594500 미친 승모근 방법이 없나요? 5 ... 18:03:19 526
1594499 노래 제목 좀 찾아주세요 plz 2 ㆍㆍ 17:57:36 160
1594498 그 남자 이야기 5 10 그 여자 17:57:30 668
1594497 너무 피곤한데 뇌가 잠들기를 거부하는 느낌 12 .. 17:53:21 775
1594496 대니구 리액션이 헨리와 비슷하지 않나요? 2 .. 17:52:15 573
1594495 여자들은 감정이 앞서기때문인지 사리분별이 안되는 게 크네요 33 감성과감정 17:49:59 1,064
1594494 천가방 이만원주고 산거,어깨끈 흘러내림 방지한거 살까요? 1 향기 17:47:33 619
1594493 김호중 메뉴얼은 권상우가 원조죠 14 ㅇㅇ 17:43:52 1,739
1594492 자연드림에서 살만한거 추천해주세요 4 유기농 17:39:19 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