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0대고 초등학생일때 할아버지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얘긴데요.
선생님네 집이 지방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가 장손집이었대요.
선생님 어렸을때 집에서 부리는 일꾼들도 많았던 것을 본인도 본 적이 있고요 .
전쟁 났을때도 산쪽 지방이라 전혀 피해없던 지역이고요.
선생님 집안은 예전부터 살생을 안하는 집이어서 흔하게 개잡고, 닭잡고 하는 것도 안했는데
집 공사를 하면서 나무를 옮기다가 나무밑에 큰 구렁이 두마리가 또아리 틀고 것을 봤는데
그때 사람들을 불러 모아 구경거리가 되었답니다.
선생님이 어린나이인데 그때보셨을때 두 마리 모두 성인 몸통만 하고, 길이는 대문 문짝보다 길었답니다. 어려서 봤으니 더 크게 보였을수도요.
집안의 일꾼들이 이건 모통 물건이 아니니
약을 해먹으면 아주 영험하게 듣겠다고
자기들끼리 약을 해먹는다고 시끌시끌 했는데
집안에서 제일 큰 가마솥에 구렁이를 넣고 산채로 통째로 삶았더랍니다.
그 가마솥은 명절때 친인척 수십명씩 모일때나 쓰는 아무 무거운 가마솥이고요.
일꾼들이 반나절을 삶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왠걸
물은 맑은 물 펄펄 끓은 그대로이고
구렁이 두마리는 온데간데 없었다네요.
뚜껑은 그대로 닫혀있고요. 빠져나간건지?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있어야할 구렁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일꾼들이 분위기가 이상하니 혼비백산하여 집안 어르신께 이야기하였고
집안을 여기저기 뒤져보니 두 마리 구렁이가 담을 타고 넘어가는데
바로 넘어가질 않고 담 둘레를 휘감듯이 천천히 둘레를 돌아가면서 사라지더래요.
할말이 있는 듯
그 뒤로 이유없이 건강하던 집안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집안 통솔하던 어른들이 돌아가시니 재산이 갈갈이 흩어져 재산싸움이 나고
집안 내 살인사건과 송사가 생기고
일꾼은 커녕 있던 큰 집터도 날려먹고
자식과 자식의 자식들도 되는 일이 없이 안풀리고
선생님 본인이 그 중 제일 잘 풀린 케이스인데
나머지 형제, 친척들은 다들 아프거나 하는 일이 안되거나 했다고.
상서로운 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하면 안된다...
그런 말씀을 하셨네요.
샤머니즘? 미신 이야기겠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보아요.
오늘 구렁이 사진 봤는데
선생님이 그때 구렁이 얘기했을때
제가 속으로 웃으면서 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큰 구렁이는 그냥 영화에서나 나오지
구렁이가 커봤자지.
저도 시골출신이라 뱀 많이 봤는데 무슨 구렁이가 그렇게 커! 했는데
오늘 사진보니 선생님이 본 구렁이가 진짜 그보다 조금 더 컸을수도 있겠다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