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료 분리징수가 합리적일까
2023.07.12.
정부는 그 동안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해 오던 KBS의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오늘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분리징수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찬성(환호)하고, 특히 국힘당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대단한 일을 해 낸 것처럼 칭찬하고 있지만, 과연 분리징수가 통합징수보다 나은 방안일지는 의문이다.
필자는 수신료 자체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만, 분리징수는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고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키는 개악이라고 본다.
수신료 폐지는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시행령으로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수신료 폐지를 윤석열 정부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정부가 여야에게 수신료 폐지와 이에 대한 보완책을 심도있게 검토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낫지 분리 징수로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분리징수로 변경이 되면 TV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고 오해하거나 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방송법 제64조를 보면 TV를 소지한 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범법자가 된다.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이하 “수상기”라 한다)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이하 “受信料”라 한다)를 납부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상기에 대하여는 그 등록을 면제하거나 수신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수 있다.“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면 KBS가 압류를 할 수 있으며, 소송으로도 갈 수 있다.
만약 KBS가 수신료 납부에 소극적일 경우, 해당 임원이나 직원들은 직무유기나 배임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수신료 징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들과 KBS가 갈등하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된다.
앞으로는 통합징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KBS가 한전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하더라도 한전은 전기요금과 함께 결합하여 고지행위를 할 수 없다.
아래는 수신료 납부통지와 징수와 관련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의 현행 시행령과 개정 시행령이다.
<현행>
제43조(수신료의 납부통지) ① (생 략)
②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
<개정>
제43조(수신료의 납부통지) ① (현행과 같음)
②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안 된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는 한전이 위탁받아 수신료를 징수하더라도 별도의 수신료 고지서를 국민(세대)에게 발부해야 하며, 이 고지서를 받은 국민들은 별도로 수신료를 내는 번거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 국민들은 자동이체로 전기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수신료 자동 이체 신청을 따로 또 해야 한다. 자동 이체가 아니라 수동 납부라 하더라도 현재는 한 장의 고지서로 한 번만 납부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두 장의 고지서로 두 번을 납부해야 한다.
어차피 수신료를 납부할 것이라면 현행과 같이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서를 받고 납부도 함께 하는 것이 국민들도 편리하고 한전이나 KBS의 입장에서 징수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분리 징수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결국은 국민의 부담이다. KBS가 사기업이 아닌 정부 소유의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시행령을 개정할 때 TV 소지자가 수신료를 분리 징수를 원할 경우 분리 징수할 수 있게만 하고, 통합징수를 허용하는 것은 현행대로 그대로 두었어야 했다.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시행령 개정안이다.
제43조(수신료의 납부통지) ① (생 략)
②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
단, TV 소지자가 수신료의 분리 징수를 원할 경우에는 지정받은 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로의 개정은 ‘민식이 법’을 제정하고 후회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