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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다시 박완서

... 조회수 : 5,696
작성일 : 2023-05-24 21:52:13
아주 짧은 댓글안에서도 그 안에 꽤 짙은 농도의 계층의식을 보여주는 
말들을 종종 봐요. 특히 음식에 대한 것에서 좀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을 볼 때면 30년도 전에 읽었던 책 한 구절이 떠올라요.

그런 것은 미식이 아니라 식도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지만, 대략 비슷한 의미인데
박완서의 휘청거리는 오후인지 도시의 흉년인지 
이 문장이 떠오를 때마다 뭐였지 하다가 
게으름에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오늘은 검색을 했어요. 

휘청거리는 오후 
허성씨와 그의 세 딸의 결혼이야기

미식가와 식도락을 정확히 정의내리려 하며,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내가 이것을 즐기는
이유와 네가 이것을 즐기는 이유는 분명히 다르다며 확실하게 
구분하고 싶은 마음은 70년대에도 존재했구나 
그런 마음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을테지만
그래도 세삼스레 쓴웃음이 났어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도둑맞은 가난, 오만과 몽상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나목,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엄마의 말뚝 

평론가들이 말하는 중산층의 물질적 욕망과 허영심
그 안에 정신적 허영까지 다루는 첫 부류의 작품들과
6.25로 인해 무너진 삶과 그 후 재건을 말하는 두 번째 부류의 작품들

신파적이지 않고, 침착하여 더 비극적이고
또한 그 가운데서 드러난 인간들의 적나라한 모습에 크게 웃다가
아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갑자기 소름이 돋게 만드는 

쿨하고 또 쿨한 박완서 
IP : 108.20.xxx.186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갑자기
    '23.5.24 9:54 PM (14.32.xxx.215)

    생각나는게 피난간 집들 털어서 먹고사는데
    입이 고급이 돼서 맛없는 김치는 거들떠도 안봤다고 ㅎㅎ
    박완서님 책들은 시대를 고스란히 뛰어넘는 걸작이에요
    사람들이 교육과 재물로 나아진듯 보여도 절대...

  • 2. ...
    '23.5.24 9:58 PM (108.20.xxx.186)


    그 구절 말씀하시니 저도 기억 나요.
    반가워라
    머리 속에서 있는 지도 몰랐던 어떤 기억들이 이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다니
    갑자기 신나요

  • 3. ..
    '23.5.24 9:59 PM (68.1.xxx.117)

    저는 이분의 속물 인식으로 많이 배웠어요. 놀랍죠.

  • 4. Wsd
    '23.5.24 10:03 PM (161.142.xxx.84) - 삭제된댓글

    저는 박완서 작품들이 다 자매품처럼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서 큰 감흥이 없어요.
    묘하게 고상한척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불편하구요.ㅎ

  • 5. ...
    '23.5.24 10:05 PM (108.20.xxx.186)

    네 정말 그래요.
    내 안에 속물적 모습. 드러내고 싶지 않고, 없애려 지우려 애써서
    나 이제 좀 괜찮은 인간이 되는 것인가 싶으면 어김없이 빼꼼 머리를
    들이미는 그 속물성

    작가 박완서가 그려낸 인간의 속물성은
    누군가를 교화시키려 하는 목적에서 쓴 것이 아니어서
    저 자신을 더 움찔하게 해요.

  • 6. 아하
    '23.5.24 10:05 PM (211.211.xxx.245)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박완서님입니다.
    우리말을 참 잘 쓰세요.

  • 7. ㅇㅇ
    '23.5.24 10:06 PM (211.209.xxx.126)

    저도 유명한책부터 막 읽었는데 여러권 읽다보니 그분의 의식의깊이의 한계?가 느껴져서 안읽게 되더라구요
    언어는 현란한데 속물적이고 뭔가얕고 반전이라고 하는것도 너무..특히 바람핀 아빠의 운전사가 그내연녀의 오빠라는거 뭔가 엄청 큰 반전인것처럼 적었는데 너무 뻔해서 폭소하다가 읽기를 멈췄어요

  • 8. Wer
    '23.5.24 10:09 PM (161.142.xxx.84)

    어느 소설이었는지 시엄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음식을 비교하며 자세히 묘사했던 작품이 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저는 박완서 작품들이 다 자매품처럼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서 큰 감흥이 없어요.
    묘하게 고상한척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불편하구요.ㅎ

  • 9. ..
    '23.5.24 10:10 PM (108.20.xxx.186)

    박완서는 톨스토이나 헤르만 헤세 류의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자체가 속물적 인간이고, 그것을 가감없이 드러내서 좋아요.

    여러 작품에서 같은 소재로 비슷한 변주가 많아 전집을 읽을 때
    저도 좀 지루하고 질린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발을 땅에 딛고, 그 안에서 어느 순간 참 하찮고 구차한 인간을
    그저 그려내는 것을 보는 것으로 좋아요.

  • 10. ㅇㅇ
    '23.5.24 10:15 PM (211.209.xxx.126)

    박경리작가님 책 몽땅 다읽었는데 읽다보면 그뒤 상황이 전혀 제 예측대로 단한번도 흘러건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어떤감정선이 있으면 한결같고 깊고 애절함이 있어.
    읽다보면 가슴이 시릴정도죠
    그리고 요즘도 이웃에 있는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행동을 하는 인간군상들이 그시대에도 다 등장합니다
    시대가 다른데도 신기하더라구요

  • 11. 박완서는
    '23.5.24 10:20 PM (14.32.xxx.215)

    체화된 세계를 글로 써냈던 생활형 작가라고 봐요
    그러니 뻔한 반전 ㅎㅎ
    보통 바람피는 사람들은 내연녀 친척들 다 거둬주죠
    인생은 대단한 반전없이 사는 사람이 99%
    박경리 작가는 삶부터 파격이었는데요

  • 12. 박경리 작가는
    '23.5.24 10:26 PM (117.111.xxx.174)

    어나더 레벨이라고 생각해요.

    토지서 젤 놀란 씬이 바로 임이네가 새벽녘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남의 담장(? 기럭이 흐릿) 에서 호박을 똑 따는 그 부분요.

    와 속물적 이기적 인성을 이렇게 세련되게 표현해내다니.. 그냥 마름의 거리낌 없이똑하고 꺽어내는 그 동작으로 퍼소나를 완벽히 살려내죠

    박완서 작가 같았음 악의찬 눈길, 야젓은, 모멸찬 등등의 직접적인 단어를 막 융단폭격하듯 쏟아내구요.

    그러면에서 전 박경리 작가가… 넘 좋습니다. 이런 박완서 작가님 글에 박경리 칭찬이라니 ㅎㅎ

  • 13. ...
    '23.5.24 10:36 PM (108.20.xxx.186)

    저도 박경리 선생님 작품 좋아합니다.
    위대한 작가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분이시잖아요.

    박완서는 그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요.
    저는 그런 점이 좋고,
    댓글을 읽다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혹은 가리는 척 하며 살짝 드러내는
    그런 계층의식이 박완서 작품에서 잘 보여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미있구요.

    제 글 속에 박완서에 대한 어떤 칭송이라 할 것도 없는데 ㅎㅎㅎ
    누구를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지만 또 이런게 게시판에 글 쓰는 재미이겠죠.

  • 14. 저는
    '23.5.24 10:38 PM (14.32.xxx.215)

    토지가 너무 용두사미라서 다른 작품 많이 안읽었는데
    중단편이 주옥같은게 많더라구요
    그런건 박완서와 비슷한 궤의 작품들이었는데
    토지가 스케일 크게 가다가 좀 사그라진 느낌과
    미망이 서둘러 완결한 느낌하고 비슷한가 했어요
    혼불도 사실...10권을 끄는 동안 사건의 진행이 없어서 ㅠ
    역시 결론은 장길산

  • 15. 박경리작가는
    '23.5.24 10:39 PM (116.41.xxx.141)

    뭔가 시대의 큰 흐름을 길고넓게보니 대하소설이고
    박완서씨는 보통 사람들 내안의 속물 이중성같은걸 깨닫게 한 큰 꼭지점을 만든 작가라 생각해요
    그전에는 배운 여성들의 여성소설 흐름같은게 전형적이었는데..

    저는 친구가 방에 앉아있는데도 막 방바닦을 닦아대는 친구를 뭐라뭐라하던 구절이 자주 떠올라요 ㅎ

  • 16. ...
    '23.5.24 10:45 PM (218.155.xxx.202)

    미망에서 태임인가 결혼할때 머리에 쓴 꽃족두리 묘사한게 너무 아름다웠던 기억이나요

  • 17. Ww
    '23.5.24 10:47 PM (76.112.xxx.11)

    갑자기님
    저는 그 작품에서 올케 언니랑 피난간 집들에서 음식 도둑질을 하며 먹고 살고 있을 때, 엄마가 자긴 차마 도둑질까진 못 한다는 암묵적 고상함을 내비쳐요.
    박완서는 속으로 그런 엄마는 도둑질한 음식을 먹고 사는 주제에 혼자만 고상한 척~~

    전 박완서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제 속물스러움에 위로를 받았어요. 잘난척은 있지만 공지영 소설처럼 ‘다 내잘못이야’ 뭐 이런 궁상맞음이 없어서 좋아요.

  • 18. ...
    '23.5.24 10:50 PM (108.20.xxx.186)

    역시 결론은 장길산이란 말씀에
    또 다시 반가움에 미소를 ~
    14 님 덕분에 잊었던 기억이 많이 떠올라요.

    저는 해외에 산지 오래되어 82쿡에서 글을 읽고, 댓글을 쓸 때와
    한국 가족들과 전화할 때 외에는 국어를, 한국어를 쓸 일이 없어서
    제가 가진 오롯이 한국어로만 된 기억들이 저기 어디로 자꾸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장길산이라니 거기다가 멋진 표현으로 역시 결론은 장길산
    지금 찾아보니 e북으로도 나왔내요
    감사합니다. 다시 읽게 해주셔서요

  • 19. ...
    '23.5.24 10:58 PM (108.20.xxx.186) - 삭제된댓글

    궁상맞음이 없어서 좋아요.

    궁상맞다 이 단어로 참 오랜만이에요.

    오늘 반가운 단어와 표현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몰랐는데, 국어에 목말랐나봐요.

  • 20. 그리운
    '23.5.24 10:58 PM (211.234.xxx.135)

    작가님 입니다
    어제는 까맣게 잘 익어 달콤한 오디를
    먹으며
    박완서씨 글 속의 오디 장면을
    떠올렸답니다

  • 21. Wallace
    '23.5.24 11:13 PM (108.20.xxx.186)

    궁상맞음이 없어서 좋아요.

    궁상맞다 이 단어로 참 오랜만이에요.

    오늘 반가운 단어와 표현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몰랐는데, 국어에 목말랐나봐요.

    저 위에 임이네 호박 따는 장면 말씀하신 것
    다시 읽고 아 맞다 그런 장면도 있었지 했어요.

    어릴 때 임이네와 귀녀가 한없이 무섭게 느껴졌는데,
    아마도 국민학교 시절에도 주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런 참..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맹목적 배금주의형 인간들
    그런데 사실 더 나쁜 인간들 많잖아요.
    그래서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가 또 연개되며
    내 속물성에 쓴웃음 짓고

  • 22. ..
    '23.5.24 11:18 PM (114.204.xxx.171)

    박완서작가의 대부분 책을 읽었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속 속물스러움을 잘 살려줘서
    통쾌하면서 반성도 하게되고..
    한권씩 읽을때마다 내가 조금씩 성장했다 느꼈네요

  • 23. 아쉬움ᆢ
    '23.5.24 11:22 PM (223.62.xxx.244)

    오늘 재활용 버리는 책속에~~
    박완서작가님~~ 자전거도둑~~엷은 책이ᆢ

    귀한 책~~구해주려고 ᆢ
    얼른 집어서 살짝 닦아 집에 들고왔네요

  • 24. 반갑네요
    '23.5.25 12:03 AM (59.10.xxx.78)

    좋아하는 작가님 얘길 82에서 보니..
    댓글 다에 공감도 가고요
    90년대 그 분 글 보면서 참 좋아했어서 — 나의 어딘가를 들킨 느낌이나 그 많던 싱아 등등
    돌아가신 날 삼성병원 장례식장에도 갔었어요
    자제분들이 상복을 입고 조의금도 일체 안받고 문상을 받으시는데
    저랑 같이 섰던 분들이 (문상객이 많아 줄을 서서 여럿이 한꺼번에 했거든요)
    다 작가님과의 살아 생전 인연을 말씀하며 각각 인사를 건네는데
    저는 부끄러하며 독자에요 겨우 말했었네요
    말씀 들어주신 분이 아마 큰 따님었을 것 같아요

  • 25. 윗분
    '23.5.25 2:11 AM (114.204.xxx.171)

    부럽네요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인사도 하시고..
    지방만 아니였어도 저도 갔을거같아요.

  • 26. 시골
    '23.5.25 9:37 AM (114.204.xxx.17)

    원글님들도 댓글님들도 필력이 대단합니다.
    작가님들 작품을 기억에서 소환 해 주시는
    것만도 반갑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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