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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증이 이렇게 오는 거네요.

.. 조회수 : 4,399
작성일 : 2023-05-23 10:10:16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치매셔요.
이달 초 중증 치매이신 아버지는 요양원으로
인지 지원 등급 있는 어머니는 주간보호센터로....
그 과정이 심플하게 알아보고 바로 등록~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닌 건 .. 노령 부모님과 함께 해보신 분들은 짐작하시겠죠.
엄마 억지 주장을 초등 1학년 달래듯... 엄마 설득에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았네요.

그러다 친정 부모님이 키우시던 노령의 열 네살 강아지가 아버지 요양원으로 떠나시는 걸 보고 돌아가셨다 생각했는지 식음을 전폐하고 아버지만 기다리다가
제가 갔던 날, 산책 시키고 목욕 시켜주던 저를 기다렸었는지 제 품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치매 어머니 충격 받으실 까봐 몰래 다른 방에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주사기로 물 넣어주면서 쓰다듬어주다 보내고 늙으신 부모님 곁에서 자식 노릇 해준 강아지가 너무나 고마워 장례도 잘 치르고 올라왔어요.

그러고 출근해서는 제가 뭘 했을까요.

세상에나 무뜬금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알아보고 교재 찾아 봐두고
퇴근해서는 남편에게 진지하게 3년 잡고 하고 싶다.. 했죠. 남편의 얘, 뭐라는 거지?싶어도 말은 아끼는 그 표정이 떠오르네요 ㅜㅜㅜㅜ

그러고 이틀 지나 알았어요.
이게 정말 내가 아니라 심리적 바닥 치고 호르몬이 반동을 쳐서 생긴 조증이구나.. 하구요.
다시 좀 안정을 찾고 나니 인강 사이트 60만원 카드 결제 안 한 거 얼마나 다행이냐 싶더군요.

나이 먹고 슬픔으로 바닥 치게 두지도 말고
그 반작용으로 훅 치고 올라올 때도 마음과 행동을 잘 부여잡고 있어야겠다.. 싶었어요.
누군가의 오버액션도 이런 느낌이라면 뒤돌아 욕하지 말고 마음으로 부둥부둥 해줘야겠다 싶기도.....
나이 들어가면서 생을 거치고 노-병-사와 친해질수록 마음 근육이 단단해져야겠다 다짐을 여기서 해봅니다.
IP : 211.114.xxx.53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23.5.23 10:14 AM (203.247.xxx.210)

    누구나 겪지만 힘든 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라일락
    '23.5.23 10:16 AM (118.219.xxx.224)

    누군가의 오바액션도 욕하지 말고 마음으로 부둥부둥
    해줘야겠다 ~

    얼마전 제가 그랬어요
    저 아직 젊은데 뭔가 감정의 변화가 확 생기더라고요
    슬픔의오바액션
    기쁨의오바액션이 나와서 아주
    혼났어요 ㅠ ㅠ
    이제사 진정이 좀 되더라고요

  • 3. ker
    '23.5.23 10:16 AM (180.69.xxx.74)

    건강 조심하세요
    노부모님 돌보는거 장기간이라 너무 지쳐요

  • 4. **
    '23.5.23 10:17 AM (223.38.xxx.244)

    저 엄마 급성 치매 간병하다가 신점보고 굿까지 했어요. 평소에 저라면 상상도 못할일인데 정신줄이 같이 반쯤 나갔었던것같아요 생로병사 당연한거지만.. 사는게 정말 녹록치않내요

  • 5. ....
    '23.5.23 10:22 AM (175.116.xxx.96)

    50대에 들어오니 내 몸도 힘들고 갱년기인데, 참 이것 저것 신경쓸게 많아 지네요 ㅠㅠ
    그런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정말로 내가 내가 아닌상태가 됩니다.
    저도 얼마전에 이런 저런일로 멘탈이 바닥을 치고, 한밤중에 강아지를 안고 두시간을 동네를 울며 불며
    돌아다니다가 차도에 뛰어들어볼까? 하고 생각한적이 있었어요

    제정신 차리고 나니..정말 내가 그순간 미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너무 힘드시면 정말 정신과약이라도 살짝 도움을 받아보시는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도, 그 일 겪고 난후 항 우울제 약하게 처방받아 먹고 있어요.
    아직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지 못해서, 우선은 약 도움 살짝 받으면서 마음의 힘을키워 보려구요.

  • 6. 좋은글
    '23.5.23 10:37 AM (116.41.xxx.141)

    잘 읽었어요 ~~
    몇번 큰 감정기복 겪어보면
    인간정체성이 나자신이 아니라 호르몬이 주인이구나
    싶더라구요
    공포 불안 우울등 심리변화를 주도하는 호르몬 나오면 걍 내 일관된 주체성이란게 넌센스였구나 싶은 ..

  • 7.
    '23.5.23 10:38 AM (118.235.xxx.43)

    드시면 도움될겁니다.

  • 8. ..
    '23.5.23 10:46 AM (211.114.xxx.53)

    좋은 이야기 더불어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마음 근육으로 잘 잡아가다가 이거 아니다 싶음 약 도움도 받아야겠네요.

  • 9. 사는게 이렇네요
    '23.5.23 11:04 AM (114.205.xxx.84)

    양가 연로하신 노인들 한분씩 계시다보니 살얼음판 걷는 맘이에요. 남일 같지 않습니다.

  • 10. 토닥토닥
    '23.5.23 11:26 AM (223.38.xxx.37)

    저도 반대급부로 확 행동할때 극도의 스트레스로 저런 반대?의 행동을 하더군요 누구나 그럴수 있습니다 아신다는게 중요한거죠

  • 11. ;;;
    '23.5.23 11:33 AM (211.44.xxx.116) - 삭제된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울컥하네요
    원글님~ 저를 울리셨어요;;;

  • 12. ;;;
    '23.5.23 11:37 AM (211.44.xxx.116) - 삭제된댓글

    의지로 감정을 통제하는 건
    그 감정을 키우는 것밖에 안되지만

    원글님처럼 내 상태를 깨닫고
    나를 바라보는건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구요

  • 13. ...
    '23.5.23 1:10 PM (49.168.xxx.4)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이나 치매를 앓고 있으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50대 지나고 나면 정말 인생의 노,병,사가 바로 지척에 있죠
    마음의 근육 단단히 키우시기 바랍니다

  • 14. ..
    '23.5.23 2:16 PM (14.49.xxx.247)

    좋은글 잘 읽었어요.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너무 공감되네요. 오늘 저도 많이 힘든데 글을 읽고 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15. ......
    '23.5.23 8:23 PM (116.126.xxx.208)

    정말 좋은 글이네요.저는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새겨듣고 싶은 말들이 많아요.돌아가기가 참 힘들겠구나,종종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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