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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골빈집 4일차) 오늘도 바다..

마음의주인 조회수 : 3,607
작성일 : 2023-05-13 14:04:53
안녕하세요
오늘 벌써 4일차가 되다니 시간이 꿈결같이 흘러가네요
이렇게 매일 글을 쓰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절로 이렇게 되어있네요
82쿡. 이곳의 묘한 매력에 끌려와 십수년째 죽순이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매일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어요

첫날 무서워 벌벌떨때 저의 안위를 걱정해주시는 따스함에 고마움에 보답차 쓰다가
이제는 저도 조금씩 즐기는것 같아요ㅋ

어젯밤엔 꿀잠을 잘 자고 오늘도 바닷가에 왔습니다
어제 바닷가에서 몸을 잘 풀어서(?) 그런가
비로소 처음으로 잠 같은 잠을 잘수가 있었어요

무서움도 이젠 많이 사라지고
밤에 잘때 불도 다 끌 수 있었고
처음으로 티비도 안틀고 깊은 잠을 달게 잤습니다.
풀벌레 소리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고
밤의 적막함도 이제 익숙해졌다고나 할까요

어제의 그 기분을 못잊어서 오늘도 바닷가에 왔는데요
오늘은 어제보다는 흐리고 다소 추운 날씨여서
약간 쿨한 느낌 살짝 스산한 분위기도 감도네요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데 바닷물이 얼음장 같더라고요
어제는 시원했는데.. 오늘은 쨍하니 엄청 차가와요
이렇게 맨발로 바닷물 적셔가며 걷는 사람도
보니까 저밖에 없어요 ㅋ

같은 장소 같은 사람 같은 바다 같은 모양의 파도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나 오늘은 이런 기분이야.. 하고 바다가 말을 건네는 거 같아요
바다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어요

오늘은 집에서 조금 먹을거리를 준비해왔는데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제 시장서 사온 미나리로
전을 부쳤어요
미나리전과 달콤한 참외 그리고 삶은 계란.
그리고 봉지커피 3개 타서 보온병에 넣어왔어요
단디 준비하고는 오늘은 더 더 즐기고
완전 릴렉스 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아.. 와보니 그렇지가 않아요
참외를 먹기엔 추운 날씨;;
오늘은 컵라면이 생각나는 딱 그 뉘낌ㅎㅎ

역시 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구나.. 을 느끼면서
역시 뭔가 의도하고 계획하고 준비하기 보다는
우연한 행운 그런 것에서 더 기쁨을 느끼는 제 자신을 알수 있었어요

모든걸 내려놓고
신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으리라
내가 알수없는 깊은 뜻이 있으리라.. 하며
하느님의 다른 모습인 모든 세상만물에 순종하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제가 이걸 못해서 그렇게 호되게 혹독하게 두드려맞았지요
여러번 같은 패턴으로 삶에 얻어맞으면서도
잘 몰랐어요. 잘 알수가 없었어요

불굴의 의지로 삶을 극복해내리라..
오로지 이 한 방식만 알던 저는
다른 방식으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알수가 없었거든요

어릴때 반짝 주변의 관심을 받았다고 해서
저라는 인간이 굉장히 잘난줄 알았던거 같아요
마음만 먹고 의지만 굳세게 하면
뭐든 다 해낼수 있다고 믿었던 저였으니..

성당에 매주 나갔으되 하느님을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고
지금보면 그때는 참으로 교만한 저였어요
지금도 순간 순간 정신줄 놓으면 자꾸만 그렇게 되기도 하니
늘 정신차리고 깨어있으려고 합니다


어제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몸놀림으로
돗자리도 펴고 좌르륵 셋팅도 빨리 해놓고
진한 커피를홀짝이며
어제와는 사못 다른 새로운 바다를 즐기고 있습니다...

무릎까지 걷어올린 바지 아래 틈으로
솔솔 불어들어오는 솔바람이
살짝 살짝 춥게 느껴지네요

오늘 바다와의 조우는
짧은 만남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오후엔 저녁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궁금 궁금..
낯선곳에 대한 무서움이 가시니
기대와 설렘이 생기네요.

뭐가 오든 받아들이기 연습을 해보려구요
어떤 상황이 되든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는 연습을 해보려구요

빅터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서 읽었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그거였어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현장을 경험하면서도 살아남은 저자인데요
(나중에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되었어요)


온갖 끔찍한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어
주변사람들이 온통 죽어나가고
본인도 당장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상황..  
그러한 참혹한 죽음의 수용소에 갇혀있으면서도
문득 밤하늘을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느끼며
기뻐했던 그 장면이요.  

주어진 끔찍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음의 자유를 쟁취한 바로 그 순간이라고 해야할까요

상황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주어진다고 해서 인간이 꼭 그런 반응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인간은 기계적이고 노예적인 반응만 하는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반응을 할지 어떤 마음을 가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인간의 자유라는 것이죠.  

자유 자유 자유

맞아요 제가 늘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저도 누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노예가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사는것.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소망이예요

앗 오늘은 뜬금없게도
바다에 와서 저의 소망을 확인했네요?

저의 가잗 큰 소망이 이런것이었을 줄은 몰랐는데..
쿨한 바다 덕분에 주절주절 글쓰다가
저에 대해 좀 더 잘알게 되었어요 ㅎㅎ
고마워 쿨한 바다야♡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네요..

이제 미나리전을 만나러 가볼께요ㅋ
IP : 110.70.xxx.179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글
    '23.5.13 2:08 PM (125.131.xxx.232)

    잘 읽었습니다

  • 2. ㅇㅇ
    '23.5.13 2:10 PM (1.233.xxx.32)

    시골빈집 글 오늘도 바다 좋네요

    아~ 미나리전 상상만해도 침이 꿀꺽이네요~^^

  • 3. 리메이크
    '23.5.13 2:15 PM (125.183.xxx.243)

    윈글님의 빈집살이가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도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하고 마지막날까지 평안한 휴식 즐기세요^^

  • 4. ....
    '23.5.13 2:19 PM (218.146.xxx.111)

    첫날 그 긴장됨과 두려움들이 다사라지고 환희와 행복감으로 나날이 충만되어가시는듯하여 저도 덩달아 힐링되는듯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있습니다 남은기간 더욱더 행복하시고 좋은시간되시길

  • 5. ..
    '23.5.13 2:19 PM (223.62.xxx.93)

    옛날에 식구들이랑
    바닷가 놀러가서
    수영을 하던 친정어머니
    물에서 나오시길래
    도시락컵라면을 드리니
    그렇게 맛있게 드셨다고
    몇년을 말씀하시더군요
    쌀쌀하니 따끈한 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나 봅니다
    원글님 다음글도 기대할께요

  • 6. ...
    '23.5.13 2:29 PM (112.156.xxx.249)

    원글님이 바닷가에 앉아서 얘기를 하고
    저는 듣고 있는 느낌.
    그랬구나~~공감하면서 읽고 듣는 공감각을
    느꼈어요.

    원글님 글이 생물입니다. 제게는

  • 7. 혹시 그곳에
    '23.5.13 2:32 PM (211.215.xxx.111) - 삭제된댓글

    누군가 버린 쓰레기가 있다면 주워보세요.
    또 하나의 마음이 플러스될거예요

  • 8. 오늘도 안녕?
    '23.5.13 2:33 PM (223.39.xxx.147)

    반갑네요.^^
    예식장 가는 버스 안이랍니더.
    삶의 길목 골목에서 당신의 세렌디파를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빌어 드려요.
    조그만 담요라도 한 장 있었으면 좋앗을 것을..
    오늘을 즐기세요.????

  • 9. ㅡㅡㅡㅡ
    '23.5.13 2:41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시골집이 바다랑도 가까운가 봐요.
    행복하세요~

  • 10. 달토끼
    '23.5.13 3:04 PM (68.172.xxx.19)

    진정한 자유를 누리시나봐요 좋으시겠어요

  • 11. 응원해
    '23.5.13 3:04 PM (114.205.xxx.142)

    어쩌다보니 1일차부터 구독자가 된 죽순이네요 ㅎ
    오늘 어떤마음을 가질지 선택하는 인간의 자유에
    무릎을 탁 칩니다.
    구비구비 가는 길에서 여러 소소한 발견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라겠고
    5일차 6일차... 10일차 계속 기다릴께요!

  • 12. ~~
    '23.5.13 3:19 PM (118.235.xxx.96)

    나 오늘은 이런 기분이야.. 하고 바다가 말을 건네는 거 같아요

    — 이 표현이 좋아서 댓글 달아요
    좋은 시간 하루 하루 응원합니다!

  • 13. 지금여기
    '23.5.13 3:22 PM (1.225.xxx.214)

    이렇게 좋은 글을
    키친토크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올려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쨍한 바다, 미나리전과 참외...
    색감이 아주 잘 어울려요^^

    맞아요.
    감정도 결국 나의 선택이더군요.
    우리는 행복하게 살 의무가 있다네요^^

  • 14. 봄바람
    '23.5.13 3:30 PM (106.101.xxx.194)

    저도 계속 함께 하고 있네요.ㅎㅎ
    따라가고 싶어요.
    우리집 고딩들 고딩은 졸업시켜야 갈텐데
    마음은 그 바답니다.

  • 15. ..
    '23.5.13 3:31 PM (39.7.xxx.87)

    자유!
    상황과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내 한 번 마음 바꿔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불교와도 닿는 거네요.
    힘이 되는 말씀, 가슴에 새길게요

  • 16.
    '23.5.13 3:31 PM (39.123.xxx.114)

    구독
    좋아요
    누르고 싶네요

  • 17. 편지
    '23.5.13 3:33 PM (175.223.xxx.76)

    흘쩍 떠난 곳에서 옛친구가 편지를 보내오는 느낌이에요 간만에 마음을 쉴 수 있는 글이라 좋아요
    전 대책 없으면서도 머리로 모든 것을 계산하는 타입이라 여행을 가 봤자 괴로움은 그대로 있을거고 돌아올 자리가 변하지 못하는데 뭐하러 이러면서 못 떠나요
    홀연히 떠나 바다에 있는 님이 본 적도 없이 그립습니다 고요하게 잠드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말이 제일 반갑고 다행이에요
    오늘도 잠 드는 순간까지 고요하시길

  • 18. 즐기세요
    '23.5.13 3:43 PM (112.161.xxx.169)

    그리고 충전 가득 하고
    돌아가세요
    아주 지독히
    운없는 경우 제외하곤
    시골집 그리 무서운 곳 아닙니다.

  • 19. ...
    '23.5.13 3:59 PM (116.38.xxx.45)

    제게 위안을 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 첫글도 봤어요.
    '23.5.13 4:47 PM (124.53.xxx.169)

    반가워요.
    바다의 매력을 아셨네요.
    바다는 늘 그곳에 있지만 365일 사시사철 단 하루도 똑 같은 적이 없어요.
    눈뜨면 젤 먼저 바다가 보이는곳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내고향 남쪽바다~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만큼 그립고 눈감으면 늘 "나의 바다"가 아련히 떠오르네요.
    남은 시간 자연이 주는 힘과 위안을 충분히 받으시고 일상으로 복귀 하시기 바랄게요. ^^

  • 21. 오늘도 방가
    '23.5.13 5:20 PM (114.203.xxx.84)

    원글님과 날마다 함께 하는 기분이에요
    원글님글도 기다리게 되고요^^
    진정한 맘의 자유를 느끼고 계시는군요
    먼 훗날 시골에서의 이 날마다의 모든 생활들과 경험들이
    원글님에게 정말 큰 추억과 삶의 큰 자산이 될거같아
    아주 많이 부럽습니다

  • 22.
    '23.5.13 5:25 PM (211.226.xxx.81)

    오늘도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
    그곳이랑
    멀리 떨어져있지만 맑은 바닷물
    바다냄새
    막 그려지네요~
    사는거 별거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대로
    살면되는거래요

  • 23. 오늘
    '23.5.14 4:15 PM (211.36.xxx.249)

    어린 시절의 오만, 인간의 자유에 대한 단상에서 한수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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