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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게에 끄적이며 쓴 신동엽시

신동엽 조회수 : 1,064
작성일 : 2023-03-21 13:19:33
신동엽의 금강 일부분 올린 글 읽고 났더니 지워졌네요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답시로 신동엽의 산문시1을 올려봅니다.


산문시 1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 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 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IP : 221.143.xxx.1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익게글
    '23.3.21 1:38 PM (175.196.xxx.15)

    신동엽 시인 시나 글은 가슴 뭉클한 그림 같고 아름다운 노래같아요.
    우리 모두가 꿈꾸는 나라 그 세상은 언제쯤 올까요...

    제가 올렸다가 삭제했어요. 혹시 정치색으로 비춰질까봐서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
    '23.3.21 4:27 PM (220.70.xxx.168)

    부여 시내에 가면 신동엽문학관이 있어요.
    한 번 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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